청소년 정책전문가 없는 정부·지자체

[네티즌칼럼] 전담 부서·공무원 및 정당 비례대표제 도입 시급

이영일 | 기사입력 2008/03/16 [13:33]

청소년 정책전문가 없는 정부·지자체

[네티즌칼럼] 전담 부서·공무원 및 정당 비례대표제 도입 시급

이영일 | 입력 : 2008/03/16 [13:33]

▲ 이영일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     ©이영일
새 정부 출범이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보건복지가족부로 사실상 축소, 흡수통합됐다. 바로 이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제고사가 실시되었고 12일에는 서울시의회가 학원교습 제한시간을 철폐하는 조례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일련의 이런 조치속에 찾아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이율배반적 현상은 그동안 정부는 물론 모든 어른들이 미래의 주역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불러온 청소년들에 대한 존중과 건강한 육성 정책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1964년 당시 내무부에 청소년보호종합대책위원회가 설립된 이래 40여년동안 9차례나 청소년 소관 부처가 이리저리 바뀌어 오다가 1997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발족하고 연이어 문화관광부로 이원화되어 있던 청소년 육성 업무를 통합하여 발족한 국가 청소년정책의 중심 부처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후 위원회는 다시 일개 ‘청소년실’로 축소되어 수십년간 쌓아 온 청소년 기본정책 수립ㆍ집행에 관한 종합적 흐름이 훼손받고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로 청소년들의 행복추구와 건강한 성장을 도모해야 할 서울시의회의 교육위원장은 ‘공부하다 죽은 청소년’을 보지 못했다며 심야까지 사설 입시학원에 청소년을 내모는 해괴한 처사를 자행하고 있고 전국의 16개 시도교육청과 지방의회도 24시간 학원 영업을 승인해주거나 학원교습제한 시간을 밤 11시 또는 12시로 약속이나 한듯이 바꾸고 있는 게 작금의 어이없는 현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와 국회에 청소년 문화와 환경을 이해하고 그들에 맞는 눈높이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관료가 극소수여서 국가 청소년정책의 철학이 부재한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선이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고 시행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청소년 전문가나 청소년 지도자는 없고 기계적인 공무원만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일선 교육청과 지방의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례로 이번 학원 교습시간 제한규정을 담당한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15명중에도 청소년 관련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예 없고 청소년단체 지도자 경력자도 1명에 불과하다. 온 나라가 말로만 청소년이 국가발전의 동량이라면서 청소년 문화발전 정책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철학적 시스템이 부재하니 그야말로 청소년정책은 청소년들이 아닌 청소년들 덕분에 밥먹고 사는 어른들을 중심으로 세워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에는 63만의 청소년과 470만의 청소년지도자가 존재한다. 전국적으로 청소년 지도자를 육성하는 대학은 26개이고 청소년단체는 354개, 청소년활동진흥센터와 상담지원센터는 159개, 청소년시설은 723개이다. 일선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생생한 경험과 요구, 청소년 육성의 철학이 담보되려면 여러 제도상의 보완이 시급하지만 우선 시급히 두가지가 보완되어야 한다. 


 

첫번째는 청소년기본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는 지자체 청소년 전담부서 및 청소년 전담공무원제도를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전담공무원제도는 정책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중앙과 지방의 청소년정책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는데 필수적인 사안이다. 건축,하수, 교통 등을 담당하던 공무원이 보직 순환되면서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것은 넌센스가 아닌가. 


 

두 번째는 정당내 청소년계 비례대표 제도의 도입이 그것이다. 현재 입법부내에 청소년관련 법안의 제ㆍ개정을 주도할 청소년분야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거의 없어 청소년 법률 창구가 부재하고, 청소년관련법이나 주요 청소년 현안에 관한 내용들이 청소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의원들보다는 개별 의원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외부의 요구에 의한 법률안 제ㆍ개정추진이 이루어져 오고 있다. 따라서 각 정당내 청소년분야의 대표성을 가진 비례대표의원 추천을 각 정당의 당헌이나 당규에 명시되도록 공직선거법 제47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이다.

청소년을 모르는 정부와 지자체가 청소년들을 위한다며 전문적 식견도 없는 비뚤어진 정책을 강요하는 이 잘못된 현상을 고치는 것이야말로 새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의 출발이 될 것이다. 청소년이 진정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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