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학원영업' 허용한 서울시의회

[네티즌칼럼] 사교육 돈벌이 보장 조례 '공교육 파판' 불보듯

이영일 | 기사입력 2008/03/13 [10:20]

'24시간 학원영업' 허용한 서울시의회

[네티즌칼럼] 사교육 돈벌이 보장 조례 '공교육 파판' 불보듯

이영일 | 입력 : 2008/03/13 [10:20]
▲ 이영일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     ©이영일
서울시의회가 학원 교습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11시로 연장해 달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서울시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를 청소년단체들의 반발로 연기해 오다가 12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를 심의하면서 아예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 하자며 조례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서울흥사단을 비롯한 청소년 단체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으로 공교육이 파탄에 이르고 사교육 시장이 기비대해진 상황에서 학원들의 영업시간을 늘려줌으로서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할뿐만 아니라 심야시간대에 청소년들이 활보할 수 있도록 아예 빗장을 열어놓아 정신적, 신체적 성장 장애, 범죄 및 교통사고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임을 들어 이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의 기형적 확대가 불을 보듯 뻔하고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과 수면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이 정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서울시의회는 그나마 밤11시로 연장해 달라는 시교육청 안에 한술 더 떠 ‘밤 12시까지 학원을 하던 새벽까지 밤새 하던’ 그건 학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소관 기구인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15명의 의원들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인데 “이명박 정부의 방침이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고 “학부모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학원시간을 정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게 이유란다.

새삼 헌법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은 현 시대의 중요한 구성원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건강한 성장과 인권의 보장됨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과 안전망이 작동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살인적 입시교육 제도와 사교육 시장의 무차별적인 공세속에서 입시학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거꾸로 국가가 당연히 해야할 청소년 보호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나라가 자기네 청소년들을 밤새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녀도 좋다고 보장하고 있을까.
 
학원 영업시간을 학부모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는 것은 또 무슨 코메디같은 일인지, 오밤중에 노래방이나 찜질방에 가는 건 안되고 학원에 가는 건 괜찮다는 발상은 ‘불필요한 규제’와 ‘필요적 제한’의 차이를 착각하고 있는 비교육적 처사가 분명하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청소년 정책에 대한 시각도 신뢰하기 힘들다. 15명의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의원중 대학과 대학원을 합쳐 교육학 또는 청소년 관련학을 전공한 사람은 고작 1명밖에 없고 청소년단체 지도자 경력자도 1명에 불과하며 교사 경력이 있는 의원도 2명밖에 없을뿐더러 이중 1명은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출신이다.
 
그밖엔 전자공학이나 통상학, 경영학, 정치외교학, 중문학, 행정학 등을 전공한 의원들인데 학원시간 연장안과 같이 다른 사회적 시스템에 영향을 주거나 파장도가 높은 전문 교육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식견과 관련 단체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그 신뢰성을 확보한 결정인지 따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 결정을 환영하는 쪽은 학원들과 서울시교육청뿐이고 학부모단체, 교사, 교육단체, 청소년단체 모두가 이를 반대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한밤중에 거리를 활보하도록 만들고 날이 새도록 사교육 시장을 허용해주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사회적 공론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원 교습 시간은 현행대로 밤 10시로 제한되어야 한다. 106명의 서울시의회 의원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102명,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15명과 이들을 제외한 87명의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 모두가 청소년들을 사교육 시장에 팔아먹은 교육매국노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디 깊은 고민과 반전을 촉구한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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