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하천공사 준설모래가 사라졌다?

무단 불법유출인가? 준설량 허위보고인가? 관련의혹 난무

김남권 | 기사입력 2014/02/05 [10:06]

강릉하천공사 준설모래가 사라졌다?

무단 불법유출인가? 준설량 허위보고인가? 관련의혹 난무

김남권 | 입력 : 2014/02/05 [10:06]
▲ 준설된 모래 약 12,000㎥가 야적 돼 있는 주문진 쓰레기 매립장 제1야적장, 전문가와 실측을 해 본 결과 절반 수준인  7,000~8,000㎥의 분량 밖에 되지 않았다     ©김남권

강릉 주문진 신리천 생태하천 복원공사 과정에서 채취된 준설모래의 유통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실제 남아있는 모래량도 강릉시가 밝힌 기록에 비해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확인돼, 채취된 골재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강릉시가 지난 2012년 5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총 공사비 85억원을 투입해 주문진 신리천에 대한 수질개선과 생태공원조성을 위한 ‘주문진 신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준설된 모래 상당량이 무단 유출돼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나 이 준설 모래들은 신리천 하천바닥에서 퍼낸 오니토에서 선별기를 이용해 분리한 모래로, 강릉시가 모래 재활용을 위해 수억의 비용을 들여 세척과정까지 거친 고가(?)의 모래다.
 
제보자는 “반출된 모래가 양질이라서 인근 업체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동종 업계 종사자 또한 “준설한 모래량이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 준설량 자체가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해 신리천 준설량 산출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의혹에 대해 강릉시 환경정책과 담당자는 “이 공사로 준설한 모래량은 모두 3만 3천 270이며, 준설된 모래는 적법 절차에 따라 공공 목적으로 사용했고, 남은 모래는 장소가 협소해 주문진 쓰레기 매립장으로 일부 운반해 보관 중이며 나머지는 작업 현장인 신리천 하천부지에 야적 되어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준설된 모래는 철저한 공문과 기록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고 개인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남은 모래량을 확인해 보면 문제가 없음이 쉽게 확인된다. 준설모래의 무단 유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준설공사로 채취된 총 33,000㎥ 모래 중 강릉시가 밝힌 사용 내역은, 주문진 농어촌 도로공사에 1025㎥, 연곡해수욕장에 4,000㎥, 산림자원관리에 800㎥, 방화사 2,400㎥ 등이며 강릉시 화장장 건립 공사장에도 약 4,000㎥ 모래가 성토용으로 공급됐으며, 사용후 남은 모래는 주문진 쓰레기 매립장 두 곳의 야적장에 나뉘어 약 14,000㎥가 야적돼 있으며, 신리천 하천부지에도 약 4,000가 야적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현직 레미콘 업계에 종사하는 건설 전문가와 함께 쓰레기 매립장에 보관된 모래량을 실측을 통해 추정해 본 결과 강릉시가 밝힌 모래량에 비해 절반 가까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돼 제기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쓰레기 매립장의 제1야적장과 제2야적장에 야적된 추정 모래량은 약 7,000~8,000㎥로 강릉시가 남아 있다고 주장한 14,000㎥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였다.

실측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제1야적장에 적재되어 있는 모래는 넉넉히 잡아도 약 7,000㎥ 밖에 되지 않고, 더구나 제2 야적장은 바닥에 모래가 낮게 깔려있어 적재라기 보다는 뿌려놓은듯한 상태여서 장소를 찾기 조차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  강릉시가 약 2,000㎥의 준설모래가 야적 돼 있다고 주장하는 주문진 쓰레기 매립장의 제2야적장(빨간선), 인근 토지 바닥과 높이가 거의 같아서 모래를 쌓아 놓은 야적장이라고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김남권

강릉시가 야적된 모래량이 14,000㎥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모래 운송을 한 25톤 덤프트럭의 운행 횟수와 그에 따른 경비 지급이다. 14,000㎥의 모래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25톤 덤프트럭으로 약 900대 분량이 필요한데, 이것에 대한 송장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래는 남진건설이 K장비 업체에게 하청을 줘 운송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900백대 분량의 운송경비는 강릉시가 남진건설에 공사비로 지급했다고 강릉시 담당자는 밝혔다. 남진건설은 시행사인 (주)대건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신리천 준설을 한 업체다.
 
시행사인 (주)대건의 현장소장은 준설모래량이 많은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평평한 2야적장은 덤프트럭이 자주 다녀서 모래가 다져졌고, 일대가 매립장이기 때문에 지반 침하가 발생해 그렇게 보일 뿐이다”며 “어떤 전문가를 데려 갔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14,000루베가 보관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릉시 환경정책과 담당자 역시 “현장에 직접 나가서 수량을 직접 확인해 봤기 때문에 틀림이 없다”라는 말만 반복했으며, 제2야적장 상태에 대해서는 “빠질까봐 모래를 잘 펼쳐서 잘 정리를 했기 때문에 그렇다”라며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을 했다.
 
쓰레기 매립장에 야적된 준설모래 상당량이 사라진 현 상황을 해석해 보자면 크게 두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강릉시의 주장대로 14,000㎥의 모래가 25톤 덤프차량 900대에 실려 정상적으로 운반되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부족한 덤프트럭 400대 분량의 모래를 누군가 무단 반출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둘째는 준설량 자체가 허위보고였을 가능성이다. 만약 준설량이 허위보고 였다면 운반차량의 운행횟수 등이 모두 허위일 가능성이 크고, 업체에게 지급한 준설공사비와 900대 분량의 운반경비 모두가 문제가 된다.
 
사라진 25톤 덤프트럭 400대 분량의 준설모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지만, 강릉시는 14,000㎥가 맞다는 말만 반복할 뿐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공무원은 “하천 준설로 얻어진 골재가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가 된다면 주변으로부터 많은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허술한 행정에 대해 꼬집었다.
 
신리천 공사의 시행사인 (주)대건은 지난 2011년 8월 최명희 강릉시장의 매형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백상건설에게 7억 5천만원의 하도급을 준 문제로 논란이 됐던 업체다.
 

김남권기자 gorb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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