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선 후보에게 ‘약’이자 ‘독’

네거티브 캠페인 유투브·페이스북 등 사이트 타고 급속 전파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11/15 [11:17]

인터넷, 대선 후보에게 ‘약’이자 ‘독’

네거티브 캠페인 유투브·페이스북 등 사이트 타고 급속 전파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11/15 [11:17]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앞 다퉈 인터넷을 활용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정치자금을 모은다. 또 24시간 계속되는 온라인 선거홍보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하니 조심해야 할 성싶다.

워싱턴포스트가 내년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선거캠페인의 명암을 진단하는 보도를 해 관심을 끈다. 지난 8일 ‘웹은 약이자 독’이라는 기사에서 인기선두에 있는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공화당의 각종 대선 후보자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긍·부정 캠페인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매사추세츠 전 주시사인 미트 롬니의 온라인 선거전략 책임자인 민디 핀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네거티브 수법은 무궁무진하며 바이러스처럼 잘도 퍼진다”며 “웹이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콘텐츠, 바이러스와 같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의 예를 보자. ‘스톱허나우’(닷컴), ‘어게인스트힐러리’(닷컴) 같은 안티사이트가 가동 중이다. 보수진영에서 1990년 이후 그녀의 행적을 추적해(구글 등으로 탐색하면 전부 나옴) 타격을 입히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민주당의 대표 후보인 그녀를 소설 조지오웰의 ‘빅 브러더’로 묘사하는 등 노골적으로 힐러리를 욕하는 비디오 작품들이 세계 최대의 UCC(유저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사이트인 유투브에 수두룩하다.

▲ 대선을 앞두고 미국 대선 후보들과 네티즌들이 각종 포지티브, 네가티브 캠페인 대결을 벌이고 있는 유투브.     © 인터넷저널


온라인 사회정치허브 사이트인 ‘페이스북’(Facebook)도 반 힐러리 왕국이라 할 만큼 안티힐러리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스톱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한 그룹은 50만명 이상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이 사이트 내 대선 후보 관련그룹 중 최대 규모. 힐러리그룹의 지지자가 5만1천명인 것과 대조적이다.

대체적으로 웹은 텔레비전 광고와 우편 등 전통적인 선거캠페인 미디어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말한다. 돈이 덜 들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확신시킬 수 있어서 그렇다는 것. 하지만 왜 그런지 검증된 적은 없다.

유투브 같은 사이트에서 유머와 독창성·창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관심을 끌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작품일수록 반대편에 이용당할 가능성도 커진다.

유투브·페이스북 안티힐러리 천국

온라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살펴보려면 적어도 2000년 대선을 돌아봐야 한다. 당시 존 맥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 공화당)과 부통령 앨 고어에게 쏟아졌던 이메일 공세가 그 예이다. 물론 오늘날엔 무기가 더 많아졌다.

네거티브 선거광고 전문가인 케드린 홀 제이미슨은 “누군가에게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면 멀티미디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뒤, “이메일을 보내고, 유투브에 UCC를 올리고, 당신 사이트와 링크를 걸라”고 충고한다.

웹에서 기술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블로그나 비디오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누군가를 공격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이를 퍼다 옮기고 링크를 걸어놓기만 하면 사실상 상대 사이트를 마비시킬 수가 있다. 익명의 네티즌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민주, 일리노이)의 뉴미디어 캠페인국장 조 로스파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한 번 시작된 캠페인은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 안티힐러리 네거티브 캠페인의 천국이라 불리는 '페이스북' 사이트.  한 정치인그룹 페이지.   © 인터넷저널


2007년까지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네거티브 공격은 ‘마치’ 비디오. 힐러리를 겨냥한 것인데 1984년 애플컴퓨터 광고 아이콘을 활용한 것이다. 전체주의자의 음성변조 목소리를 활용해 힐러리를 깔아뭉갰다. 그 여파로 수많은 힐러리 공격 UCC가 양산됐다. ‘힐러리는 사탄’, ‘자유를 싫어하는 10대 이유, 힐러리 주연’ 등이다.

‘마치’ UCC는 오바마 지지자 작품

힐러리 클린턴을 욕보인 이 작품이 유투브에 오르고 며칠 안 돼 각종 블로그에 이식됐고 링크되기 시작했다. 몇 주 뒤 뉴스로 나올 정도로 확산됐다. 결국 이 작품을 본 사람이 3백80만명에 달할 정도가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을 만든 필 드 빌리는 ‘다르게 투표하라’는 아이디어를 펼쳐 보이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캠페인을 용역 맡은 웹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물론 이 작품은 회사와 무관하게 개인이 만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드 빌리(34)는 “이 비디오가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건 많은 사람 특히 많은 민주당원에게 남들이 말하지 않는 그 무엇을 말했고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예민한 것을 건드렸던 게 주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뉴멕시코 주지사인 빌 리차드슨 후보의 광고사에서 일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런 무차별적 공격을 받는 후보는 힐러리 뿐 아니다. 롬니의 아들이 운영하는 ‘5형제블로그’ 역시 광범위하게 패러디의 소재가 됐다. 누구나 편집이 가능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오바마의 이력은 수차례 덧칠을 당했다. 인종차별적 단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오바마를 ‘오사마’로 바꿔 넣은 적도 여러 번이다.

루돌프 W.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공화당)은 여러 달 동안 유투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한 뉴욕커가 그의 동성애 입장을 비판하는 UCC를 만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UCC에서 줄리아니가 남성동성애를 은근히 지지한다는 비판을 담았다.

월드와이드웹(WWW), 마초들의 천국?

지금도 온라인상에서는 힐러리가 최대의 공격 대상이다. 좌파한테는 그녀의 중도성향이 공격받고 우파한테는 빌 클린턴과 관련된 공격을 받고 있다. 그녀는 온라인의 이런 행태에 대해 아직 적의를 드러낸 적이 없다. 아울러 그녀는 온라인을 통해 지난 3/4분기에만 8백만달러를 모았다.

이에 대해 그녀의 선거참모인 피터 다오우 인터넷팀장은 한 이메일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 캠페인은 온라인상에서 보이는 다양한 관점과 열정적 논쟁을 환영한다.”

그러나 힐러리 진영도 스테판 드모우러가 한 달 전 시작한 안티힐러리 UCC작품 ‘1984’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는 아메리카대 4학년생이며 공화당 뉴햄프셔 대학생조직 대표. 회원만 54만3천명. 지난 한 주간에 무려 1만명이 늘었다.

역시 페이스북에 개설된 조직으로 ‘2008년 대선 안티힐러리’는 6만5천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고, ‘힐러리, 대선후보 사퇴, 샌드위치나 만들어 달라’ 그룹은 2만명의 회원을 가졌다.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강력한 적의가 꼭 여론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 실제 힐러리는 설문조사결과 확실하게 민주당 내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부정적 의견 역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조그비’ 설문에서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녀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08년 미대선은 ‘웹상의 3차대전’

그 이유는 복잡하다. 일부는 인터넷의 정치영역을 남자, 특히 여성혐오증을 가진 구식 남자들이 주도해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이들은 우파들의 음모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또 일부는 힐러리의 개인적 흠결을 꼽는다. 대선레이스에서 최선두에 있는 만큼 찬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처지이긴 하다.

저스트힐러리닷컴의 창립자이자 뉴욕포스트의 정치부장인 그레그 번바움은 힐러리와 줄리아니가 내년 11월 총선에서 마주친다면 “웹상의 3차대전이 될 것”이라며 “전례 없는 UCC(비디오), 블로그, 각종 안티사이트 등 웹에서 구현되는 모든 기술이 총동원되는 격전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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