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선, 중도좌파 알바로 당선

‘빈곤종식’ 공약 내세워 군부우파 출신 페레스 후보 간신히 꺾어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11/07 [17:02]

과테말라 대선, 중도좌파 알바로 당선

‘빈곤종식’ 공약 내세워 군부우파 출신 페레스 후보 간신히 꺾어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11/07 [17:02]
▲ 과테말라 대통령 당선자 알바로 콜롬.   
과테말라 대선에서 절망적 빈곤을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던 중도 좌파 출신 알바로 콜롬 후보가 라이벌인 우파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고 AP통신이 5일 전했다.
 
민족희망일치당(NUHP)의 알바로 당선자는 지난 4일 치러진 퇴역 장성 출신이자 우파인 애국당의 페레스 몰리나 후보와 결선투표에서 53%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47%의 지지율을 얻은 페레스는 반범죄 공약을 내세웠다.

세 번째 대권 도전에 성공한 알바로(56)는 전직 경제부장관 출신. 임명직 마야족 장관도 지냈다. 과테말라에서 마야족이 인구수로는 최대. 그는 일자리, 사법개혁, 사회복지비 증액을 공약했었다.

‘빈곤·범죄·실업’ 3대 난제 해결공약

알바로 당선자는 이제 만성적 빈곤, 만연하는 부패, 급증하는 범죄라는 거대한 세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AFP통신이 6일 보도했다. 알바로는 내년 1월 14일 오스카 버허로부터 대통령직을 넘겨받는다.

폭력과 범죄는 이 나라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지난 한 해에만 6천명이 피살됐다. 이번 선거 때에도 폭력이 난무했다. 9월 1차 투표 때 후보를 포함해 50여명이 살해됐으며, 결선에서도 5명이 희생됐다.

이에 대해 알바로는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먼저 부패한 경찰을 정화하는 작업을 벌이겠다고 맹세했다. 실제 경찰관 상당수가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와 연결돼 있는 상태.

이에 대해 다닐로 파리네오 전 내무장관은 “치안을 확보하려면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더 악화할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다.

알바로는 또 4년 임기동안 70만개 일자리, 20만개 건물을 만들고 최소한 6%대의 성장률을 기록해 빈곤층을 20% 아래로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과테말라의 GDP 성장률은 5%. 빈곤층은 공식 통계에 따르면 1300만 인구 중 50% 수준. NGO들은 빈곤층이 80%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과반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그러나 그의 이 같은 공약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회연구 기관인 ASSR의 루이스 리나레스는 콜롬이 그가 원하는 공약을 다 이루려면 경제성장률을 15% 이상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경비호 폭력·살해범죄 척결 앞장”

▲ 알바로 콜롬 후보의 선거유세 홍보물. 
하지만 방직공장을 10여개 가지고 있는 한 산업엔지니어는 알바로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2가지의 사전 노력을 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나는 1991년 경제부장관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전(1960~1996년)기간 전투에 참여하거나 피란길에 오른 사람들을 돕는 구호청장을 한 일이다.

알바로는 선거기간 내내 집권하면 모든 정치세력과 사회그룹이 참여해 정치비전을 공유하는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는 특히 토착 마야인에게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었다. “난 과테말라를 마야 얼굴을 한 사회민주국가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라디오 방송과 대담서 밝혔다.

9월 치러진 첫 선거에서 페레스와 알바로는 12명의 후보 중 최종 결선 주자로 당선됐었다. 12명의 후보 중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토착민 활동가 리고베르타 멘추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리고베르타는 1차 투표 때 형편없는 득표수를 보였다.

정치평론가는 결선투표 역시 평온한 가운데 치러졌으며 기권율이 50%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간 대통령, 국회, 지방선거 때도 40%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번이 최악이라고 덧붙였다.

그 원인에 대해 남미정치 보도 전문사이트인 ‘업사이드다운월드’는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들이 군벌과 경제(정치)엘리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신세여서 그렇다고 분석했다. 원주민 활동이 활발한 볼리비아와 달리 과테말라에서 사회운동은 미미하다.

라이벌 페레스는 미CIA 끄나풀 출신

실제, 알바로는 자칭 ‘공장의 대부’. 그는 분명 페레스보다는 괜찮은 인물. 과테말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보건, 그리고 복지비 지출을 약속해 군부대를 동원하겠다는 페레스보단 나은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그 역시 국제 자본의 지지를 받는 과테말라 경제엘리트 출신. 카터 센터에 따르면 콜롬은 2003년 대선 때 불법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물론 그는 거듭 부정하고 있다.
 
페레스 몰리나는 스쿨오브아메리카(미CIA가 남미 좌파 정권이나 그들의 집권을 막기 위해 세운 우파 군사전문학교. 남미의 거의 대부분 독재자와 그 수하들이 이 학교출신) 출신.

페레스는 이 나라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군정보부대 G-2 사령관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1996년 평화협정에도 관여해 스스로 ‘평화장군’이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하지만 CIA와 내통하는 군벌출신.

몰리나의 캠페인 상징은 주먹과 철권. 그는 과테말라에서 원성을 사는 청부살인업자와 마약상들에게 따가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필요하다면 군과 경찰을 총동원하겠다”고 선거기간 공언하고 다녔다.

로이터가 보도한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페레스 몰리나 사령관이 거느리는 군부대가 1980년 발생한 서부 엘퀸체지방 집단학살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1994년 한 재판관 암살에도 관여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노벨평화상 리고베르타 관심 못끌어

한편, 과테말라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하던 때가 있었다. 야코보 아르벤스 구스마 정부시절. 하지만 CIA가 사주한 1954년 6월 쿠데타로 문을 닫고 말았다. 그 뒤 수십년간 군부독재, 암살단활약, 36년간의 내전으로 고통을 당했다. 수만명이 암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1996년 12월 29일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내전이 끝났다. 그러나 그 뒤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제도적 인종차별주의, 군경의 직권남용, 범죄 난무, 그리고 빈곤과 불처벌이 과테말라를 괴롭혔다.

성격이 활달하며 사교적인 오스카 버허 현 대통령은 전직 기업인이자 부유한 지주 출신. 그는 토착민을 쫓아내기 위해 집을 불태우고 허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버허는 또 캐나다 광산회사인 ‘골드콥’(전 이름은 글라미스골드)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광업프로젝트를 시행케 하고 반대하는 토착민 항의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군부대까지 동원했다. 버허의 이런 행위는 모두 1996년 평화협정을 위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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