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가는 교육청, 이제 연좌제까지..."

네티즌칼럼 촌지근절 '맑은 교육운동' 환영하나 지나친 측면...

이영일 | 기사입력 2007/10/25 [00:25]

"막 가는 교육청, 이제 연좌제까지..."

네티즌칼럼 촌지근절 '맑은 교육운동' 환영하나 지나친 측면...

이영일 | 입력 : 2007/10/25 [00:25]
▲ 이영일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민간부문과 함께 하는 맑은 서울교육운동 추진계획'은 일선 학교의 촌지 근절을 위한 교육당국의 고민이 그동안 어떻했는지 짐작케 한다. 불법찬조금이나 금품 수수 등의 오랜 악습을 척결하려는 의지는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사교육 학원업자들의 돈벌이에 손을 들어주며 학원시간 마감시한을 10시에서 11시로 변경하는 조례안을 추진하는 시교육청의 행보로 미루어 봤을때, 교육행정을 담당한다는 시교육청 인사들의 발상에 과연 학생·청소년의 입장과 인권의 시각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맑은 교육운동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줄 경우 해당 학생을 성적우수상 대상에서 제외하며, 각종 학교내외 포상 대상에서도 제외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전국 일선 학교의 촌지 적발 건수 중 서울의 경우는 2005년에 17건, 2006년에 1건, 올 해 상반기 3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치상으로 본다면 적어도 촌지 부분에서만큼은 거의 근절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더라도 100% 촌지 박멸을 하겠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해당 학생을 각종 내ㆍ외부 포상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시킨다는 방침은 좀 어이가 없다. 촌지는 비뚤어진 교육관을 가진 학부모와 일부 교사의 비교육적 처사가 합치하여 발생하는 일종의 어른들 잘못이다. 한데 아이에게 가혹한 벌을 주는 건 좀 지나치다고 할까.
 
부모가 잘못한 책임으로 학생이 학교에서 자신의 과오와는 상관없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명백한 연좌제적 인권 침해이자 헌법 제13조 3항의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위반하는 심각한 차별 행위이다.
 
또한 헌법 제6조 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하게 준수해야 하는 ‘아동청소년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 CRC)’에는 ‘교육은 아동의 인격 및 재능,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는 방향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되어 있다.
 
부모의 촌지 거래 행위와는 상관없이 해당 학생은 학교공동체에서 모범적인 학생일 수 있고 언제든 선행을 행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인격과 재능적 방향에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시교육청이 원천적이고 주관적으로 포상 대상에서 이를 박탈한다는 것은 시교육청이 CRC를 전혀 신경쓰지 않거나 또는 그런게 있는지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임을 반증한다.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불이익을 강요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없도록 오히려 앞장서야 할 교육청이 거꾸로 이런 정책을 추진하려 하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접하며 거듭되는 시교육청의 반교육적 처사에 비난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회 등의 불법찬조금 문제, 급식재료와 각종 공사 수주 등에 얽힌 현장 비리를 척결하려는 노력에는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정책과 사업의 방향이라는 것이 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일관성있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시교육청이 한쪽에서는 청소년들을 사교육 시장에 떠밀며 학원시간 연장안을 밀어붙이면서 또 한쪽에서는 교육 현장의 비리 척결를 통해 공교육 인적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며 그 안에서 애꿎은 학생들을 차별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태도로는 단언코 공교육 살리기에 성공할 수 없다.
 
시교육청은 말도 안되는 학생 차별 포상 제외 방침을 철회하고 교육정책이 도대체 누구를 중심으로, 누구를 위해 준비되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촉구한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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