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보호 앞장서는 해괴한 교육청

네티즌칼럼 '미래의 주인공' 성적지상주의 내모는 처사 중단을

이영일 | 기사입력 2007/09/09 [20:36]

학원 보호 앞장서는 해괴한 교육청

네티즌칼럼 '미래의 주인공' 성적지상주의 내모는 처사 중단을

이영일 | 입력 : 2007/09/09 [20:36]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미래 한국 사회의 잠재적 구성원으로서 청소년시기에 학업과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청소년의 건강성이 그 사회의 발전적 척도를 진단하는 지표의 상징으로 본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꿈과 이상이 미래가 아닌 현재 이 당대에도 충분한 보호와 육성의 환경속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학 지상주의에서 능력 중심주의로 전환해 가는 사회를 통해 수동적 공부벌레형 학벌 인재가 아닌 창의적 민주시민형 능력을 갖춘 리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제반 환경적 시스템을 어떻게 얼만큼 준비하고 갖추어 가야 하는지의 중요성도 같이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사회의 청소년들은 학벌로 평가되는 미래의 소수 주인공들을 위해 청소년보다 학생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해진 채 입시 체제속에서 자신의 능력과 꿈을 차압당하며 고강도 학업 노동으로 시들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학벌 지상주의와 입시위주의 청소년 정책을 개선해 가려는 국가의 노력은 시대를 선도하기는 커녕 거꾸로 내달리는 혼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16개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 주요 골자는 현행 밤 10시까지로 제한되어 있던 사설 학원 교습 시간을 11시까지 1시간 더 연장하거나 아예 제한 기준을 두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이 10시에서 11시까지로 시간 연장을 추진하던 안을 서울시의회가 지난 5일 일단 보류시키긴 했으나 이같은 교육청들의 해괴한 집단적 발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다.

학원 심야학습 연장 문제는 청소년의 수면권 침해에 정신적, 신체적 성장 장애, 심야 범죄 노출, 사교육비 절감 정책 역행, 공교육 부실화 등 장점보다는 문제점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실례로 서울시교육청이 작년에 자체 조사한 설문에서도 학부모의 65.3%와 교사의 82.5%가 학원 교습 제한시간을 밤 10시로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다. 같은 정부기구인 국가청소년위원회도 지난 30일, 이 방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이 정책을 현재 지지하거나 추진하는 곳은 교육청들과 학원뿐이다. 학원측이야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먼저 챙기는 게 생리이자 그 목적이기에 그렇다 쳐도 공교육을 바로 세우도록 고민해야 할 교육청들이 사교육업체인 학원측의 논리를 더 많이 수용한 건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다.
 
‘어차피 지금도 10시 넘어서 교습을 하는 것이 많은데 차라리 이를 합법화시켜주자’는 해괴한 논리를 형성케 하고 ‘10시나 11시나 심야학원 영업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이를 굳이 하지 말라고 제한할 필요가 있냐’라는 전형적인 사교육업체스러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조례 개정으로 밀어 부치려 한 건 유감스러운 모습이다.

학원도 청소년에게 교과 과목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교육적 기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학원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공교육이 미치지 못하는 공백을 보조하는 수단이자 장소이지 공교육과 동등하거나 또는 그 역할을 넘어서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청은 이 문제에 대해 일차적으로 청소년단체와 학부모, 교육단체 등 관련단체들과 충분히 상의했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1시간 연장이냐 아니냐라는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인권과 보호에 연계된 중대한 문제이며 그 비판의 대상이 교육정책의 최일선 기관인 교육청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은 단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 시대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주인공으로 대접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미래 성인으로 성장해서도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그 위치에 맞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말로만 청소년이 미래의 희망이라면서 온 나라 청소년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내돌리며 퀭한 눈으로 밤거리를 배회하게 만드는 나라, 청소년에게 꿈을 가지라 하면서 건강한 문화환경을 제공하지는 못할망정 입시체제속에 학습 학대를 강요하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어찌 청소년을 위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자신이 있겠는가. 그러면서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주인공으로 바로 서라고 할 자격이 어디에 있겠는가. 교육청들의 집단 각성과 조례안 철회를 촉구한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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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가찹니다 2008/03/14 [14:42] 수정 | 삭제
  • 아무리 잡아 족쳐도 강간 사건은 일어나지. 어차피 일어나는 것 합법화 하지. 몸이 뜨거워 아무 남자 하고도 하고 싶어하는 여자도 있는데 왜 불법으로 막아 !! 내참.
    같은 논리잖아 이 교육청 000 아. 욕 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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