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청소년이 희망'이라는 사회

네티즌칼럼 "사행성게임 추방 캠페인중 학교서 비 피하다 홀대"

이영일 | 기사입력 2007/09/02 [15:03]

말로만 '청소년이 희망'이라는 사회

네티즌칼럼 "사행성게임 추방 캠페인중 학교서 비 피하다 홀대"

이영일 | 입력 : 2007/09/02 [15:03]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흥사단은 청소년유해환경 추방을 위한 각종 활동과 특히 초등학교 앞 문구점 등에 설치된 사행성 미니게임기 감시 고발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가청소년위원회 지정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다. 지난 9월 1일에도 양천구 인근 지역에서 계도활동을 전개하였고 그런 감시활동과 거리 캠페인을 많은 시민들과 학부모들에게 알려 어린이들을 유해환경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로 한 방송사가 캠페인 광경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공교롭게도 비가 많이 왔다.
 
우리야 우중에서도 계도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으나 방송사 카메라에 물이 계속 들어가 촬영하기 힘들어 난감했었는데 마침 주위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건물 밑 공터가 있는 한 고등학교가 있어 잠시 비를 피하며 관계자 인터뷰 장면만 잠깐 촬영하려 했다.

"이 학교를 촬영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학교 행정직원인 듯한 한 여성이 나와 퉁명스러운 투로 무엇을 촬영하는 것이냐고 물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행성 게임기 추방 캠페인의 취지를 소개하고 "비가 너무 와서 난감해하던 중 비를 잠시 피할 공간이 있어 아주 잠깐 캠페인 관계자 인터뷰와 초등학생들과 대화 장면만 촬영하고 금새 가겠다. 이 고등학교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고 대답해 줬다.
 
▲ 서울흥사단의 한 고교단체가 대학로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서울흥사단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와 학생들 교복이 나오면 안되니 다른 곳으로 가라, 그렇지 않아도 우리 학교가 저번에 다른 TV에 나와 민감하다"며 거의 쫓아내듯 했다. 우리는 촬영 내용에 고등학생 교복이나 학교 모습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우리 학교에서 촬영하려면 공문을 보내던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서 촬영하라"며 막무가내였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어린이,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 보호하자는 활동에 교육의 최일선 현장인 학교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자기네 학교 이미지 관리에나 신경을 쓰고, 아무리 그래도 우중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청소년 건전 육성 홍보를 위해 학교 내부도 아닌 입구 근처 건물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있는데도 나가라며 쫓아내듯 하는 것이 우리네 학교의 현 주소인가.

 
"공문을 보내던지 딴 데로 가라"
 
말로만 청소년 보호를 외치지만 정작 그런 활동에는 거의 관심도 없는 학교, 시민단체나 청소년단체들의 청소년 보호활동 노력에 감사해하고 조력할 자세보다는 혹시 우리 학교가 구설수에 휘말리지나 않을까, 별로 달갑지 않은 내용의 언론에 굳이 우리 학교가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이미지 관리나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는 그런 사람들이 학교에 존재한다면 청소년 건전 육성은 일선 학교에서 한낮 허망한 구호로만 존재하겠다 싶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밤 10시 이후에도 학원교습을 허용하는 한심한 법안을 밀어부치는 것을 보며 '이 나라가 말로만 청소년이 미래의 희망이라고 외치지 정작 실생활에서는 청소년은 뒷전이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다시 비속으로 나가 불법 사행성 게임기 추방 홍보 전단을 건네기 시작했다. 복잡한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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