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뿐인 물가안정책, 서민 목줄 죈다

부처간 따로놀며 대중교통요금 15% 인상, 서민 위한 정책이라?

이영일 | 기사입력 2011/07/05 [14:03]

구호뿐인 물가안정책, 서민 목줄 죈다

부처간 따로놀며 대중교통요금 15% 인상, 서민 위한 정책이라?

이영일 | 입력 : 2011/07/05 [14:03]
‘집에 그냥 있는 것이 돈 버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나가기만 하면 다 돈이라는 자조섞인 이 말은, 서민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반증하는 것으로 돈 만원 가지고는 이제 어디가서 행세하기에도 어려울 지경에 이른지 이미 오래다. 입만 열면 국민의 주름살을 피기 위해 서민경제와 물가를 잡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껍질을 까보면 도대체 서민들 보고 죽으라는 건지 살라는 건지 그 본심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은 실망스럽다.

서민들의 발인 버스와 지하철등의 하반기 15.1%인상 내용을 담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하반기 지방 공공요금 조정 가이드라인'의 발표는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그들의 설명과는 달리 정작 당사자인 서민들의 목줄을 죄기에 충분하다.

6월 3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5개 정부부처 합동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경제회복 온기를 국민들이 체감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날 행안부는 서민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발표한 셈이다.
 
▲ 대중교통요금 등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을 보도하는 한 뉴스채널 화면 갈무리.     © 인터넷저널


이는 불과 6개월여전인 1월초 행안부 맹형규 장관이 7개 부처 합동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동결하겠다고 한 것을 보기좋게 뒤집는 내용이다. 게다가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 산정도 잘못 계산해 추가 보도자료를 내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행안부는 대중교통요금과 상하수도요금 4종의 공공요금 손실보전에 2조3천억원을 투여했고 서울의 경우 2009년 버스요금 적자 5,476억, 지하철의 경우도 전국 7개 도시철도공사의 당기순손실이 지난해 총 8,706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해야 하고 상하수도 요금도 OECD 30개국과 비교해 가격이 낮고 원가대비 요금현실화율이 낮아 불가피하게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업계의 적자가 국민들의 탓도 아니고, 국민들이 적자 손실을 대신 감당해 요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가를 잡겠다면서 공공요금을 올리고 공공요금을 올리면 또 물가가 뛰는데 도대체 왜 물가를 공공요금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건지, 그게 정말 최선인건지 정부 부처까리도 입이 맞지 않아 보이는데 이를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곤란하다.
 
게다가 행안부의 지역발전정책국 관계자는 이 가이드라인을 기획재정부, 소비자단체등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하는데 이는 기획재정부가 외치고 있는 물가안정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돼 재정부로부터 어떤 의견을 수렴했다는건지, 도대체 어떤 소비자단체가 이런 시기에 대중교통요금 인상 의견을 냈다는건지 그 내용도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가 정말 국가 경제와 서민 물가안정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 내놓아야지 불가피하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제시하고 논리를 합리화시키려는 그런 정책으로는 서민들의 무거운 어깨와 피곤한 발걸음을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정부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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