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는 가슴으로, 민주회복은 행동으로"

[이기명 칼럼] "5월은 해마다 온다, 이제 우리 치열하게 투쟁"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05/27 [09:30]

"추모는 가슴으로, 민주회복은 행동으로"

[이기명 칼럼] "5월은 해마다 온다, 이제 우리 치열하게 투쟁"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05/27 [09:30]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노란 풍선과 노란색 바람개비가 거리를 메우며 추모객들을 반기고 있다. ⓒ유성호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봉하마을 입구부터 인파로 길을 메웠다. 일컬어 노무현 색깔이라는 노란 물결이 길에 넘친다. 선거 때 지지자들이 흔들었던 노란 손수건. 이제 비 오는 날, 그를 그리는 노란 색깔로 변했다.
 
비는 참 줄기차게 내리는구나. 서울에는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는데 봉하에는 왜 이렇게 내리나. 작년 오늘에도 비는 억수로 내렸다. 저마다 나름대로 해석이지만 나는 하늘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했다.
 
눈을 들어 위를 보면 저기 부엉이 바위가 언제나처럼 무심하게 내려보고 있다. 이제 바위는 역사의 현장이다. 얼마나 많은 눈들이 저 바위를 보며 목이 메었을까. 눈물을 삼키었을까.
 
2년 전 그날 새벽. 집을 나서 한 발 또 한 발, 산을 오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이제 다시는 내려올 수 없는 마지막 길 위에 얼마나 많은 말들을 쏟아 놓으셨을까.
 
바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어릴 적 뛰놀던 기억을 되살렸을 것이다. 인생이 길다고 하지만 기억 속에서는 순간이다. 순간에 기억이 모두 살아난다.
 
사랑하던 사람들, 아낌없이 사랑을 주던 사람들, 산 위로 자신을 오르게 한 사람들, 그 모두의 얼굴도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생명보다도 더 사랑한 대한민국의 국민들. 그는 생각에 끝에서 운명을 생각했을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 줄기 바람인 것을, 지나가 버리면 끝인 것을. 그러나 남은 것이 있었다. 그를 사랑한 그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은 지금 쏟아지는 빗속에서 부엉이 바위를 바라보며 다시 눈물을 쏟는다.
 
이제 살아있는 자들의 추모는 가슴에 담아 두어야 한다. 그가 목숨을 던진 의미를 가슴에 담아야 한다.
 
한순간에 마무리 지었다. 법을 팔아 온갖 악행으로 핍박하고 그가 사랑하던 모든 것을 강탈해 간 자들. 그들은 죄인이 되었다. 그를 물어뜯던 언론이란 개들도 죄인이다. 역사와 더불어 영원한 죄인이 되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묶인 사슬을 풀 수 없다. 그게 역사다. 영원히 그들을 단죄할 것이다.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어도 제아무리 법으로 철갑을 둘러도 역사의 준엄한 선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비수를 겨누고 손톱을 세워 덤벼들던 무리들을 심판했다. 역사의 죄인으로 단죄했다.
 
노무현은 이제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척박한 땅에 정의를 심은 선구자로 영원히 남는다. 이제 우리는 그가 뿌린 민주주의의 씨를 아름답게 피어나게 할 운명적 사명을 지고 있다. 우리는 투쟁해야 한다.
 
5월은 해마다 온다. 5월은 노무현이다. 우리는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 추모는 가슴에 담고 투쟁은 온몸으로 해야 한다.


후안무치의 극치, 반값 등록금
후안무치란 말은 언제 써야 하는가. 굶어 죽은 다음에 진수성찬 대접인가.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값이란 말을 듣고 분노를 넘어 허탈해진다. 후안무치란 이런 경우를 두고 쓰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왔다. 어차피 성사될 리도 없고 성사시킬 생각도 없는 사기지만 막말로 막판에 무슨 짓인들 못 하랴. 자포자기적 심정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다.
 
당대표 황우여는 “대학 등록금이 무상인 나라도 있다”며 “무상으로 할지, 반값으로 할지, 국민의 결단과 의견이 필요하다”고 했다. 급하긴 급한가 보다. 아무리 급해도 바지 끈은 끌러야 일을 본다. 가증스러운 인간들이다. 이제 국민의 결단이 필요하단다. 언제는 국민이 반대했느냐.
 
똑똑하다는 김성식은 한 발 더 나간다. “기초생활 수급계층은 사실상 무상에 가깝게 장학금을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이면 사실이지 사실상은 뭐냐. 공짜면 아주 화끈하게 줘라. 김성식은 운동권 출신이 아니던가.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다. 그러나 등록금 못 내서 생목숨 끊은 대학생들 억울해서 어쩌나. 참으로 더럽고 추한 인간들이다. 굶어 죽은 것이 불쌍하다고 장사지낸 다음 갈비찜 밥상 차려 주느냐. 똥끝이 타는 모양이다.
 
지난 선거 때 뉴타운인지 뭔지를 들고 나와 금배지 주운 한나라당 의원들 많다. 그 후 뉴타운 꿈이 어떻게 걸레가 되었는지 잘 알 것이다. 선거는 돌아오고 모조리 오리 알 신세가 될 것 같으니 아무 소리나 지껄이는 모양이지만 이제 국민도 다 안다. 얼마나 양아치 같은 속물들인지.
 
등록금 벌려고 술집에 나가 별짓 다 하면서 술 따르고 그래도 안 돼서 빚지고 그러다가 타락하고 목숨 끊은 여대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있는가.
 
남학생들도 온갖 알바 다하고 ‘호스트바’에서 돈 많은 유부녀한테 별의별 서비스 다 하지만 천만 원씩 하는 등록금 무슨 재주로 낸단 말인가. 자포자기 끝에 목숨 끊는다는 소리 귀가 먹어 못 듣는 것인가.
▲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추진 발언은 기만”이라며 조건없는 반값 등록금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좋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한다는 건데 그걸 어떻게 믿어. 각서 써도 못 믿는다. 방법은 딱 하나 있다. 그러면 믿는다. 한나라당이 국회 제1당이다. 내년도 대학신입생 입학정원 따져보고 그 인원이 내야 할 반값 등록금을 학교에 미리 내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믿을 것이다.
 
이런 저런 법 때문에 못한다고 하겠지. 언제 너희들이 법을 그렇게 잘 지켰더냐. 그런 법 만들면 반대할 국민 하나도 없고 그렇게만 한다면 대학생들 표 모두 한나라당에 줄 것이다.
그거 못하면 거짓말이다. 발등에서 불이 타오르는데 무슨 짓은 못하겠느냐만 이제 국민들도 양아치 같은 수작에는 절대로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더 속여 먹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 한두 번 속았나.
 
원래 ‘반값 등록금’은 대통령 선거 공약이다. 그걸 무쪽 잘라먹듯 하더니 이제 다급해지니까 들고 나오나.
 
야당이 주장하니까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비난하다가 이제 ‘구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비난을 해. 그러면서 국민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웃긴다. 언제는 국민의 결단이 있어서 맘대로 했는가. 4대강은 국민의 결단으로 마구 파헤쳐 모두 망가트려 놨는가. 뉴타운은 국민의 결단으로 사기 쳤는가. 부자 세금 깎아 주는 거 국민의 결단이었는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느냐, 유상으로 하느냐의 문제”라며 ‘무상등록금’ 가능성까지 벌려 놨으니 그야말로 이제 등록금 없는 교육의 천국이 될 모양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끝 모르게 폭락한다. 내년 총선에서 궤멸이 뻔하다. 거짓말하고 떨어져 죽으나 그냥 죽으나 이판사판이란 생각인 모양이지만 자식들 생각해서 사기꾼 소리까지는 듣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은 청문회에 나오는 고위공직자 후보들로 충분하다. 불법과 부정과 거짓말의 교과서를 펼쳐 놓은 것 같다. 선생님도 필요 없다. 그들이 국회에서 국민을 향해 가르친다.
 
야당들에 제안한다. 정부가 등록금의 절반을 각 대학이나 은행에 미리 내는 선납제를 실시하라고 제안을 해라. 안 들으면 거짓말하는 것이다.
 
이제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 한다. 입으로 무슨 말을 지껄여도 믿으면 안 된다. 자신들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이런 것을 제 무덤을 제가 팠다고 하는 것이다.
 

2011년 05월 25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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