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3일 개봉 '아마겟돈 타임', 80년대 미국인 저런 시절 있었나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2/11/11 [10:47]

[영화] 23일 개봉 '아마겟돈 타임', 80년대 미국인 저런 시절 있었나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2/11/11 [10:47]


1980년 뉴욕의 한 공립학교. 6학년이 된 폴(뱅크스 레페타 분)은 개학 첫날부터 장난치다가 담임에게 찍힌다.

그래서 기다리던 체육시간에 같이 참여를 못 하고 교실에 남아있게 된다.

그는 첫날부터 담임에게 찍힌 또 다른 학생 죠니(제일린 웹 분)랑 친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죠니가 가져온 담배(사실은 담배가 아닌 마약이었다)를 피우다가 담임에게 걸려 엄마(앤 해서웨이 분)가 학교에 불려온다.

지역 교육위원회 출마를 앞둔 에스더는 폴에게 어디서 유급한 녀석과 어울려 다니며 나쁜 짓만 골라 하느냐며, 집에 가서 아빠(제레미 스트롱 분)에게 다 이르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 폴은 아빠에게 두들겨 맞을까 봐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해 문을 잠그지만, 부인에게 얘기를 들은 어빙은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폴을 개 패듯이 팬다.

폴의 부모는 학교가 학생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며 폴을 전학 보내려 한다.

믿었던 외할아버지(안소니 홉킨스 분)마저 처음 미국에 이민 와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면서,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배워야 한다며 폴의 전학에 찬성한다.

교복에, 007 가방을 챙겨 들고 학교에 간 첫날부터 폴은 쉬는 시간에 찾아온 죠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들이 “저 깜둥이 누구냐?”고 묻자 대충 얼버무린다.

얼마 후, 학교생활이 어떤지 묻는 외할아버지에게 폴은 애들이 흑인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할 때 기분이 나쁘지만 당연히 가만히 있었다고 답한다.

이에 외할아버지는 폴에게 가만히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며, 앞으로는 그럴 때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할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어빙이 에스더에게 폴이 학습진도도 느리고, 잠재력도 없어 보이는 데다, 예술가가 되겠다는 말이나 하는 현실감이 없는 애인데 그 비싼 학비를 (그동안 도와주던 장인도 없는데)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부모의 대화를 엿들은 폴은 죠니와 함께 가출할 결심을 하고, 폴이 다니는 학교에 가서 컴퓨터를 훔쳐 전당포로 간다.

죠니가 평소 친분이 있다며 혼자 전당포 안으로 들어가자, 흑인 소년이 어디서 이런 고가의 장비를 가져오나 싶어 주인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그렇게 폴과 죠니는 경찰에 연행되고, 마침 담당형사와 폴의 아빠가 안면이 있는 사이라 모든 죄를 죠니에게 묻는 쪽으로 매듭짓는다.

폴의 아빠는 집에 도착해 차 안에서 폴에게 원래 세상이 이런 것이라며, 너도 그냥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영화 <아마겟돈 타임>은 198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실제 감독이 살았던 집에서 불과 27미터 떨어진 집에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촬영했다.

폴의 외할아버지와 아빠의 옷은 각각 실제 감독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 당시 입었던 옷이고, 폴의 엄마는 그 당시 찍은 감독의 엄마 사진을 참고해 비슷한 옷을 입었다.

그만큼 과거를 그리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의 사회적 인식도 엿볼 수 있다.

“나는 뒤에도 눈이 있다”면서 폴의 담임은 폴이 벌 서면서 장난치자, 그 옆에 있던 가난한 흑인 학생 죠니를 혼낸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훔쳐서 팔자고 제안한 건 폴이었지만, 결국 모든 처벌은 죠니만 받게 된다.

폴이 새로 전학 간 명문 사립학교의 백인 아이들은 죠니가 폴의 집에 한 번 놀러온 적 있다는 말에, 무슨 큰 사건이나 되는 듯이 “얘네 집에 깜둥이가 왔대”라며 소문을 낸다.

지금은 흑인이 미국 대통령도 되는 시대임을 생각하면, 불과 40년 만에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엿볼 수 있다.

또, 폴의 아빠는 아들이 잘못하면 무조건 매로 다스린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은 그에게 통하지 않는 듯하다.

지금은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어도 함부로 아이를 때리지 못하는 시대임을 생각하면, 어떻게 저런 시절을 거쳐 왔나 싶을 정도다.

아마도 지금이 10·20대가 이 영화를 본다면, 이해가 도통 안 될 장면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던 시절을 거쳐 지금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기에 그것을 기록하는 차원에서 이 영화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 2060년, 지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떻게 저러고 살았을까?”라며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1980년대 미국인의 사고(思考)를 잘 보여주는 영화 <아마겟돈 타임>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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