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길이 나타났다, 날자, 날자, 날자”

[버마작가모임 창작시 연재1] ‘한국·버마 문학교류의 밤’ 발표작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9/11/20 [15:25]

“새의 길이 나타났다, 날자, 날자, 날자”

[버마작가모임 창작시 연재1] ‘한국·버마 문학교류의 밤’ 발표작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9/11/20 [15:25]
버마 저항시인 킨 아웅 에이를 초청해 11월 초 열렸던 ‘한국·버마 문학교류의 밤’에서는 초청시인의 시와 강연 뿐 아니라 한국·버마 시인의 창작시 14편이 추가로 발표됐다. 이에 본지가 이 시들을 연재한다.

‘한국·버마 문학교류의 밤-슬픔은 역사로 살아 있다’은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마포에 있는 이원문화센터에서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회장 임동확) 주최(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작가회의)로 열렸다.

작가모임 회원과 버마NLD한국지부 회원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영직 시인의 사회를 시작된 이날 행사에서는 초청 버마시인 킨 아웅 에이(Khin Aung Aye)가 시 낭송과 ‘버마 현대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킨 아웅 에이’ 초청 시낭송 행사
 
이어 14편의 창작시와 1편의 버마 애송시 낭송이 이어졌다. 창작시 낭송에는 12명의 버마작가모임 회원과 2명의 국내 거주 버마인이 자작시를 가지고 참여했다.

▲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이 버마 저항시인 킨 아웅 에이를 초청해 지난 4일 개최한 '한국·버마 문화교류의 밤' 행사. 맨 오른쪽이 효림 스님, 그 곁이 킨 아웅 에이. 맨 왼쪽은 민영 시인.     © 최방식 기자


시 발표에는 민영, 박홍점, 최기순, 나해철, 조정, 성향숙, 서홍관, 김이하, 김자흔, 박설희, 정종연, 조용숙 시인과 국내거주 버마인 양나 잉툰, 따야 민카익 시인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교류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낭송 뿐 아니라 양국 문화예술인이 참여해 흥겨운 노래하고 춤추며 기악을 연주하는 시간도 가졌다.

먼저 삼청각 상설무대 안무감독을 역임했던 춤꾼 이지연씨의 ‘평화를 위한 진혼, 도살풀이’, 기악 연주가 박혜원씨의 플룻 연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재학중인 백소망 양의 창이 이어졌다. /기자주
 

 새의 길

민영
 
▲민영 시인.     © 최방식 기자
길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다
길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우거진 수풀과 돌무더기를 헤치고
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섰을 때
길은 끊어지고 흔적조차 없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뒤쫓아오는 두려움에 식은땀이 흐를 때
강 건너 저편에서 불 하나가 보였다
소리 없이 흐르는 캄캄한 강물
더는 망설일 틈이 없었다
몸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자
눈 앞에 새의 길이 나타났다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
 
민영(閔暎, 1934~) 시인 - 강원도 철원 출생. 1959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단장’,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등이 있음. 만해문학상 수상. 민영시인의 소개 시 ‘새의 길’은 이날 행사 축시로 발표됐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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