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요즘 뜨는 소설책? '인목대비'·'죽음에 대하여'·'행운을 빕니다'

방서지 기자 | 기사입력 2020/12/06 [11:27]

[책] 요즘 뜨는 소설책? '인목대비'·'죽음에 대하여'·'행운을 빕니다'

방서지 기자 | 입력 : 2020/12/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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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한 달 정도 남은 지금, 가을은 지나가고 초겨울 냄새가 난다. 따뜻한 차 한 잔과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 소설책을 읽기 좋은 때다. 사실 연말이 되면 여러 행사와 약속으로 정신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번 달에 미리 마음에 드는 책 한 권과 차분히 일 년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 준비한 책은 신작 소설들이다. 얼마 전에 발간되었지만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사랑받기 시작한 소설들을 위주로 꼽아보았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했던 이들이라면 주목해도 좋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부터 작가의 삶을 담아낸 소설, 한국형 환상소설까지 다양하다.

 

누구보다 먼저 읽는 따끈따끈한 11월 신작 소설 3권이다.

 


 

첫 번째 책은 이재원의 ‘인목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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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목대비와 광해군의 애증적 운명에 서궁 유폐만이 그녀의 보호막이었다는 작가적 반전 시각이 돋보이는 역사소설이다.

 

가장 위험한 정적(政嫡)임에도 불구하고 인목대비를 치열한 당쟁 속에서 지켜내고자 갈등하는 광해군의 이면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그는 새어머니 인목을 남몰래 연모했으나, 그녀에게 그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철천지원수일 뿐이다. 두 인물 간에 빗나간 애증의 운명 곡선을 임진왜란, 계축옥사와 인조반정 등을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얄궂은 인연 때문인지 인목을 먼저 만난 것은 광해였다. 이미 필운동 복사꽃 봄나들이에서 입궁 전 인목을 운명처럼 만나고 먼발치에서나마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금실 나비 수 향낭을 전달하며 마음을 준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부왕인 선조의 계비이자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새어머니로 궁에 들면서 세자인 광해의 마음에는 연민의 복선이 깔린다. 4년 만에 인목대비로부터 적자인 영창대군이 출생하지만 이내 선조가 승하하면서 왕위계승에 대한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인목대비는 그동안 서궁마마 또는 형인 광해군에 의해 어린 나이(만 8세)에 비참한 죽임을 당한 영창대군의 어머니로,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던 불운의 여인으로 알려져 왔다. 인목대비는 모든 여인이 꿈꿀 수 있는 권력의 최고 정점에 서 있었지만, 영예와 치욕이라는 변곡점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런데 광해군은 역모라는 미명 아래 인목대비의 집안을 사지에 몰면서도 끝내 그녀를 폐출시키거나 사약을 내리지 않았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의문을 품었다. ‘광해군이 경운궁 안에 인목대비를 가둬두고 고립시킨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연모와 증오라는 감정 복선이 징검다리가 되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지게 만든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이러한 상상력이 이 소설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광해에게 또 다른 역모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은 광해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단의 사랑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광해군과, 지아비 선조가 죽은 뒤 믿고 의지하고자 했던 광해군에 의해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인목대비의 슬픔이 마침내 복수의 칼끝이 된 단죄 장면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다. 이 단죄 장면으로 광해군은 폐위되고 인목은 대비로 복원되고 인조는 반정에 성공하면서, 소설의 대단원은 마무리된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이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이 땅이 상처받고 곪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 무력감에 빠진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싶은 자, 그 가운데서도 자식을 앞세운 부모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 꼭 읽히고 싶다. 그들이 광해군과 인조를 반면교사 삼아 이 땅에 꼭 필요한 이상적인 리더가 되기를 바라본다.”라고 책을 소개했다.

 

[도서정보]

도서명: 인목대비

지은이: 이재원

출판: 살림, 448쪽, 1만6천원, 2020.11.14.

 


 

두 번째 책은 유용주의 ‘죽음에 대하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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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2000년 ‘실천문학’ 가을호에 소설을 발표한 이후 20년 만에 펴내는 첫 소설집이다. 책 속에는 모두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저자는 그동안 5권의 시집, 2권의 장편소설과 5권의 산문집을 펴내는 등 활발하게 문단 활동을 해왔다.

 

장편소설이나 산문집에서 이미 보여준 바가 있지만 저자의 문체는 독특하다. 소설가 김종광은 저자의 문체를 두고, 두 가지 문체를 구사하는데 “우리말의 독특함과 가락을 절묘하게 혼합한 용주체”와 “명확하고 단호하고 호방하고 간결한, 야수의 절규와도 같은 야수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로 “산문은 용주체”가, “시는 야수체”가 구사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의 소설은 문체도 문체지만 종래의 소설에 대한 관념을 일거에 뒤흔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고 전한다. 소설적 구성이나 인물 묘사 등에서 기존의 소설적 문법을 전혀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읽어가는 데 속도감이 생기고, 읽고 나면 묵중하게 가슴을 흔들어 놓는 감동이 다가온다. 아마도 머릿속에서 짜낸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이야기를 진솔하면서도 거리낌 없이 펼쳐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입심 좋게 구사되는 소설들은 마치 어떤 한 인물의 생존투쟁기처럼 읽힌다.

 

8편의 소설 가운데 ‘디오게네스’와 ‘콩 볶는 집’과 ‘오래된 사랑’을 제외하면 모두 신산스럽고 안타깝게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나는 그 애틋한 이야기들을 투덜대거나 화를 돋우는 어투로 독자에게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고주망태와 푸대자루’에서는 친구와 함께 고주망태가 된 다음 날 새벽에 잠에서 깨어 큰형을 중심으로 한 푸념 섞인 듯한 가족이야기를 묻고 들려준다. ‘검정구두’ 역시 행방불명이 되기도 하는 작은형의 이야기를, ‘불’에서는 나이차가 많은 막냇동생에게 들려주는 가족의 이야기를, ‘호줏기’는 큰형이 죽은 이후의 이야기를, ‘황산벌’은 결혼 이후 처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가족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들은 가족의 죽음이 동반되는 삶에서의 서글픔과 계속되는 삶의 고단함에서 오는 씁쓸한 비애가 묵중하게 실려 있는데 유용주는 특유의 해학적 필치로 독자를 울렸다 웃겼다 하고 있다.

 

이렇듯 흔히 가족은 끊임없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관계의 존재들이지만 종종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존재라는 세속적 명제를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도서정보]

도서명: 죽음에 대하여

지은이: 유용주

출판: b, 1만4천원, 2020.11.11.

 


 

세 번째 책은 김이환의 ‘행운을 빕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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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모두가 코로나 종식을 바라는 와중에 저자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상자를 건넨다.

 

상자 속에는 열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이 등장한다. 성별도, 연령도, 직업도 다양하며, 각기 원하는 소망도, 소원도 다르고 결과 역시 상이하게 다가온다. 어떤 이야기는 대화문으로만 구성되기도 하는 등 형식마저 넘나든다. 저마다의 마음과 무게로 빌었던 소원들. 이는 작든 크든 그들의 마음속에서 나온 일종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작품 속 누군가는 삶의 가치를 모르고 살아갔던 생을 연장하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큰 대가를 지불하기도 하고, 당연히 옆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야 ‘더 잘해 줄걸’하며 후회로 살아가기도 한다.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수월하게 읽힌다. 이야기 하나를 읽는 데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얼핏 보면 어렵지 않은 동화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스스로에게 진중한 마음으로 묻게 된다. ‘만일 내가 흰 상자를 받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바라게 될까?’하고 말이다. 상자로부터 촉발된 욕망은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단순한 환상소설이 아니라 때론 동화처럼,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인간의 고뇌와 두려움, 희망을 내재하고 있다.

 

인간은 욕망덩어리다. 기본 욕구뿐만 아니라, 명예욕, 권력욕, 소유욕 등 다양한 욕구가 우리의 의식과 마음을 움직인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의 원인을 욕망에 있다고 보았다. 이에 인간의 인생을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은 쉽사리 충족되지도 않고, 충족되었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새로운 욕망을 부르며 고통으로 남는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순수한 정신도 마찬가지다. 오직 사랑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을 것 같았던 누군가에게도 이미 얻은 사랑은 이내 권태가 되어 새로운 욕망으로 빠져들게 한다.

 

고상하고 순수해 보이는 마음일지라도 그 감정의 이면에는 더욱 근본적인 인간의 ‘의지’와 ‘욕망’이 깃들어 있다. 동물이나 식물은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 괴로움을 품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히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 내지는 두려움을 품고 고뇌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들이다.

 

소원 상자를 전해 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악마일까, 천사일까. 상자에 소원을 비는 사람들 저마다 다른 소원과 최후를 맞이하는 열 가지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지, 당신이 열한 번째 상자의 주인공이 된다면, 무슨 소원을 빌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도서정보]

도서명: 행운을 빕니다

지은이: 김이환

출판: 들녘, 376쪽, 1만4천원, 2020.11.07.

 

[북라이브=방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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