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착각, 그리고 '고 라이트'

[기자칼럼] 유럽우파 한국선 좌파라 할정돈데 단순비교 사실왜곡

서문원 기자 | 기사입력 2009/10/04 [20:15]

조선일보의 착각, 그리고 '고 라이트'

[기자칼럼] 유럽우파 한국선 좌파라 할정돈데 단순비교 사실왜곡

서문원 기자 | 입력 : 2009/10/04 [20:15]
지난 달 28일 독일총선에서 33.8%의 투표율을 기록한 기민-기사연합이 친기업정당인 자민당(FDP)의 약진(14.6%)에 힘입어 11년만에 우파연정에 성공했다. 같은 시각 안젤라 메어클(기민당) 독일총리는 좌파정당의 완벽한 승리를 기념해 "Go~ Right" 라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뒤이어 29일 조선일보가 메인상단에 "유럽,Go~ Right"라는 제목으로 독일우파정부의 승리를 보도했다. 덧붙여 유럽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독일마저 우파정부를 갖게된 점을 강조하며 인기하락중인 영국의 집권여당인 좌파 노동당과 27일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못한 포르투갈 집권여당 사회당의 위기를 보도했다. 

 
이 정도면 착각을 넘어 정신분열증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진보진영은 유럽에서 보면 좌파가 아니라 정상적인 우파 자유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일보에게 묻고싶은건 대체 당신들의 성향이 어디에 속해있는가 이다.

"유럽의 우파 한국에선 좌빨이라네!"
 
29일자로 보도된 조선일보의 독일총선 관련기사를 조목조목 따져보면 솔직히 지나친 과장과 희망사항이 곁들여있다. 한 마디로 검증조차 안된 기사왜곡이다. 그 이유를 들어볼까?
 
우선 유럽 우파와 한국 우파는 정치성향과 정책면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유럽은 전형적으로 내치는 리버럴, 외교는 공화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성향을 갖고있어, 기업을 비롯한 자국노동조합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봤을 때 유럽우파는 중도좌파라고 봐야한다. 반면 본질은 친재벌, 친일이면서 간판만 '서민정당'을 강조하는 한국의 한나라당과는 비교할수 없다.

▲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친구이자 좌파지식인 베르나르 레비, 그는 2008년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라는 책에서 좌우를 가리지않는 프랑스식 우파를 비난한 바 있다.     © 서문원 기자

지난 1990년 독일통일을 이룩한 헬무트 콜전총리(기민당. 우파)는 지난 1982년 첫 총리재임시절 사민당의 빌리브란트 전총리가 동독과 구소련연방을 향해 추진한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동독과 구소련연방국가에 수 십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지원을 제공하고 당시 구동독 서기장 호네커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전방위 외교를 펼친바 있다. 또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 고르바초프를 막후지원하며 그의 개혁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를 후원했다.
 
또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프랑스의 대중운동연합(UMP)과 현직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2007년 집권여당으로 올라서면서 내각전면에 좌파정치인들을 대거 등용했다. 덧붙여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2008)라는 책을 내놓은 좌파지식인이자 철학교수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 또한 책속에서 "자신의 친구인 사르코지가 성향적으로 우파라고 볼수없다."고 밝히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좌우를 가리지않는 인재등용을 언급한 바 있다. 다시말해 현 일본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하토야마 총리와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인기가 하락한 영국의 노동당출신 전총리 토니 블레어의 경우 '제3의 길'을 추구하며 신자유주의와 우향우정책을 구사하다 영국내 좌파지식인과 노동당 당원들로부터 왕따 당한 경우를 감안하면 영국인들의 의식구조가 결코 보수적이지 않음을 느낄수 있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는 고립된 섬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한나라당의 인기는 딱히 지지할 정당이 없는 2~30대 계층의 무당파성향과 신자유주의를 모토로한 뉴민주당플랜을 앞세워 인기가 하락한 민주당, 진보진영의 무능이 포커스다. 이어 각 포탈속 이명박관련 기사댓글에서 보듯이 누리꾼 대부분은 이명박을 옹호하고 있지 않다. 마땅히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누리고 있는 프리미엄은 오래가지 못한다.

 
조선일보식 세계관대로라면 이들은 극우파시즘에서 한참 흘러갔다. 차라리 미국의 꼭두각시 칠레 피노쳇정권, 베네주엘라 친미우파와 비교하는 편이 오히려 한국우파를 설명하기 슆다. 
 

▲ 1989년 칠레판 민주화의 봄으로 당선된 기독민주당 파트리치오 아일윌     © 서문원 기자

정운찬이나 아인윌이나 도긴개긴~
 
3일 정운찬 신임총리가 방문했다는 용산참사만 봐도 그렇다. 가령 칠레를 보면 지난 1989년 좌파연대를 통해 총선에서 당선된 기민당출신 파트리치오 아인윌 대통령이 바로 지금의 정운찬총리와 다름없다.
 
1988년 칠레총선 실패로 실각된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을 대신해 칠레 얼굴마담을 해왔던 아인윌 대통령은 과거 칠레군부가 집권 16년동안 사살되거나 암매장된 칠레 국민 3천2백여 명에 시신발굴을 요구하거나 조사조차 하지않았다. 단지 과거사에 대해 '유감'이라는 표명만 했을 뿐이다.
 
20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는 5명의 시민과 1명의 경찰관이 사망한 참사다. 정작 이명박 현직대통령이 서울시장시절 용산재개발을 주도하며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이 전혀이뤄지지 않았기때문에 벌어진 참극이다. 그런데 가해자는 사과한마디 없고 정작 신임총리가 나서 얼굴만 비추면 모든게 끝날까? 
 
참고로 칠레 군부독재자 피노체트는 선거참패후 1991년 쫓겨나다시피 영국으로 망명후 스페인 민간인 80명을 살해한 혐의로 스페인법정에서 재판을 받았고, 2006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인터넷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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