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에서 나타난 두개골과 골반 상처를 분석해 이미 추락직전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는 의혹과 장 선생의 신체 두 군데에서 주사바늘이 발견된 사실을 새롭게 조명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미스테리한 죽음의 열쇠를 풀어줄 장준하의 유골이 등장했는데도 과연 우리가 제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는 판단에 따라 방송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골은 무엇을 말하는가-장준하 그 죽음의 미스터리’ 편의 제작진을 지휘한 최삼호 SBS <그것이…> 팀장은 3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획과 제작, 방송에 이르기까지의 고심을 털어놨다.
 
 
최 팀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박근혜 후보에 타격을 주는 쪽으로 오해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부담은 있었지만 고려는 하지 않았다”며 “특히 ‘그것이…’ 방송에서 수많은 의문사를 소재로 방송해온 데 대한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최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제작하고자 애를 많이 썼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그 대상이 장준하 선생이라는 점에서 조심했던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굉장히 의문스런 사건이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한 단서(유골)가 등장했는데, 과연 방송하지 않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 제작진의 공통된 판단이었다”며 “만약 어떤 미제 사건에서 살인의 동기나 이유가 의심스러운 사건이었어도 우리가 방송하지 않았겠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장준하 편
   
지난 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장준하 편
 
타살 또는 실족사 쪽으로 각각 예단하고 있는 이들의 인식과 관련해 최 팀장은 “우리끼리는 그런 편견에 휘둘리지는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 어차피 장준하의 죽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결론을 내놓아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만 장준하를 모르는 세대와 시청자들 입장에서 방송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장준하 편을 연출한 그것이 알고 싶다 PD들 역시 장준하 선생을 알 만한 나이도 아니었다는 것.
 
 
이미 SBS가 지난 93년과 2004년에 이어 세 번째 씩이나 장준하 선생 죽음의 의혹을 제작한 이유에 대해 최 팀장은 “무엇보다 장준하 선생 사건의 경우 여러 의혹이 제기돼왔지만 이번에는 그분의 유골이 공개됐다”며 “이걸 보고도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장씨가 아닌 다른 이의 의문사여도 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준하 선생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런 정황에서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는데 우리 사회가 고민할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최 팀장은 설명했다.
 
 
최 팀장은 이를 위해 “장준하 방송을 하고 말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증거였다”며 “이번 제작은 증거를 보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1시간 동안의 방송 내내 <그것이…>의 진행자 방송인 김상중씨는 장준하 선생에 대해 ‘선생’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채 장준하씨라고 호칭하도록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제작진이 이번 방송에서 밝혀낸 ‘장 선생이 이미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 및 ‘주사바늘’의 존재에 대해 제작진은 성과와 함께 아쉬움을 함께 느꼈다.

   
지난 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장준하 편
 
최 팀장은 새롭게 조명한 주사바늘(장 선생 검안의 고 조철구 박사의 1993년 인터뷰)에 대해 “이미 1993년에 방송했을 때엔 그다지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은 여러 사실을 설명하던 것 중 하나로, 그냥 지나친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장 선생이 둔기로 맞았든, 추락했든 이미 그 이전에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는 법의학자들의 공통된 결론이 나와 ‘그러면 주사자욱이 의미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유골의 미스터리를 풀면서 마지막에 도달했던 부분이 주사바늘이었다. 그래서 고심도 많이했고, 직접 취재도 했다”면서도 “마취과 의사한테도 확인해보고, 특히 죽음 직전 주사바늘이라는 점인지를 확인하려했으나 확인되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타살이라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완벽히 추락사로 위장했을텐데 그렇다면 주사바늘이 부검에서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암살을 시도하지 않았을까’라는 가설, ‘당시 부검에 드러나지 않는 독침이나 주사바늘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추정도 해봤지만 이걸 다 얘기하면 근거없는 소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모두 배제했다”며 “그래서 프로그램 안에서도 섣부른 추리하지 않겠다고 밝혀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다만 이미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는 분석은 타당하다 판단해 방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팀장은 장준하 선생과 함께 등정한 이들 가운데 1993년 당시 인터뷰했던 이들을 다시 인터뷰하지 않고 당시 촬영 영상을 내보낸 이유에 대해 “동행했던 이들 가운데 의혹을 품고 있지 않고 있던 이들의 경우 지금 보다는 오히려 19년 전의 기억이 더 정확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제작기간의 한계도 있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장 선생의 유골이 공개된 지난달 취재에 착수해 2~3주에 걸쳐 ‘장준하 편’을 완성했다.

   
지난 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장준하 편
 
한편, <그것이…> 제작진은 지난 1일 방송에서 누군가 장 선생을 가격했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1970년 대 돌 쌓는 사람들이 쓰는 단면이 6cm 크기의 헤머였을 가능성을 찾아냈다. 이에 반해 두개골 외에 골반뼈가 부서진 것은 가격한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떨어지는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팔이나 다리를 딛으려 하는데 두개골과 골반의 골절 외엔 시신이 깨끗한 장 선생의 시신의 상태를 볼 때 설명이 안된다는 것이 법의학자들의 분석이었다. 사고 직전 이미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이렇게 정확하고 깨끗한 골절만 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당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과 추락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모두 장 선생이 사고 직전 이미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에릭 바틀링크 교수(캘리포니아 주립대 법의인류학과)는 “추락할 때 이 사람이 의식이 없거나 죽었거나 독극물에 중독됐다면 수평으로 추락했을 것”이라며 독극물 같은 외부요인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준하 선생의 시신에 주사바늘 상처가 있었다는 것도 주목을 받았다. 장 선생의 사체를 검안한 법의학자 고 조철구 박사는 1993년 SBS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왼쪽 팔에 주사자리가 있었어요 그것도 사진을 쫌 찍어달라 이러고. 그 다음에 뒤를 보니까 바른쪽 엉덩이엔가 주사 자리가 있어서 그것도 찍어달라 이랬고”라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