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물가, "숫자놀음은 이제 그만"

상승률 낮추려는 주먹구구식 행정 한두번 아냐...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2/09/05 [01:27]

MB정부 물가, "숫자놀음은 이제 그만"

상승률 낮추려는 주먹구구식 행정 한두번 아냐...

서울의소리 | 입력 : 2012/09/05 [01:27]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12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로 집계되며, 2개월 연속 1%대의 안정세를 이어갔다.

1.1%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2000년 5월 이후 월별 물가상승률로는 최저치다. 특히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한 적이 단 3번뿐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숫자로 나타나는 최근의 물가 안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가 1.3% 상승하는데 그쳤고,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는 0.6%로 지난 7월에 비해 더 떨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 장바구니를 한번이라도 들어봤던 시민들이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 주장에 선뜻 납득하며 박수를 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가족들이 먹을 반찬과 각종 생활필수품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나 시장을 찾았던 주부들이 체감한 물가상승률은 정부가 발표한 수치와 너무 심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떠난 지난 주말, 시장에서 판매되는 농수산물의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실제로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가락시장에서 시금치 400g 1단의 거래가격(경락가)은 4403원으로 전날에 비해 무려 121.2%나 급등했다.

돼지고기보다 비싸진 상추(적상추 기준) 가격도 4kg 1상자당 6만4806원을 기록하며 하루 새 118.5%나 비싸져, 값싼 삽겹살로 귀한 상추를 싸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자조섞인 우스개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이외에도 배추, 양배추, 오이, 양파, 대파 등 주요 농산물 거래가격이 100% 이상 올랐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던 활어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활어 감성돔은 kg당 2만2000원으로 하루 사이에 값이 2배나 올랐고, 태풍피해로 양식장이 쓸려나가 가격이 급등한 우럭도 kg당 9500원으로 전날보다 90% 가까이 비싸졌다.

그러나 정부가 집계한 8월 물가 상승률은 농산물의 경우 0.6%, 수산물의 경우 2.4% 증가하는데 그치며 전체적인 물가 안정세에 기여했다.

지난달 국민 생활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태풍 피해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계산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집계를 위해 한 달에 3번씩이나 농수축산물 가격조사를 실시하지만, 지난달 태풍피해 이후에는 가격조사를 단 1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통계청은 자체 규정에 따라 매달 5, 14, 23일 등이 포함된 주중 하루를 임의적으로 선정, 농수축산물 가격조사를 실시한다. 지난달에도 23일이 포함됐던 넷째 주를 마지막으로 농수축산물 가격조사를 마쳤고, 태풍피해가 집중된 마지막 주에 급등한 가격은 반영하지 않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태풍이 오기 전에 이미 3번의 가격조사를 마쳤고, 지난달 태풍피해 이후에는 가격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외에도 다른 부처에서 추석물가 등을 조사·발표하므로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아무리 엄격히 정한 규정에 따라 정확한 가격조사를 3번씩 실시했더라도, 지난달 우리 국민들의 식탁물가에 직격탄을 날린 태풍 피해를 물가 상승률에 아예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는 정부의 이와 같은 주먹구구식 행정은 이번 한 번 뿐이 아니다.

한참 금값이 상승하던 지난해 10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며 값비싼 금반지를 아예 조사대상 품목에서 제외하며 4%대에 이르던 물가상승률을 3.6%로 낮췄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달만에 다시 4.2%로 복귀했다.

지난달에는 한·EU FTA 발효로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수입가격이 낮아졌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서민생활 밀접품목에 70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외제승용차와 80만원에 달하는 유모차 등 가격이 인하된 고가품을 끼워 넣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이 하락한다고 실제로 국민들이 지출해야 하는 각종 생활비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는 국민들은 물가를 눈으로만 보기보다는 피부로 직접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한 달 가량 앞둔 상황에서 벌써부터 차례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과 같이 정부가 이번 추석물가 만큼은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해본다.
 
                                                                                      [조세일보] 장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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