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댓글언론] 대한문앞 분향소 폭력적 철거에 누리꾼 분노폭발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9/06/25 [00:12]

“잘못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댓글언론] 대한문앞 분향소 폭력적 철거에 누리꾼 분노폭발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9/06/25 [00:12]
24일 새벽 한 수구단체 회원들의 폭력으로 파괴돼 버린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보고 한 시민이 아고라에 올린 글이 누리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글이 오르고 6시간만에 3만4천여명이 조회했으며, 1천명이 넘는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댓글을 달았다. 찬성은 2천847표, 반대는 154였다.

아이디 ‘청아에요’가 24일 정오 쯤 올린 “잘못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가 네티즌의 호응을 얻고 있다. 23일 여친과 정동시네마에서 심야영화를 관람했는데, 영화관에 갈 때는 멀쩡했던 분향소가 영화 3편의 관람을 마치고 나온 새벽 6기경 난장판이 돼 있는 모습을 모고 그는 “정말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스물다섯의 평범한 젊은이라고 밝힌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아직도 남아있는 사실을 미처 몰랐으며 영화 관람을 마치고 엉망진창이 된 분향소를 보고도 그저 스쳐 지나고 말았다고 고백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저는 또 방관자가 됐다”고 자책감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촛불집회 때도 광우병이 본질이 아니라 소통을 거부하며 민주주의 퇴행·역행을 하는 정부가 싫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방관자였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선거 투표권이 처음으로 생긴 23살 때도 군 제대하고 알바 두 탕 뛰며 선거를 ‘내 알바 아니다’ 생각해 주권을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 대한문 앞 분향소를 폭력적으로 파괴한 현장을 목격한 한 네티즌이 참담한 심경을 아고라에 올려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 인터넷저널

 
‘청아...’는 반성문에 가까운 소감을 이어갔다. “저는 철저하게 역사의 방관자였고 한국史의 죄인입니다. 잘못했습니다. 투표 안한 거 정말 잘못했습니다. 함께 동참하지 못한 점 무관심했던 점 잘못했습니다.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한 점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그의 글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들.
 
“참 예의 없는 나라, 참 예의 없는 정부”
 
49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폭력적으로 분향소를 파괴한 것에 대해 누리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어째 이 정부 들어와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들 가슴을 애타게 만드는지 도무지 안정이 안 됩니다. 이러다 심장병 걸릴 것 같아요.”(카푸치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 밖에는 나오지 않네요.”(짱구네)
 
“우리는 좌우를 구분할 때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찌하여 자기 얼굴에 똥칠을 하고 다닙니까!”(Inchan) “그 인간들 재물손해 혐의로 전부 고소해야 합니다.”(정해) “하는 짓마다 점점 조폭 빼닮아가네...”(알바척결)
 
“참 예의 없는 나라에... 참 예의 없는 대통령... 참 예의 없는 공무원들... 그리고 예의는 군복 안에 꽁꽁 감춰둔 채 자신들만 마치 나라를 걱정하고 위하는 양 돌아가신 분의 분향소마저도 헤집는 그런 예의 없는 사람들과 한 하늘 아래 한 땅 위에서 숨 쉬고 사는 우리들의 불행이지 학생 탓이 아니랍니다.”(아이들세상)
 
“보수들 참 할 일도 없다, 뇌보수 해야할판”
 
도심 한 복판에서 그 것도 전직 대통령 명복을 비는 분양소를 폭력적으로 파괴한 보수단체에 대한 분노도 컸다. “보수들 참 할일도 없다. 뇌보수를 해야 할 판이구만... 경찰들은 뭐했다니? 저런 놈들 잡아가야지.”(여우야) “국민행동본부라고 불리는 아저씨들이 했다고... ㅉㅉ. 그 사람들 일낼 줄 알았다. 진짜 쪽팔리는 사람들...”(도다리맨) “문제는 국가 세금으로 저런 단체에게 지원한다는 거야. 보조금 3천만원이상 국가에서 받았다고 하더나...”(깜밥)
 
“보수를 빙자해 하는 짓들이라니. 참 슬픈 나라다. 인적 없는 길가의 성황당 돌무더기도 밟지 않고 숙연히 지나는 게 인지상정인 법... 관혼상제의 예조차 없는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구나. 수구꼴통이라 불리는 이유를 비로소 알겠구나. 소돔과 고모라가 따로 있을까? 탐욕의 거리 야욕의 그 광장이 곧 무너질 바벨탑 아닌가.”(소나무)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그 의견을 무시하고 배타적으로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지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당신의 의견에는 반대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못하도록 하는 세력이 있다면 저는 당신과 같이 그 세력에 당당히 싸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보수우파들은 왜 이러지 못한 걸까요?”(이상과현실사이)
 
“49제까지만 놔두지, 아무튼 몹쓸 정권”
 
현정권에 대한 분노도 쏟아졌다. “49제 까지만 놔두지... 왜 이리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십니? 애써 참고 있는 사람들 마음을 쑤석거리는구나. 투표들 잘 합시다!”(rhdwhs) “우리나라 현실이 이렇습니다. 이 시대에 살면서 괴롭지 않다면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철거를 그런 단체가 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경찰이 같이 설쳐댑니다.”(맹이)
 
 “부끄럽지 않다면 왜 신 새벽에 철거를 했을까요.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인적 드문 시간에 그런 짓을 했겠죠? 아무튼 몹쓸 정권이네요. ㅠㅠ”(하늘바람) “좌빨이든 아니든 국민이 전 대통령을 기리는 분양소를 부수고 짓밟다니...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국외는 어떠할지 몰라도, 국내는 그야말로 '막장' 이군요.”(DevilMaker)
 
“정말 민주주의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박정희 때는 무서워 못했다. 전두환·노태우 때는 잡혀갈까 못했다. 김영삼 때는 국가파산에 먹고 살 궁리하느라 못했다. 형사 물고문에(박종철), 전경 최루탄에(이한열), 백골단 쇠파이프에(강경대) 죽어갔다. 하고 싶은걸 하기 위해서. 우린 죽었었다. 그래서 노무현 때는 모두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모든 국민들이 그를 개똥 취급 할 수 있었다.”(붉은수수밭)
 
“나도 시대의 방관자, 다음엔 꼭 투표할게요”
 
이제 이 시대를 제대로 보고 바른 정치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는 각성도 이어졌다. “나도 시대의 방관자였습니다. 다음에 꼭 투표하겠습니다.”(어시장) “선거 한번 잘못하면 그 피해는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천박한 정권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이제부터 투표는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정말 잘해야 합니다.”(파랑새야)
 
“뭐, 다 알고 계시겠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 젊으신 분이시네요. 정치에 관심 좀 가져주시고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 분들이 투표를 잘 하셔서 건전하고 정의가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포에버) “주역이 되어야 할 나이를 방관으로 보낸 자괴감은 세월이 갈수록 깊어갑니다. 시절이 님을 부를 때 한번정도는 응답하세요.”(끄떡끄떡)
 
“안녕 하세요. 너무 과잉하지 마세요. 저도 노사모의 한사람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계십니다. 이제는 덕수궁 앞 국민들에게 넘겨줘야 하다고 생각 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 주인입니다. 앞으로 선거로 심판하시면 됩니다.”(베리)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승리합니다. 이 정권은 길어야 3년 좀 남았습니다.”(우편마차)
 
“안타깝지만, 자살미화에 거리점령 그만”
 
장례식이 대대적으로 치러졌으니 이제 그만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의 집에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분향소를 만들고 고인의 사진을 걸어 놓고 문상객을 받는 게 어느 나라의 법도 입니까? 상갓집에서 철거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말을 안 듣고 계속 하는 것은 고인을 욕되게 하는 모습이 아닙니까?”(사나이)
 
“그만하면 충분한 것 아닌가요? 분향소가 위치한 곳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공유하며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는 곳입니다. 이미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 아닌가요? 자택과 사찰 등 여러 곳에 고인의 넋을 기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철거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강제 철거를 유도해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자 하는 계산된 의도 아닌가요?”(longister)
 
“좌익들의 권력 금단형상이 끝이 없구만, 그러 게 시켜 줬을 때 잘해야지...”(gongon735) “저도 노통 죽은 것은 참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빠들과 여러 당원들이 하는 짓거리에 열 받는 겁니다. 자살미화 시키고 추모라면서 거리 점령하고...”(청승의제왕)
 
“유가족도 분향소 원치 않는다는 데 왜?”
 
특히 유가족 측에서 분향소를 더 이상 유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만큼 이제 철거하는 게 옳다는 지적도 나왔다. “글쎄올시다.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유가족도 분향소 유지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데... 공감하기 힘듭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시원시원하고 간결한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김상영)
 
“49제 사찰에서 지내고 있으니 분향소 철거해달라는 유족의 말 개무시하고 정치적 분향소 차려놓고 지룰떠는 놈들이...”(눙이) “죽은 노무현 영정가지고 3년 상을 치러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고 싶으면 당신 안방에다 분향소 차리지요.”(titi) “자살한 노무현은 왕조시대의 왕이 아니여! 국민장으로 7일의 장례를 치렀으면 됐지... 무슨 분향소가 더 필요한가.”(난초)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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