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코미디 아닌 위안부 영화

[시네리뷰] 위안부 피해자 '나옥'이 9급공무원에게 영어 배우는 사연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7/09/22 [10:18]

'아이 캔 스피크' 코미디 아닌 위안부 영화

[시네리뷰] 위안부 피해자 '나옥'이 9급공무원에게 영어 배우는 사연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7/09/22 [10:18]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였던 박열을 연기한 이제훈이 이번에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나문희 분)를 돕는 9급 공무원으로 돌아왔다.


21일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왕인 도깨비 할머니 나옥분(나문희 분)이 우연히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는 구청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 분)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한 오락영화로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가면서 왜 옥분이 그토록 영어를 배우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드러나면서 관객들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옥분은 일본군 위안부로 함께 끌려갔던 정심(손숙 분)이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하던 중 치매에 걸리자 언젠가는 자신이 정심 대신 세계무대에서 증언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토록 영어를 배우고 싶어했던 것.


이 영화는 2014년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CJ문화재단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작에서 당선된 작품으로 기획단계까지 합하면 4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주인공 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는 시나리오가 완성도 되기 전에 그 취지에 공감해 출연을 확정지었고, <박열>에 출연한 이제훈 역시 다시 한 번 일본강점기의 아픔을 그린 영화에 출연해 개념 배우로 등극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사죄 결의안 채택을 위한 청문회 장면은 실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에서 따왔다.


또 청문회 당시 2명의 한국인 할머니와 함께 증인으로 참석해 눈물로 절규했던 네덜란드 출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잰 러프 오헤른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극화한 미첼 할머니의 절박함은 이것이 단지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옥분의 증언 이후 일본계 미 하원의원들이 야유와 조롱을 하는 장면에서 옥분은 일본어로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라고.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일본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를 통해 10억엔의 보상금을 받아왔다.


보상(報償)은 남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고, 배상(賠償)은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주는 것을 말한다.


즉, 잘못의 인정 여부와 따라 보상과 배상이 구분되는데 일본은 잘못을 인정해 물어주는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표현을 써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간구(干求)하건데 일본은 제발 돈만 주고 끝내려 하지 말고, 영화 속 대사처럼 위안부 피해자가 1명이라도 살아있을 때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양국이 국제무대에서 함께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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