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PD수첩 헐뜯다 또 오보 사진

국내서 찍은 걸 미국 '다우너소' 사진으로 둔갑시켰다 정정보도

이석주 | 기사입력 2008/08/02 [19:02]

'중앙', PD수첩 헐뜯다 또 오보 사진

국내서 찍은 걸 미국 '다우너소' 사진으로 둔갑시켰다 정정보도

이석주 | 입력 : 2008/08/02 [19:02]
지난 5일 미국산 쇠고기 시식 사진을 의도적으로 조작 보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중앙일보>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사고를 저질렀다. 출처와 내용을 다르게 표시한 사진을 게재해 독자들에게 정정문을 보도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
 
국내에서 찍은 사진을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공개한 사진으로 둔갑
 
<중앙>은 31일 자 2면에 바로잡습니다라는 짧막한 1단 기사를 통해 "7월 30일자 3면 사진은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가 공개한 다우너(주저앉은) 소가 아니기에 바로잡습니다"라고 기술했다.
 
이어 사진의 출처를 공개, "지면에 실린 사진은 2000년 9월 충북 청주의 한 농가에서 찍은 다리마비병 소 사진"이라며 "사진에는 앉은뱅이 증세를 보이며 주저앉은 소와 뒷다리가 마비된 소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진실을 밝혔다. 
 
▲ 중앙이 31일 2면에 게재한 사과문.     ©대자보

앞서 <중앙>은 30일 자 3면에 "검찰, PD수첩에 묻다 빈슨 사인은 CJD, 어머니-주치의 인터뷰 왜 바꿨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검찰의 <PD수첩> 중간 조사 결과발표를 토대로 해당 제작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은 이 7단 기사를 3면 전체에 할애했다.
 
이과정에서 <중앙>은 얼룩소 3마리가 나온 문제의 사진을 기사 중간에 배치하고, "올 1월 말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가 공개한 다우너(주저앉은) 소 동영상"이라는 캡션문구를 삽입했다.
 
<중앙>은 이어 "원래 동물학대를 고발한 영상이었지만, PD수첩은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보도했다"고 <PD수첩> 제작진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사진이 실리고 난 뒤 일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촬영된 사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중앙>이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짧막한 사과문을 게재했던 것.
 
▲ 중앙이 지난 30일 게재한 PD수첩 기사 관련 사진. 당시 중앙은 이 사진을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공개했다고 밝혔으나, 하루가 지난 31일 중앙     ©중앙일보 PDF

실제로 사진을 보면, 얼룩소 이외의 배경엔 국내산 소형 트럭으로 보이는 푸른색 차량이 위치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한국 사람 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최소한 미국인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 한 명의 남성이 등장하고 있다.
 
결국 사태의 경중을 떠나, 꽤 영향력 있다는 국내 최대 신문 중에 한 곳이 잊혀질만 하면 터져나오는 오보로 인해 신문사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도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계속되는 오보…"남 욕하다 보니, 사소한 것 보이겠나"
 
이처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중앙>의 오보는 시식 사진 파문 이후 편집국 내 검증시스템을 강조, 이른바 팩트 체킹 시스템(Fact Checking System)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재발한 것이어서 그 진정성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사진이 실린 기사의 내용이 공교롭게도 쇠고기 사태에 따른 검찰의 <PD수첩> 중간 조사 결과발표에 대한 것이어서, 의도적 사진 조작 이후 또한번의 후폭풍 또한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중앙>은 올초부터 오보의 연속을 계속해왔다. 지난 2월 중국 폭설 장면에 이어 4월1일 소위 만우절 오보 등이 연이어 터져 나왔던 것. 
 
▲ 중앙은 지난8일 2면 3단 기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시식 사진은 연출된 것이었음을 공식 시인했다.     ©대자보

특히 지난 5일에는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실고, 사흘이 지난 후 "사진 설명은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고 돼 있으나 사진 속 인물 중 오른쪽 옆 모습은 현장 취재를 나간 경제부문 기자"라며 연출됐던 것임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는 "<중앙>이 자신들 스스로 연출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명백한 의도적 기사조작"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이날 <대자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 윤리가 부족해 (잇따른 오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정 대상을 공격하다 보니, 다른 것(오보 사진)은 신경도 쓰지 않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중앙이 아무 사진이나 실어도 되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언론윤리가 실종된 것"이라며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정정하는 기능이 마비됐다. 이는 곧 (중앙일보) 조직의 실패로 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오보 사진이 MBC <PD수첩> 관련 기사에 실린 것에 대해 "기사 작성시 특정 대상의 공격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것 같다. 남을 욕하다 보니, 사소한 것에 대해서는 논리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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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의 여러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취재해나가는 미디어활동가 김오달입니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김오달) 549-022249-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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