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미쇠고기 조작사진, 수사해야지?"

언론연대·민언련, "취재윤리 저버린 파렴치한 여론조작" 성명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8/07/12 [10:03]

"중앙 미쇠고기 조작사진, 수사해야지?"

언론연대·민언련, "취재윤리 저버린 파렴치한 여론조작" 성명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8/07/12 [10:03]
중앙일보가 미국산 쇠고기가 대중음식점에서 잘 팔린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사 기자를 손님으로 가장시켜 연출(조작)된 사진을 게재했다가 들통나 독자와 시민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8일 내놓은 성명을 통해 중앙일보가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이 연출된 것이며 사진 속 인물은 손님이 아닌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와 중앙일보 인턴기자였다고 실토했는데, 이는 독자기만 행위이며 취재윤리를 저버린 파렴치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이어 중앙이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고, 마감시간 때문에 일단 연출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고 경위를 밝혔는 데, 이런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고 설득력이 없다며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해 먹는다면 조작이 아니라 다음날 보도하면 될 일이 아니냐고 따졌다.
 
따라서 언론연대는 중앙이 애초부터 기획된 의도에 따라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취재에 나섰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지금까지 중앙일보 보도 논조를 고려하면 이들이 무리한 ‘쇼’를 펼친 ‘의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 흠집을 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가 지난 8일자 신문 2면에 실은 사과보도. 오른쪽의 사진이 자사 여기자 2명을 동원해 연출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중앙은 5일자 9면에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위 사진을 싣고 “미국산 쇠고기가 정육점에 이어 일반 음식점에서도 4일 판매가 시작됐다.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고 캡션을 달았다.


이 단체는 또 영어번역 논란을 빌미로 수사전담 검사 5명을 신속히 배치하여 PD수첩 수사에 나선 검찰이 이번 중앙일보의 명백한 사진 연출 및 기사조작 보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국민과 함께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검찰이 형평성에 어긋난 모습을 보인다면,  PD수첩 관련 수사가 얼마나 무리한 수사였는지 스스로 실토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중앙이 사진연출에 대해 △6시가 넘어 들어온 손님들에게 사진 취재를 요청했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사양했으며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하는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말이 안되며 명백한 여론조작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 중앙일보의 정정보도(사과) 역시 문제의 사진이 연출됐다는 제보가 다른 언론사에 들어가고, 이를 추궁하는 취재가 이뤄지자 급히 이뤄진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여론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앞다투어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고 미국산 쇠고기가 잘 팔리고 있으니 안심하고 먹으라는 메시지를 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또 이런 조작이 과연 기자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며 ‘정정보도’만으로는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가 “연출” 사진을 싣고 책임 있는 간부들이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중앙일보 편집국의 조직적인 판단에 따라 “연출” 사진이 실린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어떤 경우든 언론윤리를 저버린 것으로 성찰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특히 중앙일보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재벌과 부동산 부자 등 기득권 계층에 유리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무리 기득권 계층과 자사의 이익을 위해 신문을 만든다 해도 사진까지 조작하는 무리수는 쓰지 않기 바란다며 이런 신문이 한국사회의 ‘메이저 신문’이라는 사실에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성명] 중앙, 쇠고기 여론몰이 위해 사진 기사마저 조작하나

-검찰은 당장 중앙일보에 대한 수사에 나서라 -


중앙일보가 “지난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은 연출된 것”이라며 사진연출 사실을 실토했다. 해당사진 속 인물은 손님이 아닌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와 중앙일보 인턴기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이 같은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독자기만 행위이며, 기본적인 취재윤리마저 저버린 파렴치한 보도행태가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는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고, 마감시간 때문에 일단 연출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고 경위를 밝혔다. 또 “(6시가 넘은 후)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음식점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의 이런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고 설득력이 없다. 설사 중앙의 주장대로 기사 전송 후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해 먹었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면, 다음 날 보도하면 될 일이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중앙 기자들은 무리하게 소비자 역할을 도맡아 사진을 연출하고 마감시간에 맞춰 허위사진 기사를 전송했다. 사진기자는 연출사실을 알면서도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쇠고기를 굽고 있다”며 캡션기사 조작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정황을 살펴볼 때 중앙은 애초부터 기획된 의도에 따라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취재에 나섰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중앙일보 보도의 논조를 고려하면 이들이 왜 이런 무리한 ‘쇼’를 펼쳤는지 ‘의도’가 뻔히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시판되면서 소비자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 흠집을 내고 싶었던 것일 게다.

한편, 8일자 중앙일보의 사과문도 비겁하긴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사과문에서 “음식점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잘못을 저질렀다.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마치 누가 지적하지도 않았는데 자신들이 스스로 잘못을 고백한 것인 양 포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매체 비평 전문지 미디어스의 보도에 따르면, 어제 오후 중앙의 사진 조작 의혹에 대한 미디어스의 취재가 진행되었다. 미디어스 기자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해당사진 기자는 “중앙일보 기자가 아니라고 부인”했으며, 사진부, 유통부에도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언론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사과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중앙일보의 사과는 독자를 두 번 속이는 2차 기만행위다. 

그 동안 중앙일보는 일부 번역상의 논란을 빌미삼아 MBC <PD수첩>이 ‘조작편파방송’을 한 것처럼 몰아가며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를 부추겼다. 중앙일보는 한 기사에서 “사실에서 출발해 결론을 도출하기보다 미리 방향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기식 취재를 하며, 중립성보다 입장을 중시하는 PD저널리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PD저널리즘 전체를 매도하기도 했다.

이 말은 이제 그대로 중앙일보에게 되돌아가야 마땅하다. 쇠고기 여론몰이를 위해 기자를 동원해 가짜 사진을 연출하고, 이도 모자라 연출된 사진을 사실로 조작해 국민을 기만한 중앙일보는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고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

중앙일보가 스스로 허위 사진기사 조작에 관한 전모를 고백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PD수첩에 상응하는 수사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영어번역 논란을 빌미로 수사전담 검사 5명을 신속히 배치하여 PD수첩 수사에 나선 검찰이 이번 중앙일보의 명백한 사진 연출 및 기사조작 보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국민과 함께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만약 검찰이 형평성에 어긋난 모습을 보인다면,  PD수첩 관련 수사가 얼마나 무리한 수사였는지 스스로 실토하는 꼴이 될 것이다.

2008년 7월 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약칭 : 언론연대)
 
 
[전문] 중앙일보의 사진조작 기사에 대한 논평(2008.7.8)

오늘(8일) 중앙일보가 2면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정정보도’를 냈다. 지난 5일 중앙일보 9면에 실린 사진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문제의 사진은 두 명의 여성이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가 정육점에 이어 일반 음식점에서도 4일 판매가 시작됐다.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런데 오늘 중앙일보의 ‘정정보도’에 따르면 사진에 실린 두 명의 여성이 한 명은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또 다른 한명은 인턴기자라는 것이다.

사진 “연출”에 대해 중앙일보는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고 마감시간 때문에 일단 연출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이후 6시가 넘어 들어온 손님들에게 사진 취재를 요청했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사양했다 △그러나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하는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해 “연출”사진을 실었다고 ‘해명’했다.

언론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중앙일보는 문제의 사진이 “연출”됐다는 제보가 다른 언론사에 들어가고, 이를 추궁하는 취재가 이뤄지자 급히 ‘정정보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중앙일보의 ‘정정보도’를 접하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여론을 만들어내야 하는 중앙일보 직원들에 대해 측은함을 느낀다.

그동안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촛불집회를 폄훼해 왔다. 이런 중앙일보로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이 앞다투어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해주기 기대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기자가 손님인 듯 사진을 찍어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자마자 잘 팔리고 있는 현장으로 보도한 것은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명백한 여론조작이다. 독자들에게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가 잘 팔리고 있으니 안심하고 먹으라”는 메시지를 준 것 아닌가?
 
우리는 이런 조작이 과연 기자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중앙일보의 ‘정정보도’만으로는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가 “연출” 사진을 싣고 책임 있는 간부들이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중앙일보 편집국의 조직적인 판단에 따라 “연출” 사진이 실린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물론 전자의 경우라 해도 중앙일보는 독자들의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단지 “연출” 사진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의 어떤 조직 문화가 기자들로 하여금 언론윤리를 저버리면서까지 ‘회사 논조’에 맞춘 “연출” 사진을 만들었는지 성찰할 일이다.

중앙일보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재벌과 부동산 부자 등 기득권 계층에 유리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득권 계층과 자사의 이익을 위해 신문을 만든다 해도 사진까지 조작하는 무리수는 쓰지 않기 바란다. 이런 신문이 한국사회의 ‘메이저 신문’이라는 사실에 우리가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끝>

2008년 7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 도배방지 이미지

중앙일보, 사진조작, 민언련, 언론연대 관련기사목록
인터넷언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