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애국심 요구할 염치 있는가?

[이기명 칼럼] 7시간동안 죽어가는 국민 방치한 청와대와 대통령...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7/20 [12:51]

국민에게 애국심 요구할 염치 있는가?

[이기명 칼럼] 7시간동안 죽어가는 국민 방치한 청와대와 대통령...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7/20 [12:51]
▲  초등학교 1학년의 태극기  
 
7월 16일 오후, 의사당 잔디밭 의자에 앉아 있었다. 폼 잡고 책상다리 한 채 앉아있는 의사당 건물 중앙에는 ‘제헌절’이란 현수막이 훈장처럼 걸려있다. 그 아래 맨바닥에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단식하는 모습이 비극의 무대장면 같다.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나온 단원고 2학년 애들이 노랑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다리에 붕대를 맨 애들도 있다 둘러 맨 가방에는 살아나오지 못한 친구들의 이름이 매달려 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유치원 어린애들 까지 길에 나와 힘겹게 걷고 있는 형과 누나들의 손을 잡고 흔든다. 눈물 짓는 어른들의 모습도 보인다.  
 
애들이 의사당 앞에 도착했다. 국회 안에는 들어 갈수가 없다. 땀으로 범벅이 된 지친 얼굴,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참담한 얼굴, 그래 우리 어른들이 살인범이다. 자책이 역역하다. 야당의원들의 얼굴도 보인다. 무력한 야당, 능력 없는 지도부, 정신 차리라는 시민들의 야유와 항의가 터진다.   애들이 단식하는 어머니, 아버지들에게 쓴 편지를 전한다. 자기들만 살아나와 죄송하다는 내용일까. 아니다. 그래도 너희들만이라도 살아서 고맙다.
 
지친 애들이 올 때와는 달리 밝은 얼굴로 버스를 타고 학교로 떠났다. 부모들이 단식하던 의사당으로 들어가려는데 경찰이 막는다. 왜 막느냐 이럴 수가 있느냐. 표정도 없이 막아선 앳된 경찰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 광경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켜봤다. 의사당 정문 앞에 들어 누운 단식 부모를 보고 의사당을 한 번 쳐다보고 걸려 있는 제헌절 현수막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상실’과 ‘애국심’을 느낀다. 기가 막혀 욕도 나오지 않는다. 애국심이 사라진 나라는 희망도 없다 
 
월남전에 끼어 든 미국은 월남 정부군에게 무기를 지원했다. 아침에 월남군에게 지원된 무기는 저녁에 포로로 잡은 월맹군과 베트콩이 가지고 있었다. 월남정부군이 적에게 팔아먹은 것이다. 애국심도 함께 팔아먹은 것이다. 월남이 망하지 않았으면 그게 비정상이다. 이유는 물어 볼 필요도 없다.
 
정부군 병사들이 느끼고 있는 월남 정부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상실감과 절망감은 애국심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새로 취임한 한민구 국방장관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 군을 정직하지 않은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군대 작전태세가 미흡한 군대로 평가하고 있다". 미흡하지만 정확한 진단이다. 임병장 사건에서 책임지는 똥별 하나 보았는가. 그런 ‘똥별’들 모아놓고 한 소리니까 나름대로 느낀 게 많으리라고 믿는다.  
 
전쟁이 터졌을 때 독자적 작전권 하나 없이 미군 눈치를 보며 전쟁을 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를 아무리 똥별이라 해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한국전 당시 한국군에는 고문관이라는 미군이 배치되어 있었다. 사령관 실 옆에 미고문관실. 사령관은 별인데 미 고문관은 하사관들, 체면이 시궁창이다.  
 
1·4후퇴 당시 젊은이들이 제 2국민병으로 소집됐다. 그들은 초등학교 강당에 수용된 채 먹지도 못하고 혹한에 1천여 명이 얼어 죽었다. 거기다가 전염병이 돌아 때죽음을 당했다. 얼마나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령관이란 자는 당시 엄청난 액수인 50억원을 해 먹었고 예비군이 먹을 식량을 모두 팔아먹었다. 사령관 김윤근은 공개 총살됐다. 충성과 애국심을 요구한다면 벼락을 맞았을 것이다.  
 
일명 빵빵(00)군번인 1년 6개월짜리 학도병이 있었다. 무조건 일선 배친데 너무 배가 고팠다. 고지에 주먹밥을 운반하다가 야금야금 집어먹은 게 엄청난 양이었다. 처벌받았다. 지휘관들은 사병들 먹을 군량미를 팔아먹고 산에 나무를 무단 벌채해 팔아먹고 사병은 나무 자르는게 일이었다. 80된 늙은이면 경험한 실화다. 이런 군대가 제대로 싸우겠는가. 가죽만 남아 휴가 온 아들을 붙들고 어머니가 통곡을 했다. 충성심이 생기겠는가. 애국심이 생기겠는가.  
 
오늘의 공직사회는 어떤가. 4대강 얘기를 하면 차라리 입을 닫는 게 낫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만은 얘길 하자. 국정조사장에 나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공직자들의 태도를 보면서 국민의 상실감과 허탈감을 말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의 행방을 7시간 동안 몰랐다는 비서실장이다. 청와대는 콘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당당하다. 국민은 누굴 믿고 사는가.  
 
개각을 한다고 장관으로 지명한 인물들을 세워놓고 보니 이건 불법·범법의 전시장이다. 교육부장관의 답변을 듣고 있노라면 저 사람이 제 정신인가 의심케 한다. 문채부장관이라는 정성근의 답변을 듣고 있으면 마치 거짓말 대회장에 온 것 같다.  
 
부산에서는 대변수거량을 속여 국민세금을 가로챘다. 국민에게 표를 달라면서 애걸하던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행방이 묘연하다. 투표지에 도장을 찍었던 손가락을 열 번을 잘라도 소용이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기다릴게. 꼭 돌아와라. 이제 같이 공부해서 함께 대학 가야지” 이것이 세월호 참사 초기, 애들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고 구조의 희망이 사라지자 소원은 분노로 변했다. 그들의 소원은 분노로 떨고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나라에 대한 저주다.  
 
“언니, 그리고 오빠. 두 번 다시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마세요.” “잘 가거라~. 형이 꼭 나쁜 어른들과 끝까지 싸워 다시는 슬픈 일이 없도록 할께.” “더러운 대한민국.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 “차가운 바닷속에 무서움에 질려 울었을 후배들을 생각하라. 이런 권력에 귀를 막고 눈을 감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싫다”  
 
피어 보지도 못하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허망하게 스러진 언니 형 오빠를 그리워하는 청소년들의 분노가 타오르고 있다. 영정 속에서 웃고 있는 얼굴들을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어른들을 꾸짖었다. 이런 나라를 무슨 재주로 사랑한단 말인가.  
 
분노는 청소년들의 것만이 아니다. ‘더러운 대한민국이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고 쓴 여학생의 미움이 그만의 미움일까. 그 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본 그 많은 어른들의 얼굴에서도 똑 같이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제발 거짓말 좀 하지 말라. 지금까지로 족하다.
 
 
80 가까운 나이에 외국으로 이민 떠난 친구가 있다.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리는데도 갔다. ‘가지 마라. 대한민국이 너의 조국이다. 버리면 안 된다’고 해도 그가 하는 말은 처연했다. ‘조국이 나를 버리는데 어쩌겠느냐’ 차라리 안 보면 편하지. 그의 말에서 상실감이 짙게 배어 나왔다. 이민 간다고 잊겠는가. 죽을 때 조국을 생각하며 눈도 못 감을 것이다.  
 
4대강을 처참하게 망가트린 전과 14범 이명박이 물러나고 박근혜 시대가 왔을 때 그래도 뭔가 달라지리라고 국민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이 아닌 절망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정권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번 개각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파렴치한 결격사유가 백일하에 들어나고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는데도 오불관언이다. 그냥 버티는 것이다. 그들은 너무 잘 안다. 국민들은 제 풀에 지쳐서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짐이 국가다.  
 
그들은 영악하다. 국민들은 한두 번 경험하지 않았다. 온갖 거짓말 다 했다. 선거부정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침묵이다. 특히 대통령의 침묵은 국민의 분통을 자극한다. 결과는 어떤가, 국민의 체념이다.  
 
지금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거부하고 있는 수법 역시 동일하다. 모략음해를 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특례입학을 원하고 의사자 지정을 원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허나 이번만은 다르다. 박근혜 정권이 착각하고 있다. 300명이 넘는 우리들의 자식이 무고하게 죽었다.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하던 유족중에 실신자가 생겼다. 더 이상 어떤 비극을 기다리는가.  
 
야당이라도 변변했으면 상실감이 덜할 것 같다. 못 해도 저렇게 못할 수가 없다. 왜 야당 간판을 달고 있는가. 새민련의 대표들의 전략공천인지 뭔지는 국민의 기대를 시궁창으로 처 넣었다. 야당의 못난 꼴을 보면서 국민의 상실감은 깊은 늪속으로 끝도 없이 빠져 들어간다. 여야를 할 것 없이 모두 국민으로부터 매를 맞아야 한다.  
 
국민의 상실감이 얼마나 무섭고 애국심이 사라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아는가.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애국심을 요구하지 말라. 대통령 복도 야당 복도 지지리 없다는 국민의 소리가 슬프다. 왜 착한 국민을 화나게 만드는가.
 
하늘은 높고 푸르다. 무심코 입에서 나온 한마디. “X새끼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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