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가칭 ‘국민회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도개혁 세력을 대표할 정치조직이 불분명하고 여론 또한 갈라져 자칫 보수정권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훈수 정치’ 구설수에 오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선 후보단일화, 후 통합’ 제안을 한 바 있어 시민사회의 ‘정치개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이하 종교협)는 범여권 후보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후보 단일화를 위한 ‘원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해학 목사, 임효림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전종훈 신부(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가 주축이다. 이들은 원탁회의를 추동할 범국민조직으로 가칭 ‘국민회의’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탁회의 추진단은 범개혁세력의 참여를 유도 200여명의 시민사회 각계대표를 선발해 이른바 ‘국민회의’ 준비위를 만들고 8월 중 범국민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제반 활동을 벌이게 된다. 백만명 단위의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열린 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운영을 포함해서다.
 
실제 교계 원로인 김상근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18일 CBS 뉴스레이더와 대담에서 “정치권으로부터 후보단일화를 위한 원탁회의를 추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민주평통직을 맡은 공인이어서 직접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종교협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원탁회의를 추진하고 있는 임효림 스님도 범여권 후보진영으로부터 원탁회의 추진을 요청받았다고 밝히고 따라서 6월 초 각 후보 진영의 실무자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각 후보 대리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원탁회의가 되는 셈이다.
 
효림 스님은 종교협이 추진하는 원탁회의에 대해 “이미 70~80%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반드시 주도하겠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누가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이미 후보들로부터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고,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돼 유권자들이 잘 알게 됐으니까요.”
 
범여권 후보단일화 시민사회 논의모임에 참여한 한 재야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운동본부 논의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고 밝히고 6월 초쯤이면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직체 설립은 6월 말이나 7월 초쯤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시민사회가 관리하고 범여권 후보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에 거의 모든 후보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에 거론되는 정동영, 천정배, 김근태, 한명숙, 김원웅 의원 등은 이미 참여 뜻을 밝혔다. 친노 세력도 이견은 있지만 참여가 불가피할 듯 하다. 재야에서 움직이는 문국현씨의 경우 아직 입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달 2일 CBS TV개국 5주년 기념 특별대담에서 "먼저 대선후보를 단일화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난 뒤 통합정당을 만드는 '선 후보단일화, 후 통합'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지금 당장 단일정당으로 하려면 지구당 문제도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어려울 수 있다"며 "대선후를 중심에 세운 뒤 선거를 치러 집권에 성공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단일당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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