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알고 먹으면 건강증진에 최고

[기고] 이경렬 농업연구사 "불포화지방산 90% 최우수 식용기름"

노재경 | 기사입력 2010/06/26 [09:53]

들기름, 알고 먹으면 건강증진에 최고

[기고] 이경렬 농업연구사 "불포화지방산 90% 최우수 식용기름"

노재경 | 입력 : 2010/06/26 [09:53]
들깨는 동북아시아에서 예로부터 재배되어온 유지작물이다. 특히 한국에 들기름과 깻잎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많다.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90%를 상회하며 일반식물성 지방산 중에서 불포화도가 가장 높고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의 비율이 60% 이상을 차지하여 영양학적으로나 건강과 관련된 면에서 최고로 우수한 기름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 주로 재배되는 아마(亞麻)씨에서 얻어지는 아마인유(linseed oil)도 들기름의 지방산 조성과 유사한 매우 좋은 기름이다. 건강에 좋은 들기름의 효능으로는 동맥경화 및 고혈압 예방, 빈혈과 저혈압 예방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알파-리놀렌산의 함량이 높은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파-리놀렌산은 산화가 잘 되는 불안정한 지방산이기 때문에 상온에서는 금방 변질하고 따라서 장기보관이 안된다. 때문에 들기름은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하고 짜낸 후 1달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로 참기름과 들기름을 혼합하는 방법이 있다. 들기름과 참기름을 1:1로 혼합했을 때 상온에서 60일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으므로 냉장보관 시 더욱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참기름의 지방산 조성은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80% 이상이지만 알파-리놀렌산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고 오메가6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알파-리놀렌산이 거의 없어서 변질할 가능성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참기름에는 들기름에 없는 세사민, 세사몰린 등의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들기름의 변질을 막아주는 것이다.

리놀레산과 알파-리놀렌산은 사람의 성장에 필수적이지만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어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지방산으로 비타민F로도 불리고 있다.
 
오메가6와 3의 이상적인 섭취 비율은 4:1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비율이 깨어질 때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오메가6의 비율이 높아지면 알레르기, 아토피, 관절염 등의 염증이 악화되고 오메가3의 비율이 높아지면 뇌졸중 환자나 수술한 환자는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나 서구의 오메가6:오메가3의 섭취 비율은 4:1 이상으로 오메가3를 더 섭취할 필요가 있는데 생선 기름이나 들기름 등을 자주 섭취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들기름도 들기름을 짜는 과정에서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또한 문제이다. 보통 기름을 짤 때에 2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볶아서 짜야 기름의 양이 많아지고 더 고소한 냄새가 나며 색깔도 짙어져서 맛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로 볶을 때 불포화지방산의 특성상 건강에 좋지 않은 트랜스지방산으로 변하기 쉬운 문제가 있다. 게다가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의 발생이 가장 큰 문제이다. 기준치를 몇 배 초과하는 벤조피렌이 함유된 참기름이 시판되고 있다고 이미 몇 번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참기름에서 그 정도라면 들기름에서는 더욱 심할 것이 분명하다. 참기름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벤조피렌도 만만치 않다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안전한 것을 원한다면 생들기름을 사먹는 게 좋겠다.
 
소형착유기를 사서 믿을 수 있는 들깨를 직접 짜 먹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생들기름을 볶음요리에 넣어서 요리해 드시거나 김에 발라 구워 드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들기름을 팬에 넣어서 볶는 것은 상기한 대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생으로 먹거나 다 볶고 나서 넣는 것이 좋겠다.

들깨는 이미 그 자체로도 영양이 우수하고 독특한 향미를 지닌 작물이지만 좀 더 나은 품질을 갖게 하고자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에서는 생명공학적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해왔다.
 
알파리놀렌산의 과다한 비율로 인한 변질을 막고자 리놀레산 고함유 들깨를 개발했으며, 기존의 감마-토코페롤보다 항산화효과가 더욱 뛰어난 알파-토코페롤을 강화한 들깨, 달맞이꽃 종자유로 잘 알려진 감마-리놀렌산(GLA) 생산 들깨 등을 개발하였다.
 
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들기름을 좋은 방법으로 섭취하고, 개발된 생명공학 들깨도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건강증진에 매우 좋을 것이다.

/이경렬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기능성물질개발과 농업연구사(realdanny@rd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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