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0주년, '님을 위한 행진곡' 곡명 혼용 바로잡아야

이기원 | 기사입력 2020/05/11 [11:48]

5·18민주화운동 40주년, '님을 위한 행진곡' 곡명 혼용 바로잡아야

이기원 | 입력 : 2020/05/11 [11:48]

▲ 님을 위한 행진곡악보 원본 KJA 뉴스통신

‘님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3월, 윤상원과 박기순을 추모하기 위한 노래극〈넋풀이-빛의 결혼식>을 만들자는 뜻에 동의한 사람들이, 소설가 황석영씨의 자택에 모여,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詩 ‘묏비나리’를 개사해 ‘님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을 썼고,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종률씨가 작곡을 해서 만든 곡이다.

<넋풀이> 마지막 부분에 함께 부르는 곡이 ‘님을 위한 행진곡’이다. <넋풀이> 테이프는 사람들에게 몰래몰래 전해졌다. 사람들은 숨죽이며 그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동지는 간데없고” 산 자가 그것을 추모하며 그 뜻을 이어가겠다는 의도였기에,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에게는 ‘오월의 노래’로 여겨졌다. 5월이 되면 먼저 가신 분들을 기억하며 울면서 불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처음 창작되었던 1982년 이후 대학가와 노동운동 현장, 87년 6월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 운동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불려졌다. 어쩌면 이 노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대변하는 곡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대변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현재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표기(標記)되고 있다. 이는 현행 맞춤법표기법에 따라 ‘님’에서 ‘임’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님을 위한 행진곡’은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예술 작품에는 그 작품이 창작되던 당시의 ‘아우라’가 있다. 물론 바뀐 맞춤법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광주 시민은 3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표기해왔고 발음해 왔다. 기표(記標, 발음)로 보더라도 ‘님을 위한 행진곡’과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어 발음에서 완전하게 다르다. 현재 우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 쓰고,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발음하는 실정이다.

현재까지도 일부 보수언론 등을 다수 포함한 신문기사와 논문 등에서조차 ‘님을 위한 행진곡’과 ‘임을 위한 행진곡’이 혼재돼서 사용되고 있다.

5.18정신을 대변하는 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역사적 자산으로 인식한다면, 표기법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예술 작품은 그 작품이 창작되던 당시의 느낌, 뉘앙스까지도 포함돼 있다.

이에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님을 위한 행진곡’의 원곡의 곡명 표기를 바로잡아 시대정신이 담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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