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술 먹기’, 이젠 그만 두려고요[길거리통신] 술만 취하면 병 집어들고 ‘말 상처’ 주는 고질병올 여름엔 사는 게 왜 이렇게 팍팍한지 모르겠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과의 이별 때문이라고 하고픈데 괜한 핑계 같습니다. MB정권의 후진주행과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불쾌지수를 크게 높이는 모양이고요. 술 좀 작작 마셔야 할 제가 술병을 끼고 사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술은 즐겁게 먹어야 할 성 싶습니다. 아니면 다치니까요.
올 여름휴가는 사실상 포기했었습니다. 진작부터 ‘방콕’을 생각 중이었으니까요. 한데, 그 놈 술 땜에 또 말썽이 생겼습니다. 술기운이 돌면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건가요? 취중 전화질이 올 여름 최악의 악연을 만들어내고야 말았습니다. 에효 ㅠ.ㅠ
시민사회 네트워크 미디어에서 일하던 시절 맺어진 이웃들이 있습니다. 동해안 어디쯤에 살죠. 늘 그리운 분들입니다. 가족을 데리고 휴가도 가곤 했죠. 하지만 네트워크가 깨지고 구성원들이 흩어지면서 좀 소원해지기도 했습니다. 취중 전화질이 만든 ‘최악 술자리’ 핑계를 더 대자면, 민생고를 해결하느라 좀 바빴다고나 할까요?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만나면 반가워 술이나마 죽도록 마시곤 했죠. 그도 안 되면 취중 전화기 붙들고 그리움 타령을 하기도 했고요. 한데, 그 놈의 전화 한통이 말썽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 여름 사나흘 ‘방콕’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절친’이 그리웠거나. 결국 술자리 통화로 악연이 시작됐습니다. ‘방학이 끝나기 전 한 번 봐야 할 텐데...’ 넋두리가 그만 ‘낼 보자’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술자리 대화는 늘 번갯불에 콩 굽기죠.
초간편 여름여행이 시작됐습니다. 하룻밤 새 그리운 이도 보고 술도 한 잔 마실 겸해서요. 고속버스를 타고 4시간여. 보고팠던 분들을 만났고, 마침 저녁때다 보니 바로 술자리로 이어졌지요. 하지만 늘 그렇듯 술판은 금방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술자리에 늘 따라다니는 ‘폭력적 술 마시기’ 때문이죠. 술꾼들이야 과음하다보면 누구 할 것 없이 실수하고 사고치기 일쑤죠. 한데, 우리들의 폭력적 술 마시기는 좀 다른 유형입니다. 술을 마셨다하면 늘 같은 불편과 갈등을 되풀이 하지요. 절친 사이 그리움도 곧 시비로 돌변합니다. 왜 그런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내재한 불만을 터뜨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맨 정신에는 말을 않다가 술기운을 빌어 폭발시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내성적인 이들이 화나면 더 무섭다고 하 듯이요.
절친 그리움도 순식간에 시비로 술잔이 쉴 틈이 없습니다. 죽어라 단숨에 들이켜 댑니다. 별 말도 없이. 금방 취할 밖에요. 그 다음은 뻔합니다. 중언부언, 곁에 있는 사람 상처주기... 술자리에서도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천지차이’인 셈이죠. 그러니 취하면 곁에 있기가 여간 고된 게 아닙니다. 술 취해 점잖고 상냥한 이가 어디 그리 많겠나이까? 보통은 반갑고 즐거워서 수다 떨며 술을 즐기고, 그러다 취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어쩌다 시비에 빠져들기도 하지요. 가끔은 필름이 끊겨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문제의 술버릇은 그 종류가 좀 다른 겁니다. 말이면 말, 행동이면 행동, 이 모든 게 너무도 폭력적이기 때문이죠. 순식간에 취해버리고 나면 그 다음부턴 술자리가 정말이지 불편하기만 합니다. 흥겨운 대화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절친이라면 사실 즐겁게 술을 마시고 흥겹게 잡담하고 싶죠. ‘폭력적 술 마시기’는 그런 기대를 순식간에 깨버리고 맙니다. 술 마시면 병을 집어 드는 이들, ‘말 폭력’으로 상처를 주는 이들, 취하면 영 딴 사람이 되는 이들과 더 이상 술을 마시고 싶지 않습니다. 지킬과 하이드를 연상시키는 폭력적 술꾼. 물론 이유가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치유할 사회적책임도 크다고 믿습니다. 술 마실 때마다 개인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기엔 너무 힘드니까요. 즐거운 술자리를 그렇게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요. ‘지킬과 하이드’와 폭력적 술꾼 우울한 여름이나마 벌써 끝나갑니다. 뜬금없이 ‘폭력적 술 마시기’ 이야기를 하려니 좀 거시기 하군요. ‘너나 술 좀 작작 마시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고요. 이런 때는 이른바 ‘절친노트’라도 필요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색한 설정이 죽기보다 싫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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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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