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직원을 청와대 비서진으로 아는가”

KBS 아고라에 MB·사장 비판글 사원 중징계, 표현자유 재갈논란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9/08/16 [00:57]

“KBS직원을 청와대 비서진으로 아는가”

KBS 아고라에 MB·사장 비판글 사원 중징계, 표현자유 재갈논란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9/08/16 [00:57]
KBS가 인터넷 토론마당인 아고라와 자사 게시판에 이명박 정권과 이명순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이유로 자사 직원이자 노조원을 ‘해사행위·품위손상·규율문란’을 했다며 중징계를 내리자 언론단체가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논평을 내는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지난 13일 김제송신소에 근무하는 황보영근씨에게 지난해 8월과 올 2월에 아고라에 익명으로 올린 글, 그리고 5월 사내 통신망에 올린 글이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3개월의 징계통보서를 보냈다고 미디어오늘이 14일자로 보도했다.
 
품위손상? 3개월 정직
 
황보씨는 정연주 전임 사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올 무렵인 지난해 8월 3일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KBS 노조위원장 이하 3명은 국민이 제명했다'(ID 아옥련)라는 게시글에 단 댓글(제목 KBS구성원으로써 송구스럽습니다)에서 "만약 정 사장 보내고 낙하산 못 막는다면 수신료 거부운동에 광고불매운동도 추가하십시오. 현재 조중동 광고 불매식으로 하는 겁니다. 한 놈만 팬다는 생각에 좃선보다 KBS를 제일 먼저 패겠다고 하십시오"라고 언급했다.

황보씨가 지난 2월 27일에도 다음 아고라에 'my paul'이라는 아이디로 'KBS사원행동 - 노조는 죽고 싶지 않으면 총파업투표를 시행하라'라는 글을 올리고 자신의 글에 단 댓글에서 "쥐새끼 닮은, 그 수준이 공사판 십장에 딱 맞는 놈이 대통령이 되고, 빙순새끼가 사장되고, 무뇌아 놈이 KBS노조위원장 되다 보니…"라고 썼다.
 
▲ KBS가 아고라와 자사 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순 사장에 비판적 글을 올린 사원을 중징계해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민언련의 논평 화면.     © 인터넷저널


황보씨는 5월 25일엔 KBS 사내통신망인 KOBIS에 '엄정한 시대 우리KBS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현 이명박 독재정권", "이미 권력의 주구가 되어버린 검찰", "만일 노무현이 아니라 이명박이라면 뉴라이트 개차반들이 그렇게"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징계통보서에서 '해사행위', '저급한 표현으로 현직 대통령 등을 비방, 모욕하여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오손', '정부기관과 대통령을 폄하하는 표현으로 공사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 '정당한 업무상 지휘명령에 항명하는 등 직장규율을 문란'이라고 규정했다.
 
권력·사장 비판에 ‘재갈’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4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명박 정권이 법을 유린하면서 정연주 전 사장을 쫓아내고 KBS의 공영성을 훼손한 반민주적 작태를 질타한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능히 할 수 있는 일일뿐 아니라 ‘국민의 방송’이 통치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고한 ‘성실’(취업규칙 4조)하고 ‘품위’(취업규칙 5조)를 온전히 구현한 모범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이어 사내게시판이든 외부 포털이든, 기명이든 익명이든, KBS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무조건 차단하고 보겠다는 어리석고 치졸한 작태라며 KBS에 가장 중요한 자신의 존재원리, 즉 ‘방송의 독립성’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헤아려 즉각 중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법에 대해 국민의 다수가 원천무효라고 답하고 있고, 국민의 다수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KBS에 실망하고 있다”고 꼬집고, “반성과 시정이 없다면, 수신료 거부운동은 필연적이며, KBS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노동조합도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수신료 거부, 광고불매운동, 노조위원장에 대한 거친 표현을 한 건 사실이지만 익명의 ID를 통해 인터넷공간에서 한 행동이며 이는 명백히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추적해 징계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KBS, 권력하수인 전락”
 
노조는 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폄하 글을 썼다는 것을 징계사유로 삼는다는 것은 KBS 직원을 청와대 비서진쯤으로 여기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언로와 표현의 자유를 막는 행위들이 공영방송 KBS 안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KBS직원 중징계에 대한 논평(2009.8.14)
 
황보영근씨에 대한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KBS가 다음 아고라 게시판과 사내 게시판에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을 비판한 글을 올린 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징계를 받은 황보영근 씨는 지난 해 8월 3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ID ‘아옥련’의 ‘KBS 노조위원장 이하 3명은 국민이 제명했다’는 게시글에 “KBS 노조원이고 엔지니어입니다. 죄송스러운 말 뿐입니다. 만약 정 사장 보내고 낙하산 못 막는다면 수신료 거부운동에 광고 불매운동도 추가하십시오. 현재 조중동 광고불매식으로 하는 겁니다. 한 놈만 팬다는 생각에 조선보다 KBS를 제일 먼저 패겠다고 하십시오”라는 댓글을 단 바 있다. KBS는 이 댓글에 더해, 7월 16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펌-KBS수신료 거부 길라잡이’를 문제 삼아 취업규칙 제4조(성실)와 제5조(품위유지)를 위반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3개월에 처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양심과 이성을 무참히 내던진, 야만적인 정치깡패식 보복인사의 전형이다. 이명박 정권이 법을 유린하면서 정연주 전 사장을 쫓아내고 KBS의 공영성을 훼손한 반민주적 작태를 아고라나 사내게시판을 통해 질타하는 것은 KBS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능히 할 수 있는 일이자 의로운 일이다. 또한, 국민의 방송이어야 할 KBS가 집권세력의 통치도구로 전락해 스스로 파멸의 길로 가는 데 대해 그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해사행위가 아니라 용기 있는 애사행위이며, ‘성실’(취업규칙 4조)과 ‘품위’(취업규칙 5조)를 온전히 구현하는 모범적인 행위다.

 
KBS는 황보 씨에게 상을 주기는커녕 중징계를 내려 정의와 상식을 다시 한 번 유린했다. 이는 조직의 잘못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일절 용납하지 않겠다는 야만적 깡패논리에 다름 아니다. 사내게시판이든 외부 포털이든, 기명이든 익명이든, KBS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는 법과 원칙을 넘어 무조건 차단하고 보겠다는 어리석고 치졸한 아메바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에 대해 국민의 다수가 원천무효라고 답하고 있다. 국민의 다수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KBS에 실망하고 있다. 반성과 시정이 없다면, 수신료 거부운동은 필연적이다. KBS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황보 씨는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KBS는 황보 씨에 대한 중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KBS는 가장 중요한 자신의 존재원리, 즉 ‘방송의 독립성’에 대해 돌아보고, 그로부터의 일탈이 야기할 국민의 분노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끝>

 2009년 8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KBS노동조합이 인사위가 열리기 전 낸 성명(3일)

인사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징계행위를 삼가라!!!
 
오늘 오후 황보영근 조합원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린다. 해당 송신소장 등의 요구로 징계에 회부하기 위한 인사위원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영근 조합원과 사측에 따르면 황보 조합원에 대한 징계사유는 크게 예닐곱 가지가 된다. 그 가운데 황보 조합원 징계와 관련해 조합이 우려하는 부분은 사측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언로를 막는 어떤 시도도 있어서는 안 된다.
 
황보영근 조합원이 인터넷 사이트에 정연주 사장 퇴진과 관련해 KBS에 대해 수신료 거부운동과 광고 불매운동을 하라는 글을 올린 것은 사실이다. 또한 노조위원장에게 '무뇌아 놈'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익명의 ID를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한 행동이며 이는 명백히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이를 추적해 사측이 징계 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위협하는 행위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폄하 글을 썼다는 것을 징계사유로 삼는다는 것은 KBS 직원을 청와대 비서진쯤으로 여기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정연주 전 사장도 재임시절 자신을 비판하는 조합과 조합원의 글을 코비스에서 강제로 삭제하는 비상직적인 행동을 해 대내외적인 비난을 자초한 적이 있다. 언로와 표현의 자유를 막는 행위들이 공영방송 KBS 안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징계가 잦은데다 수위가 도를 넘는다는 것 또한 조합이 크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고강도 징계를 통해 질서를 잡겠다는 경영철학은 군사권위주의 정권시절에나 나올 법한 발상이다. 단기적으로 직원들을 위축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에서는 이런 경영철학을 가진 자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징계도 조직원들이 납득 가능하고 자발적 동의가 이뤄질 때 그 효과가 생긴다. 과도한 징계수위와 잦은 징계횟수는 조직을 혼란에 빠트릴 뿐이다. 공공적 이사회 구성과 민주적 사장 선임, 안정적 재원구조를 만들기 위해 KBS가 할 일이 많을 때다. 사측은 비상식적인 징계로 조직이 불필요한 힘 낭비를 하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9.8.3.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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