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 지고 불 속 뛰어든 문대통령, 돌아갈 다리 살라버린 조국 장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9/24 [10:23]

"섶 지고 불 속 뛰어든 문대통령, 돌아갈 다리 살라버린 조국 장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9/24 [10:23]
백승종 교수 페이스북 발췌

 

주를 달지 않고 간단히 몇 자만 적어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1. 두 가지 역사적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 두 가지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정치 일선에 나섰다고 봅니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 하나는 검찰개혁. 이 두가지를 역사적 소명으로 받아들였다고 봐요.두 가지 모두 당선 초기에 완수하고 싶었으나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우선 평화체제구축에 앞장섰습니다. 2017년 한반도는 위태로웠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한반도에 냉전기류를 강화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숙원사업인 검찰개혁으로 넘어갈 생각이었지요. 사리에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2. 성공적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김정은 위원장과 신뢰를 쌓으면서 남북 간의 대화는 큰 효과를 냈습니다. 문 대통령의 평화 드라이브에 국내외가 깜짝 놀랐고, 단 기간에 큰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남북 문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었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트럼프가 외려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상황입니다.


북한과의 대화는 작년이후 겉으로 보기에는 겉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볼 일은 아닙니다. 일단 토대가 마련된 남북한의 협력관계는, 어는 순간에든 동력을 얻어 급진전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일차 목표는 제대로 달성된 것으로 봐도 좋습니다.

3. 검찰개혁, 두번째 넘어야할 큰 산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가 되자 또 하나의 숙원사업인 검찰개혁에 착수했습니다. 이 문제 역시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검찰은 물론이고 제도권 언론기관 전부, 그리고 막강한 야당을 상대로 설득도 해야하고, 실력으로 돌파해야하는 사안입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최적임자를 얻었습니다. 조국 장관입니다.

 

조 장관은 탁월한 법률학자로서 신변정리가 완벽하고, 개인적으로 아무런 흠결이 없는 보기 드문 인재입니다. 만약 집권초기에 이 분을 내세워 개혁을 단행했더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의 시국상황이 불리했습니다. 검찰개혁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어서 불가피하게 미뤄진 것이었지요.
우리가 진즉에 예상한 것처럼, 기득권 세력 전부가 총결집하여 조국 장관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일시에 열어젖혔습니다. 반대파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조 장관의 취임을 저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은 개혁의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뜻 있는 시민들도 기득권세력의 십자포화에도 불구하고 결코 식지 않는 열정으로 조국 장관과 문재인 정권을 응원했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의 서막이 열리고 있습니다. 조 장관은 앞으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70년 묵은 사법계의 부조리를 수술할 것입니다. 워낙 큰 수술이라서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입니다. 백보 양보해, 설사 이 번에 조 장관의 개혁조치가 중태에 빠진 대한민국을 완치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었다 칩시다. 그러하더라도 역사는 조 장관의 용기와 헌신을 길이 기억할 것입니다.

4. 역대정권은 검찰개혁을 바랐었다


검찰개혁을 원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만은 아닙니다.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정권도 검찰개혁을 원했습니다. 나름대로 약간의 실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별로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다음에 차기 집권자가 누가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역시 검찰개혁의 소망을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검찰이야말로 우리사회의 가장 큰 적폐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부패한 언론과 한 몸뚱아리이고, 이것이 다시 사회적 악습을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재벌과 관료사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려고 하면, 이 걸림돌을 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검찰권력은 자신과 연합세력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한줌 밖에 안 되는 집권세력의 치부를 후벼 파고, 시민들과 정권의 관계를 이간질하는데 이골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처음 몇 달만 검찰을 공격하다가 결국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늘 그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검찰의 기득권을 보장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조선시대를 조금 아니까 그 시대에 비유하겠습니다. 오늘날의 검찰은 조선시대의 이조 전랑(정랑과 좌랑)에 해당합니다.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당쟁이 바로 그 자리를 둘러싼 투쟁이었습니다.

5. 조국 장관의 성공


제가 보기에 조 장관은 이미 돌아갈 나무 다리도 불살라버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섶을 지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든 형국입니다.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없지 않으나, 제 생각은 명확합니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결코 사리사욕 때문에 이 험란한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역사의 제단에 스스로를 희생의 제물로 바친 셈입니다.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더구나 지식인이라면, 그들의 개혁이 성공하도록 힘써 응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식견도 부족하고, 더구나 세상의 복잡한 셈법에는 익숙하지 못한 백면서생입니다. 그런 저로서는 대통령과 장관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이렇게 허술한 몇 줄의 글로써 자신의 양심을 고백할 따름입니다. 혼탁한 세상에 명명백백한 흑과 백도 구별하지 못하면 아니 되겠기에 적어둡니다.


백승종: 역사학자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교수 역임

서강대학교 문학부 사학과 교수 역임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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