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 정글리시인 거 아시죠?

[독자투고] /안정수(패션전문가)

안정수 | 기사입력 2007/02/14 [18:30]

‘와이셔츠’, 정글리시인 거 아시죠?

[독자투고] /안정수(패션전문가)

안정수 | 입력 : 2007/02/14 [18:30]
흔히들 ‘와이셔츠’라고 부르는데 그 ‘와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옷깃이 만나는 부분에 Y형 라인이 생겨서 그럴까요? T셔츠도 있으니 Y셔츠도 가능하다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쓰는 데 뜻을 되새길 필요까지 있느냐고요?

방송도 예외가 아니죠. “내 와이셔츠 어디 있어?” 바쁜 아침 서둘러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일상이 담긴 드라마에 단골대사 중 하나죠.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유발시키는 중요한 명대사로 사용됩니다.

일본이 서양문물을 한국보다 먼저 받아들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본인들의 영어발음은 콩글리시를 우스꽝스러워하는 한국인의 귀에도 꽤 이상하게 들립니다. ‘맥 도널드’의 일본인 발음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설마 맥도날드를 말한 것인가 의문이 생길정도랍니다. 와이셔츠도 이런 일본의 독특한 발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정찬주 코디네이션 전문가(대학 교수)가 와이셔츠의 유래를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화이트셔츠’를 일본인들이 ‘와이또셔츠’라고 불렀고 이게 다시 ‘와이셔츠’로 변화(단순화)했다는 군요.

이렇게 변화된 ‘와이셔츠’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전래됐고, 한국인들은 그 어원도 모른 채 그냥 ‘와이셔츠’를 사용하게 됐답니다.

그렇담 왜 화이트셔츠인가? 언제나 패션리더는 있게 마련이죠. 그리고 화이트는 지식인과 사회적 리더십을 상징하기도 하죠. 상대적으로 푸른색이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를 상징한 것과 대조적이죠.

일본과 한국의 축구경기만 시작되면 한손에 맥주를 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원시적으로 ‘한국 이겨라’를 외치는 한국인들. 그러면서 일본이 전해준 왜곡된 문화는 마냥 그대로 누리는 게 참 이상하기까지 합니다.

화이트든 블랙이든 단순했던 이 셔츠도 다양한 소재 결합과 개성적인 표현의 증가(소매, 허리의 슬림화, 기장의 변화 등)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5년 전만해도 셔츠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늘어설 것이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중심상권에 셔츠와 넥타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은 캐주얼의 가벼운 분위기에서 고급스러움과 감수성을 유도하는 상권의 필수 구성요소가 되어 있지요.

대중적이면서 깔끔한 느낌의 화이트셔츠는 아직도 드레스셔츠를 대표하는 아이템입니다. 화이트에서 시작한 셔츠는 스트라이프, 블루, 블랙 등 다양한 텍스타일과 패턴으로 개성분출이 이어지고 있죠.

그러니 제발 ‘와이셔츠’라는 표현은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에서도 이런 대사를 삼가야겠죠. ‘화이트셔츠’ 또는 ‘드레스셔츠’가 정 거슬린다면 ‘셔츠’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성 싶습니다.
/안정수(9032-25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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