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기자 과반수 ‘기사 담합’에 공감

‘출입처 중심 기사생산 시스템’·‘과도한 속보경쟁’ 비판적, “대선보도는 편파적”

민일성 기자 | 기사입력 2007/02/14 [18:18]

현역 기자 과반수 ‘기사 담합’에 공감

‘출입처 중심 기사생산 시스템’·‘과도한 속보경쟁’ 비판적, “대선보도는 편파적”

민일성 기자 | 입력 : 2007/02/14 [18:18]
기자들은 유력언론의 논조에 영향을 받으며, 이른바 ‘기사 담합’(노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석상에서 지적)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출입처 중심의 기사 생산 방식과 과도한 속보경쟁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으며, 올 대선보도는 ‘편파적’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김헌태)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지난달 30일 300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대상 기자는 중앙일간지, 방송, 인터넷신문, 지방신문, 기타 등에서 샘플을 추출해 활용했다.

‘유력언론이 만들어놓은 앵글 및 논조에 의해 상당수의 기자들이 규정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 56.4%, ‘비공감’ 41.3%로 나타나, 절반 이상의 기자들이 ‘기사 담합’을 인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속 언론사별로는 인터넷언론이 78.9%, 지방언론이 62.1%로 높은 공감도를 보였다.

특히 사주가 있는 언론사보다 독립적 언론사에서, 보수성향보다 진보성향의 기자들의 공감대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속보 경쟁으로 인한 폐단이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72.6%의 매우 높은 공감도를 보였다.

‘출입처 취재원과 기자들과의 밀착관계로 기사들이 출입처에 유리하게 작성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 50.9%, ‘비공감’ 45.8%로 나타났다. 사주가 있는 중앙일간지에서는 ‘비공감’ 응답이 높은 반면, 인터넷언론과 기타언론에서는 ‘공감’ 응답이 높았다.

대선관련 보도에 대해선 ‘균형있게 보도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적 응답(56.4%)이 ‘균형있다’는 응답(41.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언론사가 사설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지지후보를 밝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찬성’이 66.4%로 월등히 높았다. 특히 중앙일간지 찬성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기자들은 시사저널 파업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도(90.4%)를 보이면서도 보도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무관심한 편이다’(94.3%)고 응답했다. ‘상당수의 언론이 관심 있게 보도하고 있는 편이다’는 응답은 5.3%에 그쳤다.

이들은 또 시사저널 사태의 성격에 대해 특정 언론사의 문제가 아닌 언론계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고(‘편집권 갈등 등 본질적인 문제로서 언론계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다’ 78.1%), 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에 압도적인 지지(88.7%)를 보냈다.

시사저널 경영진이 대기업 비판 기사를 삭제한 것에 대해 언론사 소유구조, 소속, 연령 및 근속연수, 이념성향을 막론하고 ‘편집권 침해’라는 비판적 의견이 월등히 높았다.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편집권을 침해한 행위다’는 응답이 81.4%로 나왔다. 외부 필자들로 시사저널을 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있다’는 응답이 79.4%로 나왔다. 

편집권 문제에 대해선 편집권의 최종적인 소재가 경영진(7.6%)이 아닌 편집국(86.7%)에 있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속 언론사 내에서 편집권 독립이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기자들의 78.4%는 ‘지켜지고 있다’고 응답했다(‘지켜지지 않고 있다’ 19.8%).

편집권 독립에 위협적인 세력으로는 ‘대기업 등 광고주’ 88.3%, ‘언론사 경영진’ 60.8%, ‘이익집단 및 압력단체’ 30.3%, ‘정치권력’ 16.3% 순으로 꼽았다. 중앙일간지, 인터넷언론, 근속년수 5~10년차 기자 90% 이상이 ‘대기업 등 광고주’를 꼽은 반면, 지방신문과 사주가 있는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언론사 경영진’을 많이 꼽았다.

소속 언론사의 보도행태 및 논조 등이 광고주의 압력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는 응답은 23.9%인 반면 영향을 받은 적이 있다(‘자주 있다’ 5.6%, ‘가끔 있다’ 25.5%, ‘한 두어 번 있다’ 42.0%)는 응답이 73.1%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 사태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보수 성향의 언론들이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기사를 작성해도 사주의 판단에 따라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실태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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