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드롬과 인터넷신드롬, 둘다 중대 위기"

"인터넷언론 특정 인물·정치 의존해 '비판언론' 본령 잊고 독자신뢰 잃어"

최방식·박병윤 기자 | 기사입력 2007/02/14 [17:31]

"노신드롬과 인터넷신드롬, 둘다 중대 위기"

"인터넷언론 특정 인물·정치 의존해 '비판언론' 본령 잊고 독자신뢰 잃어"

최방식·박병윤 기자 | 입력 : 2007/02/14 [17:31]
 지난 1월 23일 창립 8주년을 맞은 이창은 대자보 발행인은 본지와 인터뷰에서“디지털 민주주의가 열었던 노무현 정부와 인터넷언론이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며“인터넷언론이 특정 인물과 바람에 의존하던 태도를 버리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공론화하는 노력으로 네티즌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행인은 또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한편으로는 보수언론과 대결해 인기를 끌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힘에 밀리거나 타협하려 했다”며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넷언론 부흥 가교역 뿌듯”

▲<대자보> 이창은 발행인     © 인터넷저널
 -대자보 이창은 대표를 인터넷저널 초대석에 모셨습니다. 먼저 8주년을 맞이한 소감은?

△어느새 8년이 됐습니다. 독자들의 성원이 이 자리를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나온 8년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인터넷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8주년을 그냥 지나쳐 버린 느낌인데,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대자보가 활동한 8년이라는 세월 한국 언론이 큰 변화를 겪었죠. 그간 대자보를 이끌면서 언론개혁과 인터넷언론 발전에 앞장서 왔는데, 그 과정을 좀 설명해주시죠.

△90년대를 풍미한 통신 토론문화 부흥시절, 사이버논객들과 함께‘사회문제의 핵심 중 하나가 언론이 아닌가’라는 소박한 질문으로 시작했죠. 최장집 교수 발언에 대한 언론의 이념공세가 뜨겁던 99년 2월 첫 걸음을 뗐습니다. 왜곡보도에 대한 논객들의 활발한 참여는 안티조선‘우리모두’의 탄생과 총선정보통신연대 창립에 기여했습니다. 90년대 흐름이 언론개혁, 총선연대 활동이었으니 대자보는 그 흐름 속에서 있었던 셈이죠.

-90년대 피시통신을 통해 데뷔한 논객들이 언론판에서 한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피시통신은 90년대 BBS(피시통신 사설 게시판)으로 시작됐죠. 천리안, 하이텔이 주류였지요. 조중동이라는 언론 독과점시장이 형성돼있던 때였습니다. 피시통신은 이른바‘여론의 해방구’였다 할 수 있죠. 가장 영향력 있던 곳은 바로 ‘논객사관학교’라 불리던 천리안입니다. 김어준 등이 여기 출신이죠. 천리안은 당시‘종량제’(사용요금)였고 그래서 소위 ‘고수’가 많았지요. 하이텔은 정액제라 일반유저들이 많았습니다. 나우누리도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했습니다.

이런 토론문화가 97년 대선을 계기로 일정한 목소리로 응집됐습니다. 피시통신의 전성기를 거쳐 인터넷시대가 열립니다. 대자보는 피시통신과 인터넷의 가교 역할을 했고요.

-정치적으로‘노 신드롬’이 있었다면 언론에서는‘인터넷 신드롬’이 있었죠. 그런데 양쪽 다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노 정권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인터넷 역시 상업·포털 횡포로 대자보 같은 독립형(민주주의와 언론민주화 발전에 기여) 인터넷언론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는데 어찌 생각합니까?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질문입니다. 지금 평가하기가 무리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피시통신으로 개화하고 인터넷으로 만개한‘노 신드롬’은 두 가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연출된 것으로 봅니다. 정치적 변화의 열풍과 독과점언론을 거부하는 시민사회의 태동이죠.

4·13총선 때 노사모가 결성됐습니다. 당시 노무현은‘나는 조선과는 인터뷰하지 않는다’, ‘동아일보 나쁜 신문이다’등의 발언을 통해 네티즌들의 지지를 끌어냈고 응집력이 생겨났죠. 하지만 이렇게 청와대로 간 참여정부는 망가졌고 그와 동시에 새 언론 세상을 연 인터넷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사회가 너무 인물위주로 흐른 점, 그리고 어떻게 사회적 변화를 안착시킬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던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노매체들은 노무현 비판에 대해 애써 눈을 감아버렸지요. 게다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노무현의 일거수일투족에 비판을 가했고요.

짧은성공 도취, 거품속 허우적

 -지금 인터넷언론이 어떤 상태라고 평가하시죠?

 △인터넷언론은 너무 짧은 성공에 도취되어 그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화가 되려면 짧게는 한 세대인 30년, 길게는 50~60년이 걸리지 않나요. 헌데 7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확장을 해왔습니다. 콘텐츠 없이 덩치만 키워 온 것이죠. 게다가 어렵게 만들어낸 소중한 콘텐츠는 유통업자들에게 헐값에 팔아넘기고 있고요.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탈권위시대에 새 권력으로 등장한 것이 언론입니다. 소수 언론권력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끌고 가고 있죠. 물론 저항 하는 힘이 존재합니다. 참여정부는 이 언론권력과 타협하려하거나 그 힘에 밀리는 상황을 많이 보였습니다. 인터넷언론이 기존 보수언론의 틀을 깨고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언론을 얘기할 때 가장 큰 문제로 언론의 상업화를 얘기합니다. 한국에서도 언론의 상업화, 달리 표현하면 자본종속현상이 일고 있다는데 어떻게 봅니까?

 △우리 사회가 IMF체제 뒤 천민자본주의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금도와 원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공공성이 사라지고 있죠. 제어할 힘은 정치가 아닌 시민의식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2000년 초에 이런 공론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역행하는 중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철저한 청산과 비판 그리고 반성 속에서 언론운동이 새롭게 재편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넷언론은 중대한 위기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위기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있나요?

 △낙관적인 것은 우리 사회구조가 인터넷을 근간으로 바뀔 것이라는 거죠. 물론 지금까지는 너무 정치적인 구조로만 흘러가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는 시민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생산이 되어야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다양한 인터넷언론이 있어야합니다. 인터넷언론은 여론의 공론장이 되고, 그러한 인터넷언론과 시민사회가 두축을 지탱한다면 전 인터넷언론에 대한 수요가 더 생길 것으로 봅니다.

‘시민기자’간데없고‘정형화’

 -독립형 인터넷언론의 경우, 소수자에 대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무실을 운영할 재정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노무현 학습’교훈이 있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인터넷언론 열풍은 불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양적으로는 크게 늘지 않을거라는 거죠. 재정압박은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 또한 그간 인터넷언론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우리사회에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시민들이 인터넷언론에 적극 참여·후원할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을 사회적 공기라고 합니다. 그것은 발행인 또는 기자가 제맘대로 세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서 전달한다는 의미에서죠. 하지만 공적지원이 거의 없어 문제 아닌가요?

 △과거에 비해 정부의 인터넷언론 지원이 늘고 있긴 하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는 지원되지 않고 있죠. 기업들도 자본주의를 튼튼히 하려면 '사회적 공기'를 지원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못다한 얘기가 있다면?

 △8년이면 강산이 바뀔 기간입니다. 인터넷언론인들이 너무 쉬운 길을 택하려는 건 아닌가? 너무 자극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게 아닌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대선 이후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있을 텐데, 언론사와 누리꾼들도 머리를 맞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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