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NLD, 새 터에서 새 혁명 기운을

8일 오후 3시 한국지부 사무실 이전개소식, 70여명 축하 행렬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9/03/11 [02:38]

버마NLD, 새 터에서 새 혁명 기운을

8일 오후 3시 한국지부 사무실 이전개소식, 70여명 축하 행렬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9/03/11 [02:38]
버마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가 70여명의 회원과 손님의 축하를 받으며 새 사무실 문을 열었습니다.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 회원들도 함께했습니다. 새롭게 싹트는 기운을 모아 버마 민주주의를 일굴 것을 다짐하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새 봄의 기운을 느껴보려고 토요일 한가한 틈을 내 남한산성을 오르는 데 문자메시지 한통이 왔습니다. 다짜고짜 '번개팅' 소식입니다. 버마작가모임의 메신저 박윤일 시인이 보냈고요. 집에 오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NLD코리아 사무실 이전개소식 행사가 잡혀있습니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 아웅 민 스위 NLD코리아 회장이 사무실 이전개소식 개회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90년 총선 당시 NLD의 한 지구당 위원장을 했던 분입니다.     © 최방식 기자

▲ 한 꼬마 아가씨도 엄마와 함께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천진난만한 꼬마숙녀의 웃음 속에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 최방식 기자

▲ 도자기에 아웅산 수지 여사의 꿈이 영글었습니다.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는 게 모두의 자유"라는 문구가 선명합니다.     © 최방식 기자

 
일요일 오후 후배 기자와 인천행 전철을 탔습니다. 오랜만에 경인전철을 타는 지라 즐거울 만도 한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이지요. 아직도 몸에 취기가 남아있나 봅니다. 예전 같으면 해장술 한잔 하면 풀릴 텐데, 그 것도 싫습니다.
 
이역만리서 조국혁명 꿈꾸는 전사들
 
물어물어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늘 그렇듯 조모아(서기)가 사회를 보고 있군요. 자리에 막 앉으니 아웅 민 스위 회장이 개회사를 하려고 나섭니다. 10여년 넘게 이역만리에서 조국의 혁명을 꿈꾸는 노익장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막 도착해 숨조차 고르지 못했는데, 샤프란 전통복을 입은 친구들이 차와 음식(롤)을 내옵니다. 취기가 덜 풀린 속을 달래려고 차를 한입 마시는데 처음 맛보는 겁니다. 버마 전통차랍니다. 팥죽을 연하게 끓인 듯한 맛입니다. 놀랍게도 '해장' 효과가 탁월합니다.

기자가 '잿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이 내 툰 나잉 총무가 NLD코리아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8888민중항쟁, 2007년 샤프란 혁명 등 조국의 이야기를 하며 현재도 발이 묵인 아웅산 수지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와 옥에 갇힌 2천여 명의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888,888명 서명(www.fbppn.net)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 샤프란 혁명을 상징하는 버마 전통 옷을 입은 NLD코리아 회원들.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이역만리에서 불철주야 노동하며 투쟁하는 이들입니다.     © 최방식 기자

▲ 투쟁가요를 부르는 르윈 부회장과 NLD코리아 여성 회원들. 신장병을 앓으면서 어느 한 순간도 조국의 민주화를 포기한 적 없는 전사입니다. 88년 양곤에서 흘렸던 이들의 피는 조국의 가슴에 영원한 역사로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 최방식 기자

▲ 예쁜 버마 여인의 웃음. 그리운 조국 만큼이나 이들에겐 민주주의가 소중합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이루고야 말...     © 최방식 기자

 
10년이 넘게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8'자는 특별한 숫자입니다. 3천여명의 동지들이 죽어간 반독재 민중항쟁이 일어난 해가 88년이고, 불이 붙은 날이 8월 8일이니까요. 서명자 수는 그렇게 결정된 모양입니다. 서명지를 유엔 총회와 안보리에 보낸답니다.

언제 봐도 밝은 조모아. 행사진행 솜씨가 수준급입니다. 농담 실력도 제법이지요. 관련된 한국인 대부분을 다 잘 아는 그이다보니 축하객들에 대한 소개가 풍부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이력에서부터 도움 내용, 그리고 성향까지 막힘이 없습니다.
 
용기·포용력·지성 모아 새에너지를...
 
영담 스님이 맨 먼저 축하말씀을 건네십니다. NLD코리아에게는 특별한 분입니다. 늘 도와주시니까요. 조모아 등 몇 분의 NLD 회원들은 스님의 배려로 석왕사에 기거하고 있습니다. 수지 여사 가택연금 해제와 정치범 석방을 기원한다고 하십니다.

 
▲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 회원들도 이날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하루전 날린 '번개팅'인데 여러명이 왔지요. 늘 반갑고 고마운 분들이지요.     © 최방식 기자
▲ 씩씩한 NLD전사들입니다. 버마의 밝은 내일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한 분은 제가 좋아하는 '체'를 닮은 듯해 보입니다. 잘생겼죠?     © 최방식 기자
▲ 여러 분들이 NLD코리아 사무실 이전개소식에 참여해 축하해줬습니다. 버마 민주화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최방식 기자

부천시민모임 대표, UNHCR 한국지부 관계자, 원혜영 의원실에서 오신분,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 오신분이 축하말씀을 건넵니다. 버마작가모임의 임동확 대표도 빠질 수 없죠. "터를 바꾸는 건 새 일을 준비한다는 것 아닙니까? 아웅산 장군의 용기, 수지여사의 포용력, NLD의 지성, 혁명적 감성을 모아 새 혁명의 에너지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어 한국 안에 있는 버마 사회단체 대표들의 축하말씀도 이어집니다. 다 기억하지도 못하겠습니다만 버마공동체, 버마액션 대표 등이 나와 조국의 민주화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와 이를 활용한 올 한해 단체들의 조직·홍보 활동계획을 말했습니다.

2007년 샤프란 혁명을 취재한 국내 한 지상파 방송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수만명의 스님들, 수십만명의 시민이 탐욕스런 탄쉐 정권의 총칼에 맞서 싸우는 장면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봤던 그해 늦여름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 이날 행사장 벽에는 수많은 혁명 사진과 전사들 얼굴이 새겨졌습니다. 8888항쟁의 주인공이며 당시 양곤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민꼬나잉'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그는 탁월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 최방식 기자
▲ 이전 개소식에 한국의 많은 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여했습니다. 국제민주연대 관계자분들도 그 중에 들어있었습니다.     © 최방식 기자
▲ NLD코리아 회원이 입었던 버마 전통의상 '론지'를 입어보는 '버마작가모임' 임동확 대표. 남녀 구분없이 입는 이 옷은 여름에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정글 더위를 극복하는 데 참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죠.     © 최방식 기자
 
마웅 르윈 부회장이 앞에 나서 NLD코리아를 돕는 모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는 8888 민중항쟁 당시 양곤대 투쟁동아리를 이끌었던 분입니다. 한국에 와 있으면서 신장이 안 좋아 고생했는데, 최근 수술을 받고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행사 끝나고 난 뒤는 '안 봐도 비됴'
 
시인이자 가수인 조모루인의 순섭니다. 버마행사 때면 그는 단골입니다. 버마 말이라 무슨 노랜지 알 수 없지만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옛날 가투 때면 경건한 마음으로 두 주먹 불끈 쥐고 불렀던 민중가요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회원들은 행사 때면 봤던 분들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악수하고 포옹하며 반깁니다. 하지만 한국인 축하객 몇 분은 낯섭니다. 인사 나누고, 맛 좋은 다과에 수다가 이어집니다. 어떤 분은 버마인의 전통 옷 '론지'를 벗겨 입어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의 행사를 마치고 버마작가모임은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인근 식당에서 뒤풀이를 합니다. 그 다음은 '안 봐도 비됴'입니다. 버마 민주화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3월의 한 일요일은 그렇게 갔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 도배방지 이미지

버마, NLD, 아웅산 수지, 8888, 양곤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