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쇼를 멈추고 귀를 열어라”

[언론논평] 문화부 ‘정책홍보 KBS버라이어티쇼’ 추진을 보며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9/02/24 [12:15]

“MB정부, 쇼를 멈추고 귀를 열어라”

[언론논평] 문화부 ‘정책홍보 KBS버라이어티쇼’ 추진을 보며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9/02/24 [12:15]
정부가 KBS에 ‘정책 홍보 TV버라이어티 쇼’를 편성하고 출연료를 지원하면서 기획·연출 과정에 직접적으로 간여하려고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는 공영방송을 정권홍보의 도구로 악용하고 심의·통제하려한 ‘천박한 쇼’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에 따르면, 문화부는 1월 초 각 부처에 ‘생활공감 정책방송프로그램 협찬 협조’ 공문을 보내 “국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연예인·전문가·정부 관계자들이 실현가능성을 검증,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는 방식”의 <아이디어 왕! 세상을 바꾼다>라는 가제까지 붙인 방송프로그램 참여를 당부했다.

문화부는 이 프로그램을 KBS의 1시간짜리 주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해 6개월(24주) 간 방송하며, 제작비는 문화부가 기획·연출료를 지원하고 소관 정책이 방송되는 부처가 편당 촬영·출연료를 분담하도록 한다고 적시했다. 나아가 국민제안 아이디어를 받아 방송타당성을 직접 검토하고, 제작단계에서도 ‘조율 및 스크린’을 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심의’, ‘통제’ 뜻을 드러낸 것.

▲ 공정과 공익 '국민의 방송'을 모토로 운영되는 KBS가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KBS 인터넷홈페이지 메인화면 갈무리.     © 인터넷저널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논평에서 “정부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비를 지원하면 그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작해주는 곳이 공영방송인가?” 묻고 “문화부의 공문은 KBS를 ‘정권홍보방송’으로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발상으로,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이명박 정권의 천박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이어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고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으며, 다시 불거진 ‘3월 위기설’은 국민의 마음을 한층 불안하게 하는데 정권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지도, 도탄에 빠진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제발 방송장악, 여론통제를 위한 ‘천박한 쇼’를 중단하고 그 힘의 100분의 1만이라도 절박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 써보라”고 충고했다.

이 단체는 이어 “KBS가 문화부의 ‘정권홍보 버라이어티 계획’을 전혀 몰랐는지, 공영방송의 편성권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침해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참으로 궁금하다”며 “KBS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어디까지 추락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이명박 정부, ‘쇼’를 멈추고 귀를 열어라

- ‘청부사장’으로도 부족해 ‘청부 프로그램’까지 만들 셈인가
 
정부가 KBS에 ‘정책 홍보 TV버라이어티’를 편성하고 기획·연출·촬영·출연료를 지원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문화부가 지난 1월 초 각 부처에 보낸 ‘생활공감 정책방송프로그램 협찬 협조’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문화부가 KBS의 방송편성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면서 정부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문화부가 구상한 프로그램은 “국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연예인·전문가·정부 관계자들이 실현가능성을 검증,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 왕! 세상을 바꾼다>라는 가제까지 붙어있다.

이 뿐 아니다. 문화부는 이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편성시기, 방송시간대와 기간, 제작비까지 적시했다. KBS의 1시간짜리 주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해 6개월(24주) 간 방송하며, 제작비는 문화부가 기획·연출료를 지원하고 소관 정책이 방송되는 부처가 편당 촬영·출연료를 분담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문화부는 국민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방송타당성을 직접 검토하고, 제작단계에서도 ‘조율 및 스크린’을 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방송 내용을 ‘심의’, ‘통제’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비를 지원하면 그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작해주는 곳이 공영방송인가? 문화부의 공문은 KBS를 ‘정권홍보방송’으로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발상으로,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이명박 정권의 천박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문화부의 공문은 이 정권의 모순되고 기만적인 ‘국민 소통’을 확인시켜 준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은 걸핏하면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소통’은 국민을 향해 ‘입은 다물고 듣기만 하라’는 것이었다. 정권에 불리한 말을 하는 누리꾼을 잡아 가두고,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악법을 생각해내고,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끝내 밀어붙이며 제 말만 하는 데 열을 올렸다. 대통령이 격주로 라디오 연설을 하고, ‘청부사장’이 들어선 공영방송은 대통령 홍보에 적극 나서고, 조중동 수구족벌 신문은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축소하거나 물타기 해 주었다.

이렇게 국민 여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제 말만 하고 있는 정부가 공영방송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니 한 편의 코미디다. 공영방송의 편성권을 침해하면서 ‘정책 홍보 버라이어티’를 만들지 않으면 국민 의견을 들을 방법이 없단 말인가? 게다가 이런 프로그램마저 사전에 ‘심의’, ‘통제’할 생각이었다 하니 말 그대로 ‘쇼’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한가하게 ‘쇼’를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고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다시 불거진 ‘3월 위기설’은 국민의 마음을 한층 불안하게 한다. 정권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지도, 도탄에 빠진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제발 방송장악, 여론통제에 쏟는 힘의 100분의 1만이라도 절박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 써보라. 그리고 공영방송에서 정권 홍보 ‘쇼’를 벌여보겠다는 천박한 발상을 버리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일에 매진하라.
 
덧붙여 KBS와 KBS 구성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문화부는 문제의 ‘정책 홍보 버라이어티 쇼’를 봄 개편을 통해 편성하고 6개월간 24회 방송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과연 문화부가 KBS와 어떤 교감도 없이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인지 의문이 든다. KBS가 문화부의 ‘정권홍보 버라이어티 계획’을 전혀 몰랐는지, 공영방송의 편성권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침해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아울러 KBS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어디까지 추락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권은 KBS를 자신들의 ‘생각대로 하면 되는’ 방송으로 취급하고 있다. <2009년 2월 2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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