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의 무게’, 어느덧 마친다니 멍~

[몽골리포트] 현지지부 폐쇄하고 난 본부 국제연대담당 발령

윤경효 | 기사입력 2009/01/11 [22:00]

‘긴 시간의 무게’, 어느덧 마친다니 멍~

[몽골리포트] 현지지부 폐쇄하고 난 본부 국제연대담당 발령

윤경효 | 입력 : 2009/01/11 [22:00]
처음 몽골 땅에 발을 들였을 때 실감한 게 하나 있는 데 ‘언제나 올 한해가 갈까’였다. 그렇게 참 긴 시간의 무게에 짓눌렸는데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2008년 12월 31일에 뜬 해가 2009년 1월 1일에 안 뜨는 것도 아닌데,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놓고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면 우습기만 하다. 그래도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을 핑계 삼아 이래저래 반성도 하고 각오도 다지고 소원했던 사람들과 연락도 하면서 한 호흡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12월 3일 갑작스레 서울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2009년 1월 2일부로 몽골지부는 서울본부의 정책실에서 직접 총괄 지휘하고, 나는 본부의 국제연대사업 담당자로 발령되었다는 조직개편 내용이었다.
 
▲ 12/23 몽골을 떠나기 전에 조림장을 둘러보고 가야될 것 같아서 현장 점검 차 바양노르에 다녀왔다. 요즘 바양노르 조림장에 토끼들이 자주 들어와 이재권 위원이 학교에 SOS를 요청했단다. 오전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토끼를 잡기 위해 조림장에 모여들었다. 고요했던 조림장이 아이들의 토끼 모는 소리로 들썩이고 있다.     © 윤경효

▲ 12/23 오늘만 벌써 5마리의 토끼가 잡혔다. 함께 바양노르에 간 보양 선생님이 그 중 2마리를 선물로 받았다(왼쪽). 요즘 토끼 잡는 것이 일이라는 경비원 뱜바 아저씨와 체츠게 아줌마.(오른쪽) 한국으로 떠난다 하니 체츠게 아줌마가 꼭 껴안아주신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눈물이 핑 도누나...     © 윤경효

 
‘시간의 의미’ 호들갑 우습기만
 
얼마 전 국내외 경제사회여건 등을 고려하여 조직운영에 관한 긴급 이사진회의를 했는데, 몽골지부를 연락사무소로 축소하여 본부에서 직접 총괄하고 국제연대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방향이 결정되었다 한다.
 
최근 어려워진 한국 경제상황 때문에 서울본부가 힘들겠다싶어 지부활동가들과 허리띠 졸라맬 각오와 함께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하자며 힘내자고 한 것이 어제였는데, 갑작스런 조직개편 소식에 모두들 당황했다.
 
최소 2년. 길면 5년 동안 몽골에 있어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각오했었다. 장기 계획으로 활동 스케줄을 세웠었는데, 갑작스런 복귀요청에 한동안 멍 했더랬다. 그래도 정리는 해야겠기에 당황해서 손 놓고 있는 활동가들을 수습해서 2008년 활동내용 정리와 내년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 12/26 송년파티. 샴페인 터트리기(왼쪽)와 바가노르구의 바이라후 공무원으로부터 초청에 대한 감사 선물로 초콜릿과 와인을 받고 있는 모습(오른쪽).     © 윤경효

▲ 12/26 파티 안주인의 기본자세는 손님들 술 먹이기...^^;;(왼쪽). 나와 박은희씨의 기타 협주공연에 대한 답가로 사랑토야 바양노르 교장 선생님의 반주로 세르다람 교수와 다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오른쪽)     © 윤경효

 
작별인사 차 조촐한 송년 파티...
 
처음 소식을 듣고 2주 동안은 모두들 어수선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에 적응하는 듯하다. 원래 그렇게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어떤 일이든,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다만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몽골에서도 한국처럼 송년파티, 신년파티를 연례행사로 한다. 보통 회사나 단체에서 주최하는 파티는 규모가 있어야 하기에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올해는 송년파티를 하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올 한해 푸른아시아와 함께 일했던 몽골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인사와 작별인사는 해야겠다 싶어, 12월 26일 금요일에 저녁식사를 하는 정도로 조촐하게 송년파티를 마련했다.
 
헝클어진 몸·마음 다잡으러 여행
 
올 한해 활동을 돌아보고 서로 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물으니, 자리를 마련하기를 잘했다 싶다. 이 자리를 통해 사람들은 ‘푸른아시아’로 묶여질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사회생활과 시민운동에 적응하기 시작한 세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2008 푸른아시아 송년파티 참석자들과 함께.     © 윤경효

▲ 12/27 고려사 파티에서 경산 스님과 ‘Love Story' 기타협주 공연(왼쪽). 지구촌나눔운동 활동가들과 은희씨.(오른쪽)     © 윤경효
 
 
파티가 끝난 후에 집에 처박혀 보고서 쓰면서 2008년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냈다. 지난 시간 난 무엇을 배웠던가... 내년에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가... 생각하면서...
 
내일 지부 식구들과 함께 새해 기념으로 돈드고비아이막[道] 생샨드시로 2박3일 기차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근처에 에너지가 모이는 산이 있는데 몽골사람들은 그 에너지를 받기 위해 그곳을 성지(聖地)처럼 찾는다고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몽골여행이다. 올 한 해 동안 앞만 보고 뛰었는데 그곳에 가서 좋은 기운을 받아 헝클어진 머리와 마음을 정리해 봐야겠다.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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