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미디어렙, 언론 공공·다양성 해쳐

코바코 해체 뒤 추진계획, 지역·종교방송과 인쇄매체 타격예상

이석주 | 기사입력 2008/09/20 [12:03]

민영미디어렙, 언론 공공·다양성 해쳐

코바코 해체 뒤 추진계획, 지역·종교방송과 인쇄매체 타격예상

이석주 | 입력 : 2008/09/20 [12:03]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이 포함된 정부의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오는 22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장주의적 미디어렙의 도입으로 여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심각한 저해를 받을 것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민영미디어렙의 도입에 따라, 지역방송 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 역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장악 계획에 따른 정치적 의도로까지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주요 일간지에 견줘 상대적 경영기반이 취약한 종교방송의 경우, 이들 방송사의 사장단이 성명까지 내가며 "정부는 종교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창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각한 경영위기 초래, 정치적 의도 담긴 듯"
 
미디어렙은 방송사 대신 일반 광고주에게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대행사로, 정부의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알려지기 전 까지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모든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판매를 대행해 왔다.
 
이같은 방안을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나라당의 입장은 단연 시장주의 논리. 즉 기존의 코바코를 해체한 뒤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해 방송광고를 배분하겠다는 입장이다. 
 
▲ 정부는 오는 22일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포함된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론 공공성 저해와 이에 따른 정치적 의도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 코바코 해체시,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 경영기반이 취약한 매체의 생존이 어렵게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곧 시청자 입장에서 다양한 방송 선택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17일 "민영미디어랩 도입 결정이 지역방송, 종교방송, 3대 일간지의 광고판매를 급격하게 감소시켜 결국 경영상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여론의 공공성, 다양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올초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방송광고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주장, "특히 종교방송, 지역방송, 일간지를 포함한 인쇄매체 등에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최 의원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돼 완전경쟁체제로 돌입할 경우, 지역민방과 종교방송, 나아가 주요 일간지들의 광고판매액이 감소돼 사실상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 지역민방의 경우, 완전경쟁이 도입되면 1년 차에는 2,104억원에서 1,628억원으로 476억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다.
 
종교방송의 경우엔 그 피해가 더욱 커, 1년 차에 990억원에서 495억원으로 50%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으며, 연차별로 보면 2년차에는 70%, 3년차에는 80%, 4년차에는 90%가 감소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밖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3대 일간지의 경우도 3년차에는 광고판매액이 44.2% 감소돼 경영상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하며, 특정 신문에 대한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 최문순 의원이 17일 공개한 보고서 일부. 완전경쟁 도입시 대부분의 인쇄매체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 최문순 의원실

이에 대해 최문순 의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에 대한 향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바코 해체와 민영미디어랩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KOBACO 민영화에 대한 입장 철회를 주장했다.
 
최 의원은 특히 "종교, 지역방송, 3대일간지에 대한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의 결과는 각 매체의 경영에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준"이라며 "여기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의 미디어 장악 논란에 우려를 표시했다.
 
종교탄압 논란으로 까지 확산, "정권 퇴진 운동 불사할 것"

 
이런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미디어렙 도입 방침이 종교탄압에 대한 논란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시장주의적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존립근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종교방송의 존립기반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CBS, 불교방송, 평화방송, 원음방송, 극동방송 등 5개 종교방송 사장단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기획재정부는 금번에 발표할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배제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대한민국호를 경제파탄으로 내몰아 국민들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계마저 파탄으로 내몰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부는 종교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동안 종교 라디오 방송사들은 인류의 궁극적 목적인 공존과 화합, 상생을 위한 밑거름으로 역할하면서 사회의 공익성을 증진시키는데 앞장서왔다"며 "정부는 이러한 공익적 역할을 지켜주기는 커녕 그 기반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광고 취약매체에 대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역할은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논리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가 방송의 독과점을 부추길 방송광고 시장의 시장경쟁체제 도입을 강행한다면,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전 종교인들의 힘을 모아 정부의 종교탄압 시도를 분쇄할 것이다.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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