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니 3년전 네가 전화했던 기억 또 나"

세월호참사 피해 '진솔' 엄마 최영숙씨 광화문 기억문화제서 편지낭독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04/17 [10:08]

"꽃비 내리니 3년전 네가 전화했던 기억 또 나"

세월호참사 피해 '진솔' 엄마 최영숙씨 광화문 기억문화제서 편지낭독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04/17 [10:08]

 

[신문고뉴스] 세월호 3주기-22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15일 오후 8시 30분 현재 연인원 10만여 명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들 촛불시민들은 “박근혜를 쫓아내자 세월호가 올라왔지만 미수습자 수습, 온전한 진상규명, 책임자 엄중처벌은 정부의 졸속대처로 오히려 가족들을 괴롭히고 고립시키려는 시도 속에 아직도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세월호3주기 기억문화제 편지낭독 1(촛불시민 최영숙 님) 전문이다.

 

진솔아

 

비가 내리더니 벚꽃이 지려나 보다. 봄은 갑자기 왔다가 가버려서 그런지 엄마한텐 항상 설레고 아쉬운 계절이란다.

 

꽃비가 내리니 4년전 네가 수학여행 가서 들뜬 목소리로 전화했던 기억이 또 나는구나.

 

“엄마, 우리나라에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대박! 그런데 엄마는 아직 제주도도 못 와봤네. 다음에는 꼭 같이 오자 엄마.“

 

네가 보낸 사진에는 봄꽃만큼 환한 미소가 가득해서 엄마는 정말 행복했었는데 다음 해 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버렸구나. 퇴근해보니 네가 울고 있었어. 

 

“엄마 내가 갔던 그 코스로 동생들이 수학여행을 갔는데, 어떡해, 어떡해!”

 

발을 동동 구르고 눈물을 흘리고 간절히 기도해 봤지만 속절없이 시간이 가버렸다.

 

이땅에선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워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너무나 창피하고 미안했어.

 

너에게 엄마가 살아낸 시절보다 더 위험하고 힘든 미래를 물려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달라져야 했어.

 

거리로 나갔고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세월호 진상을 밝혀내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거냐고 우리 권리를 위임받은 그들에게 묻고 또 물어서 확인하고 싶었어.

  

꽃이 피고 지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가고 벌써 3년이 흘렀구나. 유가족도 아닌데 얼마나 받고 일하냐고, 돈받고 끝난일을 니 새끼 밥은 주고 나와서 이러냐는 험한 말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엄마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리고 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잖아. 엄마가 어떻게 그런 미래를 포기하고 눈 감고 살라고 할 수가 있겠니.

 

3년 세월동안 부쩍 큰 너처럼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도 변하기 시작했어. 희망이 생겼고 드디어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어찌보면 싸움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엄마는 믿게 됐어. 힘들고 긴 시간이 지나도 진실은 꼭 밝혀지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 한다면 내가 아플때 같이 손 잡아줄 누군가가 꼭 내 옆에 있을 거라는 걸.

 

하늘에 별이 된 아이들이, 304명의 생명이 준 소중한 가르침이란다. 엄마도 너도 잊지말고 기억하자.

 

 

 


원본 기사 보기:신문고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

세월호 진솔 최영숙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