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변호사 과로사와 한국식 퍼포먼스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7/03/22 [10:43]

정유라 변호사 과로사와 한국식 퍼포먼스

중국시민 | 입력 : 2017/03/22 [10:43]

 

 

▲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정유라 씨     © 자주시보

 

▲ 정유라 변호사,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가 갑자기 숨졌다.     © 자주시보

 

깜짝 놀랐다. 정유라 씨의 덴마크 변호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보고서였다. 한창 나이 46살에 죽은 원인은 과로란다. 일본에서 생겨난 “과로사(過勞死)”라는 단어가 일본과 한국에서만 실제로 증명되는 줄 알았던 필자로서는 그리고 북유럽 사람들이 느긋이 살아간다고 알았던 필자로서는 정유라 씨의 한국 송환을 막으려고 애를 쓰던 변호사가 과로로 죽었다는 게 굉장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개인적 인식의 한계를 알게 되어 놀랐던 필자와 달리, 그 변호사의 죽음 때문에 땅을 치며 후회하는 한국인들도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박사모 수준에 비춰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변호하는 대리인단이 과로로 인한 뭔가를 보여줬더라면 탄핵소추안의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여기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박근혜 대리인단 성원들이 나름 열심히 변호를 했고 열성을 보이기는 했으나 “과로”와는 거리가 먼 모습들을 보여줬다. 태극기를 펼쳐보이거나 몸에 두르는 등 퍼포먼스를 활발히 진행했던 서 아무개 변호사는 헌재에서는 물론 추운 날 태극기집회들에 참가하면서도 지나칠 지경으로 건강한 형상을 과시했다.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인다는 무서운 전경을 묘사해 구설수에 올랐던 김 아무개 변호사는 될 말 안될 말 엮어가다가도 당뇨병이 있어서 뭘 먹어야 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그로서는 시간을 끄는 한편 불상하게 보이는 전술을 썼을 텐데 그보다 열변을 토하다가 픽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더라면 효과가 훨씬 좋았을 가능성이 높다.

 

워낙 한국인들이 정에 약하다는 말을 듣는 판에, 늙은 변호사들이 법정에서든 실회집회무대에서든 잠깐이라도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했더라면 설사 병원에 가서 휴식하고 링게르 맞는 정도에 그치더라도 동정여론이 꽤나 조성될 수 있었을 테니, 지금처럼 골수 친박들을 내놓고는 박근혜 씨와 그 변호인단 및 지지자들을 비웃는 분위기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박근혜 씨가 응답한 21일 검찰 출석을 놓고 며칠 째 온간 추측이 난무한다. 전여옥 씨는 박근혜 씨가 끌려가는 장면을 연출하리라 내다봤고 어떤 이는 박근혜 씨가 휠체어에 앉아 출석하리라고 추측했다. 하기야 청와대를 떠나 사저에 돌아간 이튿날 13일에 박 씨가 잠을 잘 못잤다는 정보와 더불어 구체적인 경과 설명 없이 박 씨가 다리를 다쳤었다는 정보도 언론에 흘려졌으니 뜸은 미리 들인 셈이요, 휠체어에 앉아 등장하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 단 휠체어는 한국 재벌총수들이 여러 해 전부터 하도 여러 번 써먹은 수법이어서 이제는 조소나 벌기 십상이다.

 

그보다는 검찰이 수 백 개 질문을 준비해서 굉장히 길어지리라고 예상된다는 조사과정에서 누군가 과로 혹은 긴장과도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느 정도 먹혀들지 않을까? 서 변호사와 김 변호사가 새로운 변호인단에 끼이지 못했고, 변호인단이 검찰을 상대하기는 약하다는 평이 나오자, 박 씨 측은 거물급 변호사들이 있으나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법조계에서 거물급이라는 말은 대체로 고령과 직결된다. 어느 고령 전직 검찰장이나 검사가 검찰원에서 쓰러지면 거 참 볼만하겠다.

 

내일 생겨날 기사들이 한국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에 먹칠하지 않겠냐는 걱정 때문에 따뜻해지는 봄날에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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