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의 발악, 그래도 콜드게임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1/28 [11:19]

박근혜-최순실의 발악, 그래도 콜드게임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1/28 [11:19]
 

 

[신문고 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정치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국정농단과 파탄의 주체인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사상 초유의 정치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초반부터 전쟁 주도권을 유지했던 대통령 탄핵 추진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탄핵 인용은 이미 포위되고 최후 방어선마저 붕괴한 적국 수도에로의 진격 일보 직전 상황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탄핵을 둘러싼 정치 투쟁 과정을 복기해 보면 박근혜는 나름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전장(戰場)을 택하여 싸움을 도발했다고 보여진다. 초반 촛불민심이 무섭게 타오를 때 박근혜는 민심의 겸허한 수용이 아닌 정치권과의 막후 거래를 시도했다. 김병준을 책임총리로 밀었고, 문재인은 ‘명예로운 퇴진’ 보장 따위 추접한 발언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유치한 작전은 전혀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촛불의 화력을 더욱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치판에서 승산이 없게 되자 박근혜는 ‘그렇다면 법대로 해봐라’는 지능범의 영악한 버티기로 작전을 바꾼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속설처럼 자신에게는 여전히 권력이라는 주먹이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도 검찰을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산이 틀렸다. 박근혜는 법리 정치투쟁(정확하게 말해 권력을 쥔 존재가 법을 악용하는)의 과정에서 자신의 수하라 믿었던 검찰에게 치명타를 맞는다. 검찰이 자신을 최종 피의자로 지목한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특검은 검찰보다 더욱 강경 모드로 뇌물죄까지 추가하여 법적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지경이 되었다. 게다가 친박패권의 최후 보루라 여겼던 새누리당 마저 내분을 겪으며 국회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는, ‘삼단 싸대기’를 두들겨 맞는 꼴불견을 연출하고야 만다.

 

호기롭게 스스로 선택한 전장(戰場)에서 연전연패 수렁에 빠진 박근혜, 막판에 몰린 그녀는 급기야 인터넷 방송에 갑자기 튀어나와 ‘별풍선’에 굶주린 BJ 코스프레를 선보인다.

 

언론에서는 그녀의 쌩뚱맞은 행동을 가리켜 대중을 상대로 한 ‘여론전’에 돌입했다는 해석을 붙여준다.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던 박근혜 정권이 다름 아닌 그 ‘개돼지’에게 정권의 마지막 희망을 구걸하는 황당한 아이러니가 시작된 셈이다.

 

박근혜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개돼지 결전’에서 과연 소원대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박근혜가 마지막 판돈을 베팅하고자 선택한 ‘도박장’이 지난 세월 그녀의 시녀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던 주류 언론 KBS도 MBC도 아닌, ‘별풍선’이 연상되는 ‘듣보잡’ 인터넷 방송이라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박근혜의 마지막 시도는 잿팟을 향한 도박사의 건곤일척 승부라기보다 정선카지노에서 전재산을 홀라당 날린 도박 폐인이 하나 남은 동전을 슬롯머신에 털어 넣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게다가 입만 열었다 하면 ‘국격’을 운운하던 박근혜이다. 하지만 게릴라 인터뷰로 자신과 얽힌 가십성 루머에 대한 해명에만 집착한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일국의 국가원수라기보다 지저분한 루머의 주인공이 되어 물거품처럼 스러지는 인기를 부여잡고자 발버둥치는 퇴물 3류 연예인에 가까웠다.

    

따라서 로또 당첨의 확률로 그녀가 ‘개돼지들의 동정’으로 대통령직을 지켜내는 ‘기적의 역사’가 강림한다고 해도, 그녀는 그녀를 동정한 “진짜 개돼지”들의 우두머리 이상의 품격을 갖출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탄핵과 하야가 거론되자, 박근혜는 국정공백의 위험을 경고하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 탄핵 심판을 최대한으로 지연시키며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획책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박근혜 자신이다.

 

북핵으로 인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론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 또한 박근혜가 즐겨 쓰던 전가의 보도였다. 그러나 촛불의 민심이 국론을 통일하여 탄핵 열차를 힘차게 전진시키는 상황에서 한 줌 ‘진짜 개돼지’들을 동원해서 태극기를 모욕하며 의미 없는 국론 분열을 선동하는 주체 역시 박근혜 자신이다. 북핵의 위협도 골목시장의 냉랭함도 전혀 상관없다는 행태다.

 

나는 박근혜가 도대체 무슨 생각과 정신으로 지난 20여 년 정치를 해왔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유년 새해 벽두 그녀가 대한민국을 파탄지경으로 몰고 가며 난장판으로 치른 정치의 결과는 명백한 “Called Game” 이다. 한마디로 더 해보나 마나 완전히 패배한 경기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녀는 심판이 매수되었다고 악다구니를 쓰며 선수들을 경기장으로 난입하게 하는 벤치크리어링도 모자라 이제 자기 팀 덕아웃 위 관객석을 향해 난동이라도 일으켜 자기를 구해달라는 ‘땡깡’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처절한(?) 저항이라도 망가지는 것은 경기이고, 다치는 것은 애꿎은 선수와 관중들뿐이며,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콜드 게임이라는 경기 결과는 절대로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은 그녀와 그녀를 동정하는 ‘진짜 개돼지들’만 모르고 있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박근혜의 이러한 엽기적 작태가 야기하는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도 박근혜 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으리라는 안이한 착각을 유권자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을 선택하는 기준이 그가 가진 ‘능력과 비젼’이 아닌 그가 속한 ‘진영’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되고 만다.

 

박근혜라는 괴물을 잉태한 이유 중 하나가 진영논리에 편승한 정치적 간택이었다면, 우리는 촛불로 박근혜 제거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이 기회에서 또다시 ‘진영’으로 사람을 선택한다면, 과연 그 선택의 결과가 ‘제 2의 박근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서울시의 메르스 위기 극복이라는 업적을 남긴 정치인은 경선에 임하기도 전에 출마를 포기했다. 반면, 박근혜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하며 오만함의 극치를 선보였던 경망스러운  정치인은 팬덤으로 범벅된 진영논리의 탄력을 받아 박근혜의 엽기적 작태로 인한 반사이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것이 개혁과 진보로 치장한 오늘날 야권 정치의 자화상이다. 어쩌면 촛불은 그 빛으로 박근혜를 녹여버렸지만, 그 그림자는 또 하나의 박근혜를 빚어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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