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게 저들이 화를 내고 있습니다"

[詩로 말한다] "물대포나 소화기 등 권력의 힘으로는 못 끄죠"

임효림 | 기사입력 2008/07/16 [10:35]

"촛불에게 저들이 화를 내고 있습니다"

[詩로 말한다] "물대포나 소화기 등 권력의 힘으로는 못 끄죠"

임효림 | 입력 : 2008/07/16 [10:35]
 
▲ 13일 저녁 보신각.     ©김오달 기자

 
피 씻김 /임효림 시


씻어도, 씻어도 씻겨 지지 않는 탁한 피가 있거든
장작불 불가마 속
저 순결한 백자 항아리를 만드는
그 붉은 노염(怒焰)으로 태워 보아라.

그래도 씻겨 지지 않는 그런 피 있거든
날이면 날마다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면서
넘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로나 씻어보아라

날마다 흘리는 눈물로도
씻겨 지지 않는 피가 어디 있겠나.
천년이고 만년이고 쉬지도 말고
어머니 마음 같은 눈물 흘려라


[詩해설] 촛불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그러나 절반의 승리밖에 가져오지 못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의 승패는 운동경기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보수수구세력들이 어떻게 말하든지 촛불의 정신은 한국역사에 역동적인 힘으로 작용 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가깝게는 5.18에서 보았습니다. 아직도 보수수구세력이 5.18을 악평하고 있지만 선거철이 되면 한나라당의 후보들도 앞을 다투어 5.18 묘역에 가서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까. 참고로 지난 대선에 이명박도 참배를 했었지요. 역사란 그런 것입니다.

아무리 소수의 주장이라고 해도 그것이 그 시대의 이슈가 되면 그것은 큰 힘이 됩니다. 그것을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를 반대하는 지율 스님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나도 그때 지율스님의 옹고집 같은 주장과 과도한 단식농성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율스님이 만든 사회적 이슈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비록 천성산에 지금 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때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역사가 진행되면 당혹하고 화를 냅니다. 지금 촛불은 상당부분 축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수 대중이 자기의견을 표출했습니다. 그런데 보수수구세력들은 몹시 화가 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보기에 딱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고요. 왜일까요?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노무현을 그렇게 싫어했고, 그래서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보란 듯이 잘 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지금 이명박 정권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습니다. 노무현은 정책에 실패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봉화마을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데 이명박은 집권초기에 정점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주변국들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는 조공외교를 했는데도 우방으로서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국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약삭빠르게 챙기고 있습니다. 대북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중에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사항이 좋아 질 수 있는 기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명박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도 소고기가 졸속협상이었다는 것 자체는 인정 할 것입니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 할 것입니다. 대북관계 잘못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 할 것입니다.

이래서 저들은 촛불을 향하여 화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민심을 대변하는 촛불이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있는 방식으로는 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위에 참석하지 않은 다수의 의견이 있다는 말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다수도 촛불을 지지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이고, 그들은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고 있습니다.

말이 많아 졌습니다. 끝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분노에 촛불은 대통령의 참회의 눈물이나, 아니면 국민에게 감동을 줄때 꺼집니다. 물대포나 소화기로는 끄지 못합니다. 더욱이 권력의 힘으로는 영원히 끄지 못합니다."

위의 시는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우리역사의 반역들에게 보내는 시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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