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 궤변의 반기문'진보적 보수'? '어정쩡한 보수'가 맞겠지, 우상화 뒤 지우기는 또...한국 최초의 ‘진보적 보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한 반기문의 ‘정치 어록’이 언론매체들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수주의자로 본다. 하지만 대한민국 지도자들 중에서 나처럼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이는 별로 없다. 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다.”
네이버, 다음,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아도 한국의 정치인들 가운데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한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반기문이 한국 최초인 셈이다. 도대체 반기문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의미를 제대로나 알고 ‘보수적 진보주의자’라고 서슴지 않고 ‘선언’한 것인가?
2014년 12월 초순에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 김기원은 사망하기 두 달 남짓 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진보와 보수, 상식과 몰상식’)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파는 사회연대(공생), 경제적 평등, 분배, 민주성, 정치적 자유를 강조”하는 반면 사회적 강자를 대변하는 보수파는 “자기책임(경쟁), 경제적 자유, 성장, 효율성, 정치적 질서를 강조한다”고 규정했다. 진보와 보수에 관한 이런 정의가 타당하다고 보면, 반기문은 진보가 아니고, 어정쩡한 보수에 속할 뿐이다.
그런데 반기문은 1970년에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뒤 47년 동안 단 하루도 그런 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고 독재정권을 비판하지도 않았다. 이런 인물이 ‘진보적으로 사고한다’고 주장하면 누가 ‘오, 그러냐’고 시인하겠는가? 차라리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주의자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 그것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다 대한민국, 한 나라, 한 민족입니다.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 캠프에 참여한 면면을 보면 반기문처럼 외교관으로서 권력에 순종해온 관료들과 새누리당을 떠났거나 아직도 남아 있는 ‘꼴보수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핵심으로 일하던 낡고 퇴행적인 인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치교체가 아니라 정치 후진화를 위한 모임처럼 보인다.
생가 복원에 15억원, 평화랜드 조성에 20억원이 들었는데 내년까지 125억원을 투입해 생가 옆에 유엔평화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반기문은 한 지역에서 우상화된 인물로는 박정희에 필적할 만하다. 박정희 우상화가 사후에 본격적으로 추진된 데 반해 반기문 우상화는 생전에 극에 이르렀다. 반기문은 여태까지 은근히 그것을 즐겼을 테지만, 그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이 된 뒤 우상화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반기문이 험난한 가시밭길과 지뢰밭을 지나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도에 낙마할지를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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