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북한표현', 새누리 저질종북몰이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6/11/20 [11:00]

근거없는 '북한표현', 새누리 저질종북몰이

중국시민 | 입력 : 2016/11/20 [11:00]
 
▲ 가장 목소리가 컸던 중고생 시위대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날마다 충격적인 내막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객들과 법조인들이 갖가지 재주를 피우는 요즘 여러 날 전에 일어난 일을 들출 필요가 있겠냐는 의문이 들지만, 일단 다뤄본다.

11월 5일 20만 규모로 집계된 시위에 수백 명 중고생들이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는 펼침막을 들고 나타났다. 중고생혁명은 청소년 인권운동단체인 ‘중고생연대’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시국에 대응하기 위한 모임이라는데, 어느 보수단체 인사가 혁명과 혁명정권 운운이 살벌하다면서 빨간 색깔을 칠하려 들 때까지는 그럴수도 있는 반향이라고 여겼다. 5·16이 군사쿠데타가 아니라 “군사혁명”이라고 주장하는 게 박정희 숭배자들이지만 현시점에서는 “혁명”이란 단어 자체에 반감과 불안을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11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중고생연대의 이적성 여부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 자 어떻습니까? 공산혁명·사회주의 혁명 두 가지 말고 또 뭐가 있어요? 지금 이 체제를 때려 엎자는 거잖아요. 장관님은 ‘세워내자’ 이런 말 써본 적 있습니까? 저게 바로 북한식 표현이에요. 중고생이 나와 저러는 배후에 종북주의 교사가 있지 않겠습니까? (사진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선동을 하는 것 같은데 최모씨 만 18세. 중고생연대 하면서 통진당 청소년비대위원장하다가 고등학교 졸업하니까 새로운 단체 만들어 활동하면서 저 날은 교복 입고 가서 고등학생처럼 이렇게 하는 겁니다. 통진당을 했고요. ‘중고생연대’ 이적단체성 조사를 하십시오.”
 
김진태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이른바 “5· 16군사혁명”은 공산혁명인가? 사회주의 혁명인가? 근년에 미국이 서방세력들을 모아서 주도한 이른바 “오렌지 혁명”이나 “쟈스민 혁명”은 또 어느 성격의 혁명에 속하는가? 필자처럼 중국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이 익숙한 프랑스 대혁명 등을 가리키는 “자산계급혁명”이란 개념을 한국에서 잘 쓰지 않더라도 근· 현대사에서 혁명이란 이름으로 시행된 행동들이 결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두 가지 성격뿐이 아님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현대인의 상식일 텐데...

15일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2014년 중고생연대를 만든 최준호씨는 그 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혁명이란 단어 쓴 건 4·19혁명 정신을 이어받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다. “종북”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 괴롭고, “북한의 ‘북’자 꺼낸 활동을 한 적도 없”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할 생각이 없고, 현 시국에 대한 문제를 학생들 입장에서 이야기하려는 거라고 설명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일단 “혁명”에 대해서는 최 씨의 설명이 충분하다고 보인다. 필자로서는 한겨레가 다루지 않은 “세워내자”는 말에 주목했다. 김진태 의원이 “저게 바로 북한식 표현이”라고 단언한 것과 달리 조선(북한)의 자료를 많이 본 필자에게는 전혀 인상이 없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하여 10여 년 세월 수집한 조선 자료들을 검색해보았다. 새삼 놀란 게 인터넷에서 얻은 정치, 군사, 문학, 예술 등 책들이 수백 권에 이른 다는 것. 아래아한글“찾기”에서 “세워 내”를 입력하고 “띄어쓰기 무시”로 설정하여 검색했는데, 정치부류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계획을 세워 내려먹였”다는 식으로 쓴 예들이 좀 있었고 문학작품 중에 예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김일성 주석을 주인공으로 하는 총서 “불멸의 역사”중 장편소설 “혁명의 여명”(천세봉 지음)에서 나온다.
 
“차광수는 영화관앞에서 시민대렬을 꾸리고있는데 시민들이 어찌 모여들었는지 대렬을 미처 세워내지 못했다. 두줄로 서느냐 세줄로 서느냐 시비가 일어났다. 그는 사람들앞에 울대뼈가 두드러진 목을 빼들고 서서 자기가 지휘할테니 자기 말을 들으라고 호소했다.”
 
1920년대 후반의 길림에서 조선사람들이 무슨 활동을 하는 대목이다. 차광수는 김일성 주석의 친구이자 전우로서 항일무장투쟁초기에 희생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식 한글 사용법이 아니라 정상적인 한글해독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대뜸 알 수 있다시피 “대렬(대열)을 미처 세워내지 못했다.”는 정권 세우기와는 거리가 멀다. 앞의 계획을 세워 내려 먹였다는 더구나 정권 세우기와 상관이 없다.
수천 만자 자료에서 계획을 세워 내려 먹였다는 방식과 대열을 세워내지 못했다는 10개 미만의 사례밖에 없었다는 건 “세워내다”는 표현을 조선에서 거의 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권을 세워내자”같은 말은 아예 없다. 정권에 관해서는 “정권을 수립”이 조선에서 곧잘 쓰는 표현이다.

발생확률이 지극히 낮은 사건을 “소확률사건”이라고 부른다. 필자처럼 어린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조선의 책들을 보아온 사람조차 모르는 말을 어느 “종북주의 교사”가 알아서 가르쳤다? 벽틈에 숨어있던 벼룩이가 별안간 벼락에 맞아죽었더라고 믿는 게 오히려 더 낮겠다.   

사실 어떤 것이 “북한식 표현”이라고 주장하자면 근거를 제시해야 맞다. 이건 법률상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진태 의원은 덮어놓고 주장들만 했지 아무런 근거도 내놓지 않았다. 공인으로서 아주 나쁜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누군가에게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만 하면 매도목적을 이루곤 했던 한국의 정치풍토 때문에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질책부터 앞세우는 정객들이 버젓하게 국회의원이 되어 활약한다. 그런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주장들을 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가!
그릇된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중고생들의 혁명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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