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교생들 “박근혜와 같은 고향, 부끄럽다”

동성로 2주째 촛불집회 "이렇게 하면 지쳐서라도 내려오겠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11/18 [10:40]

대구고교생들 “박근혜와 같은 고향, 부끄럽다”

동성로 2주째 촛불집회 "이렇게 하면 지쳐서라도 내려오겠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11/18 [10:40]
박근혜 퇴진 대구 촛불집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호가 있다. “대구에서 끝장내자” 바로 이 대구 시내 한가운데 박근혜가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민에 따르면 대구 중구청은 이곳에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현판을 세웠다. 현판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곳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다가 1953년 서울로 이사하였다”고 소개했다. 박근혜가 1952년생이니 간난아이때 1년 동안 행복한 유년시절(?)을 대구에서 보낸 것인가
 
▲대구 중구 삼덕동1가 5-2, 인증샷을 남기는 시민들 © 뉴스민
 
생가터를 알리는 표지판에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과 ‘박근혜 하야해’라고 적힌 종이컵이 꽂혀 있기도 했다. 최근 잇달아 불거지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점점 등을 돌리는 대구 민심이다.
 
20대 딸과 함께 시내에 나온 김 모(57) 씨는 “딸 보기 제일 부끄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씨는 “대구에서 믿고 밀어줬는데, 나이 먹은 우리가 많이 부끄럽지요. 박정희 대통령얼굴에 먹칠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대구 산다는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근혜 생가터와 불과 100m 떨어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는 2주째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뒤로는 ‘A4 데모’가 한창이다.
 
최 모(71) 씨는 “우리는 관심이 없었지.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 거 보니까 실감이 나네. 허무감이 제일 크지. 나이 많은 사람들은 실망감이 지금 대단하다”며 “앞으로 대구에서 큰 사람 나오면 안 돼. 대구 이미지 나빠져. 우리도 4.19 때 데모하고 다 했는데, 또 이렇게 해서 해결되겠나”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는 박근혜 퇴진  ‘A4 데모’ 하는 곳도 있다. © 뉴스민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이라 불리는 대구 곳곳에서 박근혜 흔적을 볼 수 있다. 대구시 중구 약전골목에 있는 ‘ㅇ 삼계탕’ 가게는 박근혜가 지난 2012년 다녀간 곳이다. 박근혜가 삼계탕을 먹는 사진이 4년째 걸려있다.
 
금빛 액자에 담긴 박근헤 사진은 가게 밖에서도 훤히 보인다. 정 씨는 “어르신들은 오면 사진 보고 다 불쌍하다 한다. 대구는 옛날 박정희 향수에 젖어 있다”며 “젊은 사람이 와서 이거 이제 내려야 안 되냐고 하는데, 내가 한 표 찍어 준 게 억울해서 걸어 놨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아버지 밑에 교육받았으면 대통령이 잘해야 하는데. 뭐에 세뇌 교육이 됐는지. 공주로 커서 뭐를 아나. 사람은 순수해도. 잘할 줄 알고 찍어줬는데”라며 “옛날에 북한에 애들 ‘김일성, 김일성’하면서 그런 거처럼 어릴 때부터 최태민, 최순실한테 완전 세뇌 교육이 된 거 아니가”하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내려와라 박근혜’ 대구 2차 시국대회에는 5천여 명 대구 시민이 모였다. 주말을 지나 평일 열리는 촛불집회에는 꾸준히 100여 명 이상 시민이 모인다.
 
▲지난 11일 대구 2차 시국대회에 5천여 명 대구 시민이 모였다.  © 뉴스민
 
14일 오후 7시 촛불집회를 지켜보던 고3 학생 3명은 “왜 대구에서 태어난 거냐”며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저희는 투표권이 없으니까 사실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막상 이런 일이 터지니까 너무 부끄럽다”며 “청소년도 투표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시내에 놀러 나왔다는 대구대 학생 3명은 촛불집회가 열리는 가장자리에 서서 앉을까 말까 이야기를 나눴다. 한 학생은 “많이 참여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좀 부담된다. 오늘 시내에 놀러 안 왔으면 이런 집회를 하는 줄도 몰랐을 텐데, 대구 시민들도 박근혜 내려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생 처음 집회에 나왔다는 김 모(60) 씨는 “오늘 집회 처음 나와 봤다. 우리가 이렇게 하면 하다 하다 지쳐서라도 (박근혜가) 내려오겠지”하며 자리를 지켰다.
 
박근혜는 1998년 15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대구 달성군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내리 4선을 지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 대구지역 대통령 지지율은 9%까지 떨어진 바 있다.
 
‘박근혜퇴진촉구대구비상시국회의’는 오는 19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중앙로네거리(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1만 명이 모이는 3차 시국대회를 예고했다. 경북대학교 총학생회는 오는 18일 박근혜 정권 퇴진 건을 논의 안건으로 학생총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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