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영리한 얼간이 미국 트럼프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6/11/15 [12:57]

[정문일침] 영리한 얼간이 미국 트럼프

중국시민 | 입력 : 2016/11/15 [12:57]
 
▲ 당선자로 현 오바마 대통령을 접견하여 악수를 나누고 있는 트럼프, 후보 시절 그렇게 욕을 많이 했던 오바마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었다. 트럼프틑 당선 이후 후보시절의 막말을 뒤집으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한결 진중해졌다는 반응들이다. 이 트럼프를 우리나라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 상대할 것인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군벌들이 활약한 시대들이 있다. 후한 삼국시대가 전형적인 사례이고, 강대했던 당나라가 안녹산, 사사명의 난리로 약해지면서 군벌할거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현대에 들어와 1912년 청나라의 망국으로부터 수십 년 동안 많은 군벌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한때 세력이 굉장했으나 별 이야깃거리를 만들지 못한 자들이 있나 하면, 세력으로는 고작 삼류나 말류지만 어떤 사건이나 어떤 기행으로 이름을 날리고 숱한 문학예술작품들을 만들어낸 자들도 있다.
 
판싸오정(范绍增, 1894~1977)이라는 사람이 바로 후자에 속한다. 고작 군단장이나 해보았으나, 드라마만 해도 5종이나 생겨났다. 주제인즉 바보.  
 
▲ 판싸오정(范绍增, 1894~1977)     © 자주시보, 중국시민
 
스촨성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바보로 불리었는데, 스촨에서 20년 쯤 벌어진 군벌싸움에서 요기조기 붙으면서 점점 세력을 키웠고 후에는 전국에서 제일 강했던 쟝제스(蒋介石, 장개석)에게로 넘어갔다가 나중에 중국공산당이 천하를 차지할 추세가 되자, 쟝제스에게서 부대번호를 하나 얻어 군단을 하나 급조하여 기의를 선포함으로써 죽을 때까지 중국공산당의 우대를 받았다. 깡패였고 지하조직의 두목이었으며 마약장사였고 군벌이었고 유명 수영선수를 억지로 첩으로 삼는 등 악한 짓을 숱해 하고도 천수를 누릴 수 있은 건 기적이다. 그보다 훨씬 세력이 컸던 군벌들 가운데서 상당수가  결말이 불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한때 부대를 이끌고 일본군과 싸운 덕에 항일장령으로도 꼽힌다. 사실은 굉장히 영리했던 것이다. 
 
이 사람이 시골이고 아편재배지역이던 스촨에서 군벌 겸 깡패조직 두목의 신분으로 상하이의 깡패두목 뚜웨썽(杜月笙, 두월생) 등과 마약장사를 하면서 사귀였는데, 뒷날 처음 상하이로 가서 호텔에 들었다. 1930년대 당시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수동으로 조종하는 것이어서 안에서 여자 하나가 손님이 요구하는 대로 층번호를 누르곤 했다. 이 시골뜨기가 아마 평생 처음으로 엘리베이터에 탔을 텐데 나오면서 그 여자에게 200원이나 쥐어주었다. 엔간한 가정에서 몇 달 잘 살 수 있는 거금이라 그 여자가 깜짝 놀란 건 물론 곁에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갓 얼굴을 익힌 상하이 친구가 왜 그렇게 많이 주느냐고 물으니, 판싸오정은 씩 웃으며 내일이면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튿날 상하이의 모든 신문들이 스촨에서 온 판싸오정이 기록적인 팁을 주었다는 가십기사를 발표했다. 그 신문들에 광고를 내려고 했더라면 엄청난 돈을 들여야 했겠지만, 판싸오정은 단 200원으로 자신을 충분히 홍보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시골의 바보다운 행태는 계산된 행위였던 것이다.
 
2015년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 뛰어들어 차차 막말로 인기를 끌 때 숱한 사람들이 비웃었고 반짝 인기로 그치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결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공화당 내부 경쟁에서 그는 개인재산이 제일 많은 사람이었으나 선거비용은 제일 적게 써서 이겼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의 대결에서 쓴 비용도 고작 상대의 절반이다. 남들이 알심 들여 가공한 이미지를 돈을 들여 신문과 텔레비전으로 광고할 때, 트럼프는 매스컴이 기사거리를 쫓아다니는 속성을 이용하여 화제를 만들어냄으로써 시종 자신을 의론의 중심으로 내세웠다. 화제제조수법은 임기 내에도 지속될 전망이고, 당선인 신분인 현재 공약을 뒤집는 발언들을 내놓는 것 또한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을 실시할 것이냐는 실행한 뒤에나 알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뒤에도 어떤 사람들은 이번 미국 대선이 사기꾼과 얼간이의 싸움이었는데 얼간이가 이겼다고 한심해한다. 트럼프는 원유로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번 중동의 부자 2세대가 아니라 스스로 창업하여 거부로 된 사람이다. 세상에 어느 얼간이가 상계에서 수십 년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트럼프를 얼간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할 따름이다. 트럼프의 확고한 지지자집단으로 전, 현직 장성들이 꼽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얼간이를 믿고 내세울 리 있겠는가? 
 
한국의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를 “미국의 이명박”이라고 평한다. 이명박을 트럼프와 비기거나 비교하는 건, 자기 절로 해낸 일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수십 년 정계에서 굴러먹으면서 숱한 일을 해냈던 힐러리와 비기는 것처럼 격에 맞지 않는다. 필자는 언젠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장수감이지만 통수자로는 부적격하다는 취지의 글을 발표했는데, 한국의 심리학자 황상만 전 연세대 교수는 저서에서 이명박 형의 인물은 남이 정해준 일을 해내는 데는 능하지만 스스로 결정권자가 되면 일을 망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수십 년 동안 결정권자 노릇을 해온 사람이기에 이명박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현재 한국 정객들 가운데서 트럼프와 맞수를 둘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거야말로 한국인들이 걱정해야 될 문제겠다.
 
트럼프의 처방이 미국병을 고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자국의 문제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강대한 미국의 허상을 유지하려는 힐러리 류의 정객들보다 트럼프가 미국의 실상을 더 잘 알고 상당수 미국인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보았으며 또 그런 심리를 자신의 목적달성이 활용했다는 건 상당히 놀랍다. 트럼프가 마지막 미국 대통령이라고 예언하는 사람들이 꽤나 되던데, 그런 거야 두고 봐야 알겠다만 힐러리가 당선되어 늙고 힘 빠진 사자 같은 미국의 내실을 다지지 않고 억지로 세계경찰노릇을 한다면 그야말로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의미에서는 트럼프를 잘 아는 방법인즉 그의 주장을 한동안 무시하면서 냉각처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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