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사건, 현실무시한 판결이 부른 비극

배타적이고 편협한 대학들과 교수사회가 만드는 부조리 드러내

시민의신문 | 기사입력 2007/01/25 [18:03]

석궁사건, 현실무시한 판결이 부른 비극

배타적이고 편협한 대학들과 교수사회가 만드는 부조리 드러내

시민의신문 | 입력 : 2007/01/25 [18:03]
석궁사건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김명호 교수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처음에는 석궁으로 판사를 쏘았다라는 것만 언론에 부각되어, 부화뇌동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살인미수다',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다'고 하면서 마녀재판처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혼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김 교수 문제제기의 정당성과 진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복직과 선처를 바라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한마디 거들라고 한다. 내 의견이라기보다 오늘 공개된 재판부의 판결문을 본 교수사회가 전하는 말로 보면 된다.

딱 잘라 말하면 재판부의 판결문은 '국내대학과 교수들의 현실을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는 것이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 전문'에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고 판결한 부분만 가지고,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을 평가한다면 대체 몇이나 이 징계사유(재임용탈락, 해직)에서 제외될 수 있을까? 교수들 대부분이 언제 학교에 의해 잘릴지 모르는 해고(직) 대상이 아니냐고 교수들은 입을 모은다.

“원고는 1주일에 2~4회 오후 2시경에 출근하였고, 연구실 내에 있는 때에도 연구실 문에 부착된 표지판을 항상 '재실'이 아닌 '교내'로 표시하여 둠으로써 몇몇 사람만을 연구실에 출입시키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을 출입시키지 아니하였으며, 한 학기에 10학점 이상 강의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퇴근한 7 내지 9교시에만 수업을 하였고, 1994. 11.경부터 12.경까지 사이에 위 학교 수학과에 해석학 전공교수를 충원할 계획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교수인사에 관한 사항은 대외비여서 외부에 알려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조교인 박○○에게 해석학 교수가 임용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판결문 중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교수들이 본연의 역할이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교수는 언제든지 잘라버릴 수 있는 대학의 억지스런 징계사유는 결국 '징계를 위한 징계사유'였고, 이런 사실을 재판부 판사들도 다 알고 있을텐데 성균관대학교측의 징계처분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 앵무새처럼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교수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곰곰이 옛 대학시절을 생각해보니, 정교수라는 분들도 판결문에서 징계사유라고 지적한 것들에 해당되지 않는 교수들이 얼마 없었던 듯싶다. 툭하면 휴강에 강의시간 바꾸는 것은 예사고 학생들 부려먹기는 또 어떠했는가? 심지어 어깨까지 주무르라고 시킨 담임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해고(직)되지 않았다. 아무리 수업평가가 낮아도 학교 측에 살살 손을 비비며 달콤한 말만 하고 학교에서 시키는 것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이었기에 가능했었던 듯싶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해서 교수사회에서 어떤 대응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니, 지난 16일에는 교수노조가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사건은 “단순하게 억울하게 한 교수가 저지른 폭력 행위 정도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우리 교육계와 법조계의 뿌리 깊은 모순의 결과”라며 반성을 촉구하고, “억울하게 해직된 수많은 교수들은 즉각 복직되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다. 그리고 교수협의회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 한다.

여하튼 석궁사건으로 미화된 김 교수 말고도, 배타적이고 편협한 대학과 교수사회에서 정의롭고 소신있게 올바른 말과 의견을 제시한다 하여 버림받고 따돌림 당하고 배척받은 수많은 해직교수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김교수 사건은 한 개인의 복수극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장연(리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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