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에 배후? 바로 국민이죠"

인터넷 동호회원들 함께 참여…자발적 시민기자단 구성하기도

백혜영 기자 | 기사입력 2008/06/02 [10:39]

"촛불문화제에 배후? 바로 국민이죠"

인터넷 동호회원들 함께 참여…자발적 시민기자단 구성하기도

백혜영 기자 | 입력 : 2008/06/02 [10:39]

▲ 서울 시청 앞에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     © PD저널

"촛불집회의 배후는 국민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문화제에 대해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배후설’을 주장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다.
 
31일 최대 인파가 모인 가운데 진행된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각종 동호회 회원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었다. 인터넷이 소통의 매개체가 됐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이들은 자발적으로 ‘시민 기자단’을 구성하는가 하면, 하나로 맞춰 입은 티셔츠를 입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모인 후원금을 통해 생수를 구입하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시민들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팔뚝에 두른 파란 완장. ‘PRESS 시민 기자단’이란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인터넷 사진 동호회 ‘SLR 클럽’ 회원들이다.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이 동호회 회원 60여 명은 31일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시민 기자단’을 구성했다. 한 손에 카메라를 든 이들은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현장에 나왔다. 누군가 카메라로 찍고 있으면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시민 기자단’으로 참석한 유철민(35) 씨는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국민들이 (경찰에) 진압되는 과정에서 당하는 피해를 기록하고 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기존 언론이 취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면 과잉진압을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용범(32) 씨 역시 “언론인은 직업인이기 때문에 좋은 앵글이나 팩트가 있는 기사가 나오면 그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언론인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남기기 위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정승훈(40) 씨는 “우리가 가진 능력과 재능으로 (촛불문화제에) 일조한다는 차원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중동 끊기·광고 거부 운동 계속할 것”
 
‘새틴’이라고 적힌 분홍색 깃발 주변에 모인 60여 명의 여성들. 이들은 여성들만 모인 화장품 동호회 회원이라고 했다. 특히 “촛불집회 배후는 국민” 등의 피켓을 든 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강조했다. 
 
▲ 분홍색 '새틴' 깃발 앞에 모여 있는 여성 회원들     © PD저널

동호회 회원인 이미나(22) 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해) 분노하다가 언제까지 컴퓨터만 하며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뜻 있는 사람끼리 자발적으로 모이게 됐다”며 “그런데도 자꾸 배후가 있다고 말하는데 정부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나올까 싶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씨는 이어 “(동호회 차원에서) 올바른 언론을 돕기 위해 조중동 끊기 운동과 경향, 한겨레 구독 운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한 화장품 업체가 <중앙일보>에 광고를 게재하자 해당 업체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다음달 9일에는 <경향신문> 1면에도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 씨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조중동 절독과 광고 끊기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이 뿔났다” 
 
31일 촛불문화제에는 지방에서 단체로 올라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국민이 뿔났다’는 흰색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고 온 44명의 사람들은 대전에서 올라온 시민들. 이들은 대전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고시가 발표된 후 첫 주말에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힘을 모으기 위해 서울로 합류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참여 신청을 받았다.
 
이영훈 (32)씨는 “국민들이 투표 외에는 정치적인 의견을 개진할 통로가 없다”며 “이번 쇠고기 문제를 계기로 정부에 하고 싶던 많은 말들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배후설이나 폭력·불법 집회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 전체를 배후로 몰지 않는 한 배후는 없다”며 “시위가 어떤 단체나 세력에 의해 부화뇌동해 참여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넷 토론 광장 아고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정부 등 일부에선 아고라를 촛불문화제의 주요 배후 세력으로 의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아고라에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는 사람들은 “아고라에는 주동자도 없고 아무나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반박한다.

31일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인터넷 토론 광장 아고라’라고 쓰여진 큼지막한 깃발이 나부꼈다. 깃발을 들고 있던 조영호(41) 씨는 “다음 아고라는 민주 시민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장소”라며 “아고라엔 회원도 없고 주동자도 없다.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대운하, 수돗물 민영화 문제 등 시민들이 정부와 싸워야 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며 “그러나 정당정치나 기존 언론을 통한 국민의 의사 표현이 막혀 있어 인터넷을 통한 의사 표현이 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PD저널 백혜영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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