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안티구아의 매력에 풍덩빠져

[김산의 남미에서 띄운 편지⑦] 여행은 낯선이도 친하게 하고

수원시민신문 | 기사입력 2008/05/20 [11:06]

과테말라 안티구아의 매력에 풍덩빠져

[김산의 남미에서 띄운 편지⑦] 여행은 낯선이도 친하게 하고

수원시민신문 | 입력 : 2008/05/20 [11:06]
지난번에 이어서 과테말라, 특히 안티구아의 생활을 이야기해줄게. 안티구아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가 조금 넘었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도 일요일이더라고. 그곳에서 공부를 하기로 했지만, 알아본 것도 없고 그냥 무작정 떠난거라서 갈데가 없더라고. 가게는 다 문이 닫혀있고, 유일하게 알아온 한국식당 ‘누들코리아’도 못찾겠더라고.
 
▲     © 김산 시민기자
▲     © 김산 시민기자
 
 
 
 
 
 
 
 
 
 
 
 
 
 

 
▲ 홈스테이 가능했던 학원입구  ©김산시민기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지친 발을 이끌고 한참을 걸었는데, 시장도 나오고 터미널도 나오더라고. 어제 먹은 맥주기운이 남아있어서 해장을 하고 싶은데, 문 연 곳도 없고. 그때 대뜸 한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숙소를 찾냐고 물어보더라 약간의 의심을 가졌지만, 자세히 보니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더라고.
 
평상시같으면 이곳저곳 알아보고 싸고 좋은 숙소를 정할텐데 넘 피곤해서 그냥 그 사람이 추천하는 곳으로 가기로 했어. 가는 도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에스퍄놀 학원도 소개를 해주더라고, 홈스테이도 가능하다는 말에 바로 학원으로 가서 등록을 했어.
 
1주일에 하루 5시간 수업, 홈스테이는 하루 3끼 일요일은 식사제공 안되는 걸로 계약했지. 그런데도 10만원이 조금 넘더라.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배울때는 한달에 24시간정도 하고 10만원이었는데, 여긴 완전 싸더라고.

숙소에 짐을 풀고 푹 자고 나서 아침에 봤던 시장으로 가서 소세지와 치킨으로 대충 요기를 때웠어. 바로 옆에 있는 터미널에 가니까 여행자들의 말로 치킨버스라고 불리는 버스들이 너무 많더라. 치킨버스는 일반버스인데, 닭장처럼 사람들을 많이 태운다고 그렇게 불리거든.
 
대충 구경하고 대형 마켓에 가서 물과 과일을 사서 돌아오는데, 한국사람을 만났어. 2명의 여성분인데 2주동안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고. 앞으로 한국말 많이 하게 생겼어. 에스퍄놀 공부해야 하는데....

 

▲ 안티구아에서 만난 한국인 두 명   © 김산시민기자


처음 며칠간은 정말 예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거 같았어. 아침 7시에 기상해서 밥먹고 8시까지 학원에 가서 1시까지 공부했거든. 내가 생각하도 기특하더라고. 집에 와서 점심먹고 복습하고 숙제하면 어느덧 저녁 먹을 때가 되고...
 
여행과는 또다른 느낌이었어. 수요일부터는 전에 만났다던 한국인하고 같이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어. 호스텔에 머물렀는데, 많이 시끄러서 공부하기도 힘들고 학원하고 멀어서 같이 있기로 했어. 
 
▲  홈스테이학원 주인가족   ©김산시민기자
참, 우리 홈스테이의 주인은 산드라인데, 남편은 없고, 딸하고 같이 살고 있어. 거의 우리로 치면 동네 반장 정도야.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딸은 파께요 산드라라고 부르는데, 작은 산드라라는 뜻이야. 엄마 이름을 같이 쓴다고 하니 신기하더라.
 
내년 봄에 결혼을 한다는데, 남친도 정말 착하게 생겼더라고. 금요일엔 장을 봐서 닭도리탕을 만들어줬는데, 너무 매워하더라고. 소주도 한잔했어. 한국식당에서 2병 사왔거든. 간만에 먹는 소주맛이 정말 달더라.

이번 주말엔 아티뜰란 호수에 갔다왔어. 체게바라가 그곳에 가서는 혁명을 포기하려고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야. 토요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빠나하첼로 가는 버스를 탔어. 버스는 중간중간 사람들도 태우면서 10시정도에 빠나하첼에 도착했어. 빠나하첼은 아띠뜰란 호수에 있는 마을인데, 이곳에서 배를 타야 호수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지.



▲ 아띠뜰란 호수    © 김산시민기자

▲ 화산의 모습    © 김산시민기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시내구경을 했는데, 다른 곳보다 볼 것이 많더라. 배를 알아볼려고 호수가로 갔더니 여기도 삐끼가 있더라고. 첨엔 100께찰을 달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50께찰에 합의봤지.
 
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는데, 왼쪽으로는 화산이 보이더라고. 이 호수는 2개의 화산으로 둘러싸여 있거든. 원래는 전세계의 히피들이 모여산다는 산페드로에 갈려고 했는데, 너무 번잡한게 싫어서 산마르코로 가기로 했어.
 


▲ 산마르코로 가는 이정표    © 김산시민기자


산마르코는 작은 마을인데, 너무나 조용하더라. 같이 온 사람들하고 호수에 가서 수영도 했는데, 동해안처럼 갑자기 깊어져서 죽을뻔도 했고. 저녁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에 포도주 한잔씩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엔 나룻터에 나가서 밤 하늘의 쏟아지는 별들도 보고, 숙소에 와서는 맥주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 여행은 낯선 이도 친구로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거같아. 우리 숙소는 산 중간에 있었는데, 마치 정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더라.
 
▲ 산마르코에서 머물게 된 숙소    © 김산시민기자

아침에 일어나서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치치테스테낭고에 갔어. 매주 일요일에 시장이 열리는데, 화려한 색상의 옷들과 장식품들이 여행객의 눈을 유혹하더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났지만, 아직 여행이 한달정도 남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왔어.
 
돌아오는 길에는 히치하이킹을 했어. 한 2시간정도를 트럭뒤에 있었더니 넘 춥더라. 그래도 운전하시는 분의 아들이 우리와 같이 뒤에서 이야기를 해서 지루하지는 않았지. 과테말라시티의 유명한 나이트를 이야기하면서 놀러오라고 하더라고. 오늘밤에 시간되냐고...
 
아무래도 같이 갔던 여성분들 때문인듯...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연락처만 주고받았어. 벌써 안티구아에서의 1주일이 지났네. 안티구아는 왜 이렇게 할 말이 많은 건지... 다음주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거 같아.
 
▲ 오른쪽이 치치테스테낭고로 가는 길   © 김산시민기자
▲  치치테스테낭고 시장의 모습   © 김산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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