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선·아집, 보이나 이 성난파도"

[이준구 교수] 막장극 새누리에 비해 그나마 낫다 생각해 야당에 표...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4/17 [11:18]

"박근혜 독선·아집, 보이나 이 성난파도"

[이준구 교수] 막장극 새누리에 비해 그나마 낫다 생각해 야당에 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4/17 [11:18]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13총선 결과에 대해 “통쾌한 선거혁명”이라며 “보이는가, 이 성난 파도가? 들리는가, 이 성난 함성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국민이 만들어낸 성난 파도는 집권세력의 독선과 아집, 그리고 오만방자함을 한꺼번에 휩쓸어 버렸다”며 이같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짚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해 이 교수는 “선거를 전후해 집권세력이 보인 행태는 한 마디로 ‘오만방자’였다”며 “국민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 ‘진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권력투쟁을 일삼고 있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저들이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면서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할’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고 벌인 오만방자한 막장극에 준열한 회초리를 든 것”이라고 민심을 평가했다.
 
이 교수는 “MB정권에 이어 현 정권은 우리 경제, 사회를 총체적 난국 상태에 빠뜨렸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자신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는 듯, 남을 질책하기에만 급급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 교수는 “4.13 선거혁명은 국민이 그와 같은 대통령의 구차한 변명을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백하게 보여줬다”며 “오직 대통령과 집권세력만이 총체적 난국의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드러난 민심이었다”고 말했다.
 
 
또 언론 지형과 관련 이 교수는 이번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구어낸 것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특히 크다”면서 “조중동, 공영방송, 종편이 집권세력을 일방적으로 응원한 불공정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혁명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아래는 이준구 교수의 글 전문,
 
보이는가, 이 성난 파도가? 들리는가, 이 성난 함성이?
 
정말이지 너무나 후련하고 멋진 밤이었습니다.
TV 화면에서 야당의 승리를 알리는 푸른색이 점차 늘어가는 걸 보면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을 문득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내 가슴을 짓눌러 오던 묵은 체증을 한 방에 말끔하게 날려 버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통쾌한 선거혁명을 또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선거를 전후해 집권세력이 보인 행태는 한 마디로 ‘오만방자’였습니다.
국민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 진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권력투쟁을 일삼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와 가깝거나 멀다는 게 민생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독선과 아집’이란 현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에 ‘오만방자’를 추가해야 마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저들이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할’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고 벌인 오만방자한 막장극에 준열한 회초리를 든 것입니다. 중도적 위치에 있는 수도권 투표자들은 그런 치사한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 점 의문의 여지가 없이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그 동안 대통령은 모든 실정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자신의 무능력을 탓해야 할 일인데도 모든 것이 국회 탓 야당 탓이었습니다. 모든 공은 남에게 돌리고 모든 허물은 자기에게로 돌리는 것이 지도자가 갖춰야 할 제일의 덕목이 아닌가요?

MB정권에 이어 현 정권은 우리 경제, 사회를 총체적 난국 상태에 빠뜨렸습니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도대체 희망의 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통령 두 사람을 잘못 뽑은 대가가 이렇듯 혹독할 수 없습니다.

경제는 무기력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부추기기 못해 안달을 하는데, 전월세대란으로 인한 서민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의 약속은 휴지쪽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몇십 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사실입니다.
청와대의 무분별한 개입으로 인해 공직사회의 질서는 그 기반부터 무너져 내렸구요.
내편 네편을 가르는 편협한 정치는 온 사회에서 반목과 갈등이 판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자신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는 듯, 남을 질책하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어제의 선거혁명은 국민이 그와 같은 대통령의 구차한 변명을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오직 대통령과  집권세력만이 우리 경제, 사회가 겪고 있는 총체적 난국의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선거혁명에서 드러난 민심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선거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향해 끊임없는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투표해야 한다구요.
“진실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해괴한 발언으로 소위 ‘진박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바로 이와 같은 대통령의 잘못된 처신에도 큰 원인이 있었습니다.
중립의무를 위배하고 콘크리트 지지층을 동원하려는 책략을 쓴 게 화근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꽤 높아져 있기 때문에 그런 치졸한 전략에 절대로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습니다.

어제 우리가 목격한 위대한 선거혁명은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구어낸 것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특히 큽니다. 이번 선거는 조중동, 공영방송, 종편이 집권세력을 일방적으로 응원한 불공정게임이었습니다. 그런 불공정한 구도에서 이룩한 선거혁명이기에 더욱 큰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이제 어느 누구도 감히 국민을 만만하게 보아선 안 된다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그런데 야당의 승리를 축하해 주기 전에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저들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우리가 염원하는 정권교체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요? 아니면 승리에 도취해 자중지란을 일으킨 끝에 자멸의 길을 걷게 될까요?

야당에게는 심히 미안한 말이지만 야당이 예뻐서 표를 몰아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선거과정에서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크게 기대를 걸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오만방자한 막장극을 벌인 새누리당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해서 표를 던진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선거혁명으로 세상이 바뀐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단지 변화의 실마리를 잡게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야당이 이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달라질 것입니다. 선거에 승리한 야당의 두 어깨에 이런 중차대한 임무가 부과되어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어제 국민이 만들어낸 성난 파도는 집권세력의 독선과 아집, 그리고 오만방자함을 한꺼번에 휩쓸어 버렸습니다. 그들이 지른 성난 함성은 무책임한 집권세력을 벌벌 떨게 만드는 경고였습니다. 단지 집권세력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정치세력에게 보내는 경고였습니다.

저들에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올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들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어제의 선거혁명이 갖는 의미는 중차대하다고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교수 홈피 http://jkl123.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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