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 책임묻고 책임있게 잘 골라서 뽑는다”

위정자·지도자 필수 조건 인격·능력·비전과 인식·경청·선견지명

권혁시 칼럼 | 기사입력 2016/04/12 [09:42]

“엄중 책임묻고 책임있게 잘 골라서 뽑는다”

위정자·지도자 필수 조건 인격·능력·비전과 인식·경청·선견지명

권혁시 칼럼 | 입력 : 2016/04/12 [09:42]
누구이든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많더라도 진정한 ‘성인’일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른과 어린아이의 차이를 결정짓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이처럼 (연령과는 상관없이) 어른, 아이의 기준으로 삼는 ‘책임의 차이’를 각국의 국민성과 연관 짓기도 한다.
 
예컨대 독일은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의 ‘책임’과, 이를 통하여 보장되는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지적 전통을 이어받았다. 그런 의식으로 인하여 전쟁(제2차 세계대전)을 저질러 지은 자신들의 죄과와, 그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였다. 나아가서 독일(서독) 국민을 대표하는 수상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세워진 전쟁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전 세계인을 향하여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였던 것이다. 반면에 모든 개인적·사회적 책임을 공동체나 국가에 돌리는 오랜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일본은 만인이 주지하다시피 그리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러한 국민 각 개인의 책임의식의 차이는 현재, 두 나라의 위상에서 뚜렷하게 대비된다. 국민 각자가 투철한 책임감을 발휘하여 위정자들을 잘 골라서 뽑았던 독일은 위대한 통일과업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지속하여 나라의 안정과 발전, 번영을 더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국민 대다수가 어린아이나 다름없이 책임의식이 박약하고, 그래서 위정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결과(전후에 일본은 민주당이 단 한 차례 집권했을 뿐, 오랜 세월동안 민자당의 ‘일당우위체계’가 지속되고 있다), 전 세계인들로부터 ‘경제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비난을 당하면서도 한 때 잘나가기는 했으나, 종국에 이른 작금의 일본 경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이번 제 20대 국회의원선거에 임하는 유권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두 가지는 첫째, 일본 국민이 그러하듯 만일 우리가 아이들처럼 책임 없이 선거를 치른다면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서 도저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고, 독일 국민 같이 성인답게 책임감을 가지고 위정자들을 잘 선출하기만 하면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고 안정과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그러므로 당연히 국민 모두가 빠짐없이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책임 있게 투표를 해야 하는데,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경제가 스스로를 망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으며, 단지 ‘잘못된 정치’가 경제를 망가뜨리는 법이다”라는 경구가 진리이기 때문이며, 그래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몹쓸 정치인들은 경제뿐만 아니라 나라의 모든 것을 망친다).
 
목하 잘못된 정치와 국정의 파행, 그리고 그로 인하여 국민이 고통 받는 까닭은 유권자가 책임 있게 잘 가려서 충직한 일꾼(국민의 공복, 심부름꾼)을 뽑아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 탓이 자못 크다. 그 책임을 유권자 스스로가 진다는 견지에서 이번에는 “반구저기(反求諸己), 내 탓이오!” 반성하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타성(특히 지연, 학연, 혈연, 친소관계 등등)을 버리고 신중하게 잘 골라서 뽑아야 한다. 그리하여 사심 없이 오로지 국리민복과 사회정의·평화를 이루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헌신하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만이 국민대표자,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위정자·지도자의 필수 조건 - ‘인격·능력·비전’ 그리고 ‘인식·경청·선견지명’
 
캔디디트(candidate, 입후보자)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백의(白衣, 흰옷)를 입은 사람’이다. 고대로마의 공화정시대에 백색의 토가(toga)를 걸치고 선거유세를 한 데서 비롯하였다. 출마자는 무엇보다도 ‘인간성·도덕성’으로써 청렴결백하고 사리사욕이 없으며, 진실하여 허위기만하지 않고, 권력과 사심에 비굴변절하지 않을 용기와 의지가 있음을 유권자에게 밝혀 확약하는 상징이었던 것이다(성인군자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우리나라 조선의 선비들도 백색도포를 입고 의관을 정대하여 늘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흔히들 민주주의 역사의 시원(始原)을 고대그리스로 말하며, 동양에서는 민주정치가 아예 실행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국민이 위정자를 선출하여 국정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뜻을 가진 관직명 ‘대부’(大夫,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조선시대에 벼슬의 품계에 붙이던 칭호)에서 민주주의에 의한 정치가 실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백성이 가려서 뽑았으므로 ‘선량’(選良)으로 불렸다. 이들이 갖추어야 했던 덕목 및 행실의 조건이 ‘12조’인데, 지(知)·인(仁)·성(聖)·의(義)·화(和)·충(忠)의 육덕(六德)과, 효(孝)·우(友)·목(睦)·연(婣)·임(任)·휼(恤) 등 육행(六行)을 이른다.
 
이상의 조건들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위정자·지도자들이 마땅히 구비해야할 리더십의 기본이거니와, 그 핵심은 자질로써 ‘인격, 능력, 비전’과 ‘인식(판단력·문제의식·성찰), 경청(소통·겸손·포용), 선견지명(통찰력·방책·비전 제시)’의 지혜이며, 이를 두루 다 갖추어야 가히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부연컨대 이제라도 유권자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책임 있게 잘 골라서 뽑는 것. 그것이 바로 ‘선거혁명’이라는 생각으로 투표를 했으면 한다. 반드시 그리하면 예의 필수 조건들, 요컨대 훌륭한 인격과 뛰어난 자질을 겸비한 위정자·지도자들이 ‘공적사명’을 준행하는 ‘바른 정치’(政者正也 정자정야, 논어)를 실현함으로써 국민과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16년 4월 13일이 그렇게 선거혁명을 이루는 역사적인 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주권재민·국민주권, popular sovereignty; 헌법 제1장 1조 2절). ‘민주국가의 주인’, 국민의 힘이 막강하므로 국민의 뜻은 지대하며 국민의 심판은 지엄해야 한다” (국민의 권리·의무)
 

권혁시 대한글씨검정교육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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