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덜미도 모자라 엎어치기를..."

[몽골리포트] 조림이 코앞인데 우물펌프 말썽에 업자까지...

윤경효 | 기사입력 2008/05/12 [03:26]

"뒷덜미도 모자라 엎어치기를..."

[몽골리포트] 조림이 코앞인데 우물펌프 말썽에 업자까지...

윤경효 | 입력 : 2008/05/12 [03:26]
조림시기가 코앞이다 보니,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다. 오늘도 보고서 쓰느라 어느새 자정을 넘겨버렸는데도,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너무나 많은 이야기꺼리를 그냥 놓쳐버릴 것 같아, 졸린 눈 비비며 책상 앞에 앉았다.

지난 2주 동안 벌어진 일들을 돌아보니, 사건들이 참 많았다. 우물펌프사건, 거센 바람에 사무실 간판이 통째로 뜯기어 날아가 버린 일, 울란바타르를 덮친 모래바람, 5월 첫 하루부터 눈이 내리질 않나... 헐~

그동안 2만 그루의 조림을 위해 사전답사를 온 인천환경원탁회의 실무진도 맞이하고,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지소가 개최하는 ‘가축은행 수혜식’도 참석하고, 사무국 식구들과의 찐한 회식에다, 몽골대학생들의 환경동아리 방문, 그리고 엊그제는 바양노르 사업장에 가서 함께 일하는 마을 주민들과 허르헉(찐 양고기)잔치를 벌였다.
 
▲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사무실 간판. 날아가는 간판을 부여잡고 다시 끌고 온 세케와 박은희 간사. 어이없어 우리 셋, 한바탕 웃어댔더랬다. 헐~     © 윤경효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는 요즘...”
 
지난 2주 동안 잊을 수 없는 것은 단연코 우물펌프사건이다. 지금이야 다행히 몽골 우물공사업체를 찾아내 내일부터 공사를 시작하고, 고장 난 우물펌프를 교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지난 수요일까지 참으로 암담했었다.

고장 난 우물펌프를 교체하기 위해 몽골에서 7년 동안 무사고로 펌프설치업만 했다는 한 한국업체에 공사를 맡겼는데, 마무리가 잘못되어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에서는 우물펌프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펌프관 상단에 쇠뚜껑을 덮고 용접을 했던 모양인데, 설치 1시간 후 이재권 위원이 가보니 쇠뚜껑 바깥으로 나와 있는 전선의 피복과 밧줄이 모두 녹아내려 있었다 한다.
 
▲ 사업장에서 일하는 주민들과 한 컷. 오른쪽 사진의 맨 왼쪽에 있는 남자분 나와 동갑이다.     © 윤경효


아무래도 용접열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바로 A/S신청을 했는데, 업체의 사장 왈, 몽골주민들이 펌프를 훔쳐가려고 불을 질러서 그리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증명해보이겠다고 우물펌프를 빼가버렸다.

이재권 위원이 1시간 동안 200m 떨어진 곳에서 우물펌프가 설치된 곳을 지켜봤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전선 피복과 밧줄이 탈 정도로 불을 났다면 연기가 나야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단다. 이재권 위원은 자기주장만 하다 난데없이 우물펌프를 빼 가져가버린 업체 사장이 상종 못할 인사라고 길길이 뛴다. 우물이 내 뒷덜미를 잡아채다 못해 아예 엎어치기를 하는구나... ㅜ.ㅜ

“상종 못할 인사 같으니라고”

우물공사업체를 찾을 때까지 우물 2개에서 나오는 물로 그 넓은 조림장을 감당해야 하는데, 2개 우물로도 감당할까 말까하는 상황에서 1개 우물만 사용하게 되면 물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은 뻔했다. 게다가 이 업체는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며 설쳐, 조림을 코앞에 두고 물 문제에 고심하는 내게 태클을 걸었다.
 
▲ 5월 3일 오전. 바양노르 조림장 관리를 위해 열심히 회의하고 있는 사무국 식구들.     © 윤경효


몽골에 온 지 겨우 2개 여월인데다 정보도 거의 없는 나와 온 지 10년이 다 됐고 한인회 부회장까지 했다는 업체 사장... 바양노르 말고도 성긴지역, 바가노르지역 조림준비도 해야 하는 내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업체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조림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판단되어, 일단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뒤로 하고 업체를 달래서 펌프를 설치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업체 사장이 와서 손해배상금으로 100여만원을 법적으로 청구하겠다고 하는 것을 “시민단체가 멀리 타지에서 좋은 일하고 있고 조림이 코앞인데, 어렵게 심은 나무들 살려야 되지 않겠느냐, 화 풀고 일단 설치해 달라” 요청했다.
 
▲ 올해 조림을 위해 파놓은 나무구덩이들. 끝이 안 보인다.     © 윤경효


“화 풀고 일단 설치해 주세요”

사장은 “70대 나이에 바양노르까지 험한 길 달려 기껏 달아줬더니 불 질러 자기들이 망가뜨려 놓고 나한테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거냐, 지금까지 일하면서 이런 적 없었다, 짜증나서 더는 일 못해주겠다” 등 구구절절 푸념이더니, 원래 견적가 200여만원에 A/S 출장비하고 손상되어 못쓰게 된 장비값을 더해 270만원을 주면 다시 달아주겠다고 한다. <다음호 계속>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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