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딘 거리두기, 한발짝 떨어지면 보여요”

[초대석]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 "일종의 언론" 너스레

인터넷저널 | 기사입력 2007/01/17 [17:39]

“패러딘 거리두기, 한발짝 떨어지면 보여요”

[초대석]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 "일종의 언론" 너스레

인터넷저널 | 입력 : 2007/01/17 [17:39]
미디어몹(www.mediamob.co.kr)의 헤딩라인 뉴스는 네티즌 사이에서 단연 인기 대상이다. ‘시원한 체증 해소’가 백미이니까. 사회의 왜곡된 현상과 주류 언론까지 자근자근 ‘씹어주는’ 그야 말로 언제 봐도 통쾌한 뉴스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미디어몹이 ‘언론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있기에 그렇다. 동영상을 빼고 자체 생산하는 기사가 없다보니 뉴스미디어로 보기에는 좀 이상하다. 최내현 편집장 역시, “아직도 (언론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일종의 언론’이라는 점에선 부인하지 않는다.

 ‘헤딩라인 뉴스’로 체증해소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국장 

<딴지일보> 출신인 최내현 편집장의 발상은 그래서 남다른다 할 수 있다. 문화 콘텐츠와 문화적 해석력이 주된 무기였던 딴지일보와 달리 미디어몹은 이슈를 생산 하는 주체와 소비하는 주체를 동일시했다. 그렇게 해서 블로그 연합형태인 미디어몹이 탄생한 것이다.

유사한 매체들이 없었던 건 아니나 기사의 공정성 혹은 객관성 등 언론의 생리를 강조하다보니 공적영역에서 네티즌들의 논쟁을 촉발시키기 어려웠다. 결국 패러디 ‘헤딩라인 뉴스’가 시대감각을 잘 맞춘 코드가 되어 열풍으로 나타난 것.

미디어몹은 여느 인터넷신문과 다르다. 블로그 형식을 취해서 그렇다.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전적으로 네티즌 개인이다. 편집도 본인이 할 뿐이다. 많은 인터넷신문이 시민저널리즘을 외치면서도 자체 취재와 편집으로 웹사이트를 장식한 것과는 달리 더 진일보한 시민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인터넷신문인 셈이다.

블로그를 언론으로 승화시킨 시도는 미디어몹이 처음이었고 현재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매체로 자리 잡았다. 블로그를 통해 개인들의 자기표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사회 그리고 문화적인 정보와 담론들을 활발하게 교류하는 하나의 공감대를 제공해준 셈이다.

2004년, 패러디는 전성기를 맞았다. 패러디가 당시 사회의 유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최내현 편집장은 “딴지일보가 통쾌했던 것은 엄숙하고 근엄했던 사회적 맥락에 대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총선에서 각 정치권이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보였던 불편한 행태에 대해 곱씹었다.

“2004년 총선이 있던 당시는 자학정치가 강하던 때였습니다. 분명 역사에서 이상한 시기로 기록되겠지요. 서로 표를 얻기 위해 보였던 여야당의 모습이 여간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닙니다. ‘반성하겠다’며 천막당사로 이사하고, 여성 정치인이 하는 삼보일배에, 탄핵 가결 후 엉엉 우는 장면들 등... 보통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니 도와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게 당연한데, 국민을 한 없이 불편하게 만들었단 말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상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패러디가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한 발짝 떨어져서 현안을 바라보면 분명 ‘참 괴이한 현상이구나’라는 시대적 상황이 반영돼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됩니다.”

진일보한 시민저널리즘 사이트

 최 편집장이 말하는 패러디는 ‘거리두기’, ‘한 발짝 떨어져서 보기’다. 중앙 언론을 보면 잘 모르는 사회 이슈들이 패러디를 대입해서 보면 얼마나 웃긴 일인지, 황당한 일인지 이해가 빠르다는 것. 그만큼 제작하는데 어려움도 따른다. 상상력도 발휘해야 하고, 모두가 다 아는 요소에 대입을 시켜야 공감대가 커지는데 그 요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

“어떤 것을 어떻게 결합시키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데 여기서 상상력, 지식, 노력, 시간 등이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것을 꾸준히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 되는 것이죠. 패러디는 또 표현에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보법이 나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인신모독성 요소가 들어간다면 국보법에 대한 논란보다 표현에 대한 논쟁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렇게 되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패러디가 되는 거지요.”

미디어몹을 다시 크게 나뉘어 보자면, UCC(User Created Contents)와 자체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해 표출된 개개인의 사회적 발언을 편집해 보여줌과 동시에 패러디를 필수로 하는 헤딩라인 뉴스와 같은 자체 콘텐츠가 결합된 것이다. 대선이 있는 올해, 최 편집장은 반드시 있을 인터넷상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숙제는, 우리도 우리의 정체성을 모른다는 겁니다. 매체인가, 아니면 커뮤니티인가. 중요한 건 우리의 정체성을 헤딩라인 뉴스로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독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죠. 한 마디로 독자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미디어몹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해져 있지 않은 미디어몹의 ‘논조’가 최강점이 아닐까 싶네요. 블로그의 맹점이 보도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인데, 대개 일반인은 뉴스를 보고 이슈를 알게 되지 않습니까. 당연히 늦을 수밖에 없어요. 뉴스를 보고 생각을 정리한 후 블로그에 와서 글을 쓰기 때문이죠.”

“우리도 정체성을 몰라요”

 올해 대선에서 UCC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곤 하지만 동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고 텍스트도 광범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넷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올해엔 좀 다른 양상으로 나올 것이란 말이죠. 과거엔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등 영향력 있는 사이트가 주도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면 이제는 점액이 넒어져 블로그 개개인들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말입니다.”

그는 미국의 예도 들었다.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자리에서 한 공화당 의원이 졸고 있는 모습을 찍어서 유포하는 바람에 낙선된 경우도 있었죠. 또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버지니아주의 조지 앨런 상원의원(공화)도 유세 중 민주당 후보의 자원봉사자를 ‘원숭이’로 비하한 동영상이 블로그에 공개되면서 낙마하지 않았습니까. 네티즌 개개인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죠. 이런 것들이 이번 대선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블로그는 이제 전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사회적 발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 편집장이 벌인 일은 내외적으로 참 많다. 우선 미디어몹의 또 다른 특색이 되어 버린 매거진 ‘드라마틱’(www.dramatique.co.kr)이 바로 그렇다. 그간 영화는 많았지만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비평하는 매체는 없었다. 세대별로 다양한 시청자를 갖고 있는, 때문에 그만큼 문화적 파급력이 큰 드라마에 대한 감상과 탐구가 드라마틱을 찾게끔 하고 있다. 작년 7월 창간된 드라마틱은 사회 이슈로 이야기하는 ‘재미가 없어진’ 미디어몹에서 탈피해 독자들로 하여금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주자는 최내현 편집장의 뜻이었다. 올해 4월엔 드라마틱에서 더 나아간 장르문화 잡지인 ‘판타스틱’(Fantastique)도 창간할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다.

“포털에 질식사할 우려 크다”

 최 편집장은 향후 인터넷 산업에 있어 중요한 길을 열게 될,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다양한 인터넷의 콘텐츠들이 포털사이트로 종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미디어몹을 비롯한 디시인사이드(디지털 카메라쇼핑몰), 웃긴 대학(유머) 등 30여개 콘텐츠 사이트들이 모여 발족한 것이다. 다양성이 생명인 인터넷에서, 포털로 인해 점점 없어지는 다양성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 결국 협회라는 큰 연대체를 만들어냈다.

“나라가 작기 때문인지, 신문도 방송도 다양성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언론들이 나오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잖아요. 그런 점들은 정말 훌륭한 것이죠. 그러나 포털 때문에 고사해가는 인터넷매체들이 많고 점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요즘 포털에서 뉴스를 많이 보고 있는데 정보는 빨리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뉴스가 어느 신문사에서 제공됐는지 뭉개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같은 산을 바라봐도 여러 가지 시각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독자에게 뉴스 선택보다는 무자비로 놓여있는 포털 뉴스가 사회의식에 대한 감수성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이전에 없던 분야이기 때문에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 가는 과정 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에 오는 어려움이 아닐까요.”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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