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는 내가 찾는 밤이면 잠들지 못한다"

제주도에 가면 아내는 아직도 꽃보다 아름다워

운영자 | 기사입력 2015/10/10 [08:38]

"서귀포는 내가 찾는 밤이면 잠들지 못한다"

제주도에 가면 아내는 아직도 꽃보다 아름다워

운영자 | 입력 : 2015/10/10 [08:38]

[여원뉴스=김재원컬럼]국내여행

 

사람이 싫어 바다로 가는 사람도 있다. 도시의 흐린 하늘이 싫어 서귀포로 가는 사람도 있다. 서귀포의 하늘, 서귀포의 바다, 서귀포의 파도, 그리고 서귀포의 바람을 만나러 출발하지만, 바다여, 아무 생각 없어 무심한 사람처럼, 처음 본 사람처럼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 마라.     


 
 

서귀포 7코스 올레길에서 낯선 사람들로 붐비는 낯선 바다. 그 낯선 올레길에서 누구를 만나든 본척만척 해라.서귀포도 올 적마다 우리를 본척만척하지 않던가? dk니면 마주 껴안고 울어야 한다. 서귀포의 바다도 밤이면 우리를 껴안고 울고 싶어 으르렁거리지 않는가.

 
▲ 언제 봐도 혼자 서있는 외돌개에게,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이미 실례지만, 사싫 그건 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인데...     © 운영자

 

혼자 있는 외돌개에게 외롭지 않느냐고 묻지 마라. 혼자 있어서 울고 싶은 외돌개에게 그렇게 묻는 건 이미 실례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망망대해에 오두마니 떠있는 한 점 외돌개인 것을. 

 

나는 왜 바다만 보면 뛰어들려 하는가 바다에만 오면 수평선을 찢어버리고 싶은 나의 심통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무한의 바다에 대한, 유한한 존재로서의 뻗치는 심통인가. 시야 한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기만 하면 도시에서 자란 내 가슴에서는 모든 도시의 이름들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나면 바다에 섞여버리고 싶은 나. 

 

서귀포의 바다는 한 번도 내게 같은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만날 적마다 낯설다. 낯익어지고 정들면 같이 빠져죽자고 덤빌까봐 서귀포 바다는 나를 보고도 아는 체를 안 한다.

  

           깊은 밤 나의 불면에 서귀포도 잠들지 못하고... 

나보다 더 외로움을 타는 파도. 가만 있으면 몸살이라도 날 것 같아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못드는 파도. 내 곁에 있으려 하지 마라. 아주 멀리 가거라. 내 곁에 있으면 아무도 깊이 잠들지 못하리니.. 깊은 밤 나의 불면에 서귀포는 잠들지 못한다. 내가 바다에게 줄 수 있는 건 외로움과 불면뿐인가.

 

평생 벌은 것 다 준다 한들, 여지껏 모은 것 다 받치겠다고 한들 누가 나서서 거들어 줄 것인가. 누가 나서서 받아갈 것인가. 서귀포는 전혀 관심 없다는 얼굴로 파도만 이리 밀치고 저리 섞고. 

 

 

     비린내 감성 만발하는 이중섭 미술관...그 아내의 편지를 읽을 때 

서귀포에 가면 이중섭 미술관은 빼놓지 마라. 이중섭미술관에 가거든 다른 것은 몰라도 이중섭 아내의 편지가 읽어볼만 하다. 부부애가 무엇인지 궁금하거든 그 아내 이방자의 편지를 읽어보면 된다. 전쟁과 가난과 병고에 찌든 남편에게선 아무 소식 없음에,
▲ 사랑보다 더 들끓는 열병에 시달렸을 그녀의 애절한 편지가 사실은 이중섭의 그림보다 훨씬 예술이다. 이중섭은 한 때 물고기와 게만 잡아먹고 살았다고 한다. 이 나라의 전쟁과 가난이 천재화가 한 사람을 골병들어 죽게 했다.     © 운영자

 

 

 

 

오르기 쉬워서 싱거워진 성산일출봉...싱거워도 인기최고 짱

성산일출봉에 이제 오르지 마라. 길이 잘 닦여져 일출봉답지 않다. 관광이 성산을 싱겁게 만들었다. 성산에 일출은 있어도, 산이 힘들지 않으면 인생처럼 싱거워진다. 그래도 제주에 갔다가 성산일출봉에 오르지 않으면 매일 밤 꿈속에서 일출봉이 울면서 나를 깨울까 봐 제주도에 갔다 하면 첫 번째 코스가 되는 인기최고 짱 봉우리. 정상에서 쎄게 부는 바람을 가슴에 안을 때 홀라당 날라서 바다에 빠져 버리고 싶은 사람 다 모이라고 고함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다 보면 숨이 차다. 

 

아직도 아내는 꽃보다 아름답고 나는 아직도 꽃보다 아내를 더 사랑한다 

겨울에 피는 꽃은 유난히 아름답다. 올레길 7코스 중간 쯤 아담한 카페 얕으막한 돌담에 요염하게 입술 내민 동백꽃 모습이 볼수록 아름답다. 돌담 끝에 팔을 고이고 포즈를 취하는, 하도 오래 보아서 낯익은 아내. 아직도 아내는 꽃보다 아름답고, 나는 아직도 꽃보다 아내를 더 사랑한다. 

 

바다의 미각을 유별나게 더해주는 서귀포의 수수한 맛집들 

 

[모꼬지식당] 

 허름한 외관, 언제봐도 수더분한 60대 주인아줌마의 허허로이 웃는 손맛. 그 손맛 때문이 아니라 95세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이끌려 4박5일 제주여행기간 동안 5끼를 들린 집. 큼직하고 탐스러운 옥돔구이, 전복해물탕도 잊을 수 없는 맛이지만 밑반찬으로 내놓는 얼갈이김치와 갓김치 등이 일품. 구이 한가지씩을 갈 적마다 서비스하는 손큰 아줌마. 
▲ 서귀포에 가면 생선회집이 많다.어느 집엘 가도 싱싱한 제주도 회를 맛볼 수 있는데..이런 회도 있다. 간단회, 후회안회....     © 운영자





[진주식당]

 서귀포에선 꽤 소문난 집이란다. 음식맛이 소문 값을 해댄다. 전복해물탕, 옥돔 구이, 회 할 것 없이 바다의 맛 물씬 풍긴다. 인심과 서비스도 수준급. 무한리필 아닌가 생각 될 정도로 추가 반찬에 인색하지 않다. 자리젓 하나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 뚝딱. 

 

[어판장]

서귀포항에 딱 붙어 있는 자그마한 식당. 젊은 부부가 남편은 조리하고 아내는 서비스하는 부부공동경영체. 서비스나 쓰끼다시는 크게 기대할 것은 못되지만 깔끔한 회접시 하나면 둘이서 소주 2병쯤 즐길 수 있다. 메뉴판에 오른 생선회 이름이, 죽여줄 정도는 아니지만 주의 깊게 보면 얼굴에 저절로 웃음꽃 핀다. 

생선회 이름이 후회안회 간단회 이런 식이다. 

 

바다의 낭만은 왜 이별이 있여야 완성되는지 세연교에 가면...

밤에 가면 어둠 속에 보이는 세연교가 바다와 항구의 멋을 풍긴다. 밤에 본 세연교와 낮에 본 세연교는 전혀 맛이 다른 두 개의 세연교가 된다. 세연교 밑을 배 타고 지나갈 때 뱃고동 소리라도 울리면 바다의 낭만은 왜 이별이 곁들여져야 완성되는지 감이 잡힌다.

 

외로우니까 바다다. 

외로우니까 파도다. 

외로우니까 수평선이고 외로우니까 바람이고 외로우니까 하늘이고 외로우니까 서귀포다. 

제주에 와서 서귀포에 들리면 외로움만 키워가지고 뭍으로 간다.

 

 

 

원본 기사 보기:yeo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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